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발나비 날개를 타고 봄은 오는가?
▲연천군 임진강에서 금년에 처음으로 발견한 네발나비의 날개짓
"앗, 나비다!"
"어디?"
경칩을 이틀 앞 둔 3월 3일 오전 11시. 임진강 동이리 주상절리 평화누리길에서 냉이를 캐던 아내가 나비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금년 들어 처음 보는 나비이기에 기쁨은 매우 큽니다. 더욱이 이곳 임진강 평화누리길에서 나비를 처음 보는 날입니다. 나비를 보는 순간 어쩐지 마음이 포근해지고 행복해집니다. 임진강의 봄은 네발나비의 날개를 타고 사뿐사뿐 오고 있는 듯합니다.
나비는 잠시 날개를 쉬고 부드러운 흙 위에 앉아 있다가 곧 어디론가 날아가 버립니다. 나비들은 날아 갈 때 꼭 갈 지(之)자를 그리며 지그재그로 날아갑니다. 참으로 귀한 나비를 보는 순간입니다. 살아 숨 쉬며 나비를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삶이 고귀하고 감사한 줄 모릅니다. 만약에 앞을 보지 못한다거나 병실에 누워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삶이라고 한 번 상상을 해보세요. 삶이란 이렇게 매 순간 찬란하게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 얼음이 덜 녹은 물 속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아내와 나는 매일 연천에 있는 동이리 주상절리 평화누리길을 1시간 정도 산책을 합니다. 지난 해 12월 이곳 동이리로 이사를 와서 거의 매일 걷는 길이지만 느낌은 매일 다릅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매 순간이 소중하고 귀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느껴 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입니다. 이미 시한부 인생을 경험하고 제3의 삶을 살아가는 아내, 그리고 그 곁을 지켜온 나는 삶의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매일 임진강 가를 걷을 수 있다는 것 하나가 그리도 좋을 수가 없습니다.
▲곱게 솜털을 드러내고 있는 버들강아지
그런 산책길에 오늘 나타난 '네발나비'는 우리에게 큰 축복을 내려 주고 있습니다. 두 개의 더듬이를 가지고 있는 네발나비는, 황갈색 바탕에 흑색 점무늬가 표범의 가죽을 연상케 합니다. 이 네발나비는 은점표범나비와 혼동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갈색의 줄무늬에 가장자리가 깊은 굴곡을 지며 각을 이루고 있는 네발나비에 비해, 은점표범나비와 은점표범나비는 줄무늬가 훨씬 촘촘하고 가장자리가 검게 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발이 네 개여서 네발나비라고 부르는 이 나비는 원래 나비들의 발은 모두가 여섯 개인데, 2개가 퇴화를 하여 쓰지 않아 네 개가 되어서 네발나비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렇게도 춥던 임진강의 봄도 저 네발나비의 날개를 타고 사뿐사뿐 다가오고 있습니다.
▲성충으로 겨울을 나는 뿔나비는 봄으 전령사다
"엇, 여기 또 한 마리 나비가 있네!"
"어디요? 와~ 정말이네요!"
이번에는 더듬이가 뿔처럼 길게 돋아난 나비가 펄럭거리며 날다가 잠시 땅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더듬이가 뿔처럼 생긴 이 나비는 아마 뿔나비인 듯싶습니다. 뿔나비는 성충(成蟲-어른벌레)인 채로 월동을 한다고 합니다. 어디서 그 추운 겨울을 지내고 왔을까요? 이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낸 저 녀석이 참으로 대단하게 보입니다. 성충인 채로 겨울을 나는 뿔나비는 봄의 전령이라고도 합니다.
▲고개를 내밀고 있는 버들강아지
경칩을 이틀 앞둔 봄의 문턱에서 만난 두 마리의 나비는 우리에게 큰 행운을 선물 하는 것 같습니다. 나비들은 우리에게 '인내'와 '끈기'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알이나 번데기 상태가 아닌 완전한 육신으로 겨울을 이겨낸 '뿔나비'는 우리에게 무한한 희망과 에너지를 주고 있습니다.
생태계에서 나비들이 하는 역할은 매우 큽니다. 그런데 식물들의 꽃가루받이를 책임지고 있는 나비들이 이상기온과 공해, 농약살포 등으로 그 개체수가 자꾸만 작아진다니 걱정입니다. 나비의 개체수가 줄면 식물들의 번식이 어렵게 되겠지요.
▲사라질 위기에 있는 유빙의 마지막 몸부림
꽃을 피우지 못하는 식물은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며, 인간과 동물의 먹이도 점점 줄어들게 되는 비극을 초래 할 수도 있습니다. 꽃과 나비, 새들이 사라진 지구는 얼마나 삭막할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해집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나비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줄 모릅니다.
아직 이곳 임진강에는 풀이 제대로 자라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칩을 이틀 앞 둔 지금 언 땅이 녹아나 대지가 촉촉해지고 있습니다. 허지만 강가에 버들강아지는 언제 피어났는지 부드러운 솜털을 하늘거리며 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유빙이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는 임진강에도 네발나비의 날개를 타고 봄은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