국내여행/섬진강일기

채송화 이야기-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꽃

찰라777 2011. 9. 5. 06:31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채송화

 

채송화로 변해버린 페르시아 여왕

 

 

 

채송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어린 시절 장독대 밑에 핀 채송화를 보긴 했지만, 그 때는 그냥 장독대에 피어 있는 꽃으로만 여기고 무심코 지나치고 말았는데, 많은 세월이 흘러 요즈음 텃밭에 핀 채송화를 바라보는 즐거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곳 지리산 자락 섬진강변에 터를 잡은 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우리는 작년에 시멘트로 된 마당에 흙을 부어 세 평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리어카로 흙을 실어 나르고 냇물에서 돌을 주어 와 일군 작은 텃밭을 가꾸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입니다.

 

 

작년에 우리는 이웃집에 혜경이네 집에서 몇 포기 얻어 와 돌로 쌓아올린 텃밭 가장자리에 채송화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그 채송화가 이렇게 많이 번식을 하여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다니!

 

 

              

 

채송화의 번식력과 생명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입니다. 채송화는 시멘트 바닥 금이 간 바닥에도, 댓돌 시멘트 계단 작은 틈새에도 뿌리를 내리며 아름답게 피어났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아름다운 보석을 바라보듯 색색이 피어난 채송화 꽃에 취하곤 합니다. 정말이지, 올 여름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는 폭우 속에서 텃밭에 에메랄드나 터키 보석처럼 곱게 피고 지는 채송화 꽃이 아니었더라면 숨이 막히고 말았을 것입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채송화는 1년생 식물로 두툼한 육질 가지 끝에 홍색, 노랑, 자주색, 백색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이 보석처럼 피어납니다.

 

 

 

 

아침에 이슬을 털며 텃밭에 물을 줄 때에는 채송화는 함초롬히 이슬을 머금은 채 입을 꼭 다물고 있습니다. 햇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이슬이 마를 때 쯤 채송화는 아름다운 보석으로 피어납니다. 정오까지 활짝 피어주던 채송화는 오후 3시경이 되면 꽃술이 조금씩 움직이며 지기 시작합니다.

 

 

 

채송화는 하나의 꽃 안에 수술과 암술이 함께 있어 바람도 없는데 서로 움직여 만나 교배를 하여 씨앗을 잉태시킵니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이면 꽃잎이 오므라들며 하루를 살고 시들고 맙니다.

 

 

 

 

채송화(Rose Moss)는 '가련, 순진'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채송화에는 그 꽃말만큼이나 애절한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고대 페르시아에는 오로지 보석 밖에 모르는 여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왕은 자나 깨나 보석을 손에 넣을 궁리만 하였습니다. 욕심쟁이 여왕은 상인들에게 세금을 돈으로 내는 대신 모두 보석으로 받치게 하였습니다.

 

 

 

그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은 여왕은 어느 날 ""페르시아 백성들은 누구나 죽기 전에 보석 하나씩을 세금으로 바치라"는 더욱 가혹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 백성들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보석 한 개를 바치려면 전 재산을 다 팔아도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여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이 보석이 담긴 열두 개의 상자를 싣고 여왕을 찾아왔습니다. 여왕은 상자에 가득한 보석을 보자 너무 좋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저 보석들 좀 봐! 내가 갖고 있는 것들보다도 훨씬 많네!"

여왕은 보석을 보자 욕심이 불같이 타올랐습니다.

 

 

 

"여보시오, 노인 양반 그 보석을 내게 바친다면 그 대가는 충분히 치르겠소.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 보시오."

그 때 노인의 입에서는 듣기에도 무서운 말이 떨어졌습니다.

"보석 하나가 페르시아 백성 한 사람 분입니다."

 

 

 

 

보석에 사람을 비교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보석에 눈이 어두운 욕심 많은 여왕의 눈앞에는 보석밖에 보이는 것이 없었습니다. 여왕은 노인의 요구에 응했습니다. 여왕은 보석을 세기 시작했습니다.

 

 

 

 

보석을 하나씩 여왕에게 건네 줄 때마다 백성이 한 명씩 없어졌습니다. 드디어 보석을 전부 세고 딱 한 개가 남았습니다. 그 보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굉장히 크고 진귀한 보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보석과 바꿀 백성이 없었습니다. 노인은 여왕에게 말했습니다.

 

 

 

 

"여왕님, 여왕님까지 합치면 수가 꼭 맞겠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럼 이 보석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노인은 보석을 집어 들고 떠나려 했습니다. 그러나 여왕은 다시 그 노인을 붙잡았습니다.

 

"노인 양반, 나는 그 보석을 갖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소. 그 보석을 주고 나를 가져가시오."

 

 

 

 

노인은 여왕에게 보석을 내주었습니다. 여왕이 그 보석을 받아 드는 순간, 보석 상자가 모두 터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여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보석은 사방에 흩어져 자그마한 '채송화'가 되어 버렸습니다(출처 : 영광호 목장/ 작성자 이쁜 송아지).

 

 

 

 

과연 여왕의 보석상자가 터져 채송화로 변했을까요? 돌담 곁에 피어난 채송화는 여왕의 보석보다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