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찰라의 영농일지] 타샤의 정원을 꿈꾸며....

찰라777 2012. 3. 17. 10:19

 

나무를 심는 자들이여

천국이 그대들 것이니...

 

 

타샤의 정원을 꿈꾸며…

 

 

 

3월 13일 화요일 맑음

금가락지 뜰에 기념식수를 하다

 

 

▲금가락지 정원에 왕벚나무와 자목련을 심는 친구 응규와 캡틴 서

 

 

오늘부터 밭에 가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혀가 얼얼하다. 지혈은 되었지만 생살을 때어 냈으니 며칠 지나야 상처가 아물 것이다. 그렇다고 이 것 때문에 일을 미룰 수는 없다. 오히려 맑은 공기를 쐬며 활동을 하면 더 좋아지겠지. 모든 병은 산소 공급이 부족하고 피가 제대로 통하지않는 데서 오는 것이다. 나는 이를 건강을 관리하는 지론으로 삼고 있다. 

 

흙에서 태어난 인간은 흙을 가까이 하고 살아야 한다. 평생을 아스팔트위에서만 생활을 해온 내가 아닌가! 아내가 맑은 공기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흙과 더불어 살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자 꿈이기도 했다. 그래서 흙과 가까이 살기위하여 우리는 섬진강으로 이사를 갔지만, 사정상 오래 살지 못하고 올라오고 말앗다. 그러나 아직도 섬진강변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봄이 돌아오니 꽃이 피어나는 섬진강이 더욱 그리워진다.

 

 

▲꿈나무를 심으며...

 

 

얼마 전에 방영한 법정스님 2주기 다큐멘터리를 시청을 했는데, 평생을 채마밭을 일구며 살아가신 스님의 모습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 스님은 손수 채소를 가꾸고 밥을 지어먹고 빨래를 했다.

 

"흙과 멀어지면 마음이 삭막해지고 심신에 병이 생겨요. 그러니 인간은 항상 흙과 더불어 살아야 해요."

 

평생을 채마밭을 일구며 홀로 살아간 스님의 족적이 고결하고 소중하기만 하다. 내 평생에 그런 스승을 어디서 또 만난단 말인가? 서울에 살 때는 두 달에 한 번씩 산에서 내려와 길상사에서 법문을 하시던 스님을 친견하고 했었는데…

 

이제 스님은 가시고 뵐 수 가 없고 대신 스님의 마음을 담은 책이 내 서가에 빼꼭히 꽂혀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책도 글 빚이라고 하시며 더 이상 출판을 하지 말라는 스님의 말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왕벚나무를 심는 친구들

   

 

90살이 넘도록 오로지 정원을 가꾸면서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타샤의 삶이 부럽기만 했다. 타샤 튜더는 70여 년 동안 100여권이 넘는 그림책을 출간하고, 두 차례나 칼테콧 상을 수상한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이다. 그녀는 미국 버몬트 주에 30만 평이나 되는 정원을 가꾸며 홀로 자급자족 생활을 하며 살아갔다. 92세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녀는 자연과 정원에서 살다가 행복한 일생을 마감했다.  비록 타샤의 정원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세평 밭을 일구며 타샤의 정원을 꿈꾸며라도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재미라도 맛보며 살아가고 싶다.

 

타샤가 말하는 정원만들기 비법은 단 하나, 마음을 다해 꽃을 돌보고, 그 꽃이 선물하는 아름다움을 맘껏 즐기는 것이다. 마음을 다 해야 꽃과 나무가 응답을 해오고,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야 정원 일이 즐겁다는 것이다. 나는 이 집에 작은 정원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싶다. 해서 현관 앞에 있는 족구장을 날마다 조금씩 일구어서 정원을 만들계획을 세우고 있다.

 

친구 응규는 봉천동 집에서 가까운 상도동에 살고 있다. 아침 8시에 숭실대 입구에서 응규를 만나고 김포공항 근처 송정역에서 캡틴 서를 만나기로 했다. 캡틴 서도 나무를 심는데 동참을 하기로 했던 것. 바람이 불고 제법 추웠다.

 

송정역에서 캡틴 서를 만나 자유로를 거쳐 금가락지에 도착을 하니 10시가 다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앞 마당에 자목련 2그루와 왕벚나무 2그루를 기념식수를 했다. 응규의 가르침에 따라 구덩이를 파고 거름을 적당히 뿌렸다. 자목련은 테라스 아래쪽에, 벚나무는 뜰 건너 밭 언덕에 심었다.

 

 

▲오늘 심은 자목련이 필 씨기는 언제일까?

 

"나무를 심는 자여, 천국이 그대들 것이니라."

"흐음~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은데?"

"나무를 심는 마음은 천국을 심는 거나 다름없어."

"맞는 말, 산소를 공급해주고, 홍수를 조절해주며, 풍부한 먹 거리의 보고가 숲이 아니겠어."

"그럼 천국이 멀리 있지 않네요. 호호호."

"이건 우리들의 꿈나무야."

"그래. 꿈은 이 나무에 있고, 천국은 그대들 가슴에 있어. 하하하."

"그런데 이 묘목이 꽃이 필때까지 우리가 살아 있을까?"

"그건 나중 일이야. 심어놓은 그것 자체가 좋은 것이고, 우리가 보지못하면 다른사람들이라도 보지않겠어."

"흐음~ 도사 같은 말인데."

 

뜰에 4그루 나무를 심어 놓고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역시 나무를 심는 마음은 희망적이다. 자목련과 벚나무 꽃을 보려면 몇 해가 지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숲을 이루고 꽃을 피워줄 나무를 생각하니 즐겁다. 언젠가는 꽃을 피워줄 꿈나무를 심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생명의 나무를 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돌을 골라내고 밭이랑 만들다

 

금가락지에 꿈나무 4그루를 심어놓고 연장을 챙겨서 두포리로 갔다. 현장에 도착하여 밭 상태를 살펴보니 트랙터로 도랑을 쳐 놓았지만 그대로는 도저히 나무를 심을 수가 없었다. 나무를 심기 좋게 흙을 골라서 밭이랑을 돋아 올려 만들어야 나무를 심을 수가 있었다. 더구나 흙에 납작 돌이 수없이 박혀서 돌도 골라내야 했다.

 

 

▲돌밭을 일구는 친구들

 

 

그리고 응규는 반드시 흙에 비닐을 씌워야 한다고 했다. 비닐을 씌우지 않으면 잡초에 치여서 어린 묘목이 자랄 수가 없고 잡초를 제거하느라 무진 고생을 하게 된 다는 것. 어떤 경우든 농사는 최종적으로는 사람의 손이 가야 한다.

 

나는 파주 농협에 가서 비닐 폭 120cm, 길이 500m짜리 2롤을 샀다. 삽 한 자루, 곡괭이 1자루, 쇠스랑, 호미 2개와 막걸리 2병, 간식거리도 좀 챙겼다. 일을 하려면 농기구가 있어야 하고 술참거리도 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나무박사 응규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진행했다. 쇠스랑으로 흙을 긁어서 밭이랑을 만들고 흙을 골라 이랑을 만들기 시작했다. 밭이랑을 만들면서 큰 돌들을 골라 주어내는 작업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흙이 몽글고 부드러운 땅에 나무를 심는 일은 그리 어렵지가 않다.

 

그러나 돌이 많고 흙이 찰지며 딱딱한 땅은 어떤 작물을 심더라도 뿌리를 내리기가 힘들고 배수가 되지않아 재배가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세 사람이 하루 종일 일을 밭이랑을 일구었는데도 절반도 하지 못했다.

 

 

 

 

더구나 흙이 얼어 있어서 작업을 하는데 더 어려웠다. 삽질을 하는데 언 땅이 잘 들어가지 않는데다가 돌에 부딪쳐 삽질을 하기가 무척 힘들다. 몇 번 삽질을 하고 나면 숨이 차서 쉬어야 했다. 농사일이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러나 흙을 밟으며 땅을 고르는 작업은 힘은 들지만 대지의 소리와 감촉을 땅의 느끼게 해주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이거 우리도 다 되었나보군. 삽질 몇 번 하고 이렇게 헐떡거리니 말이야."

"하하, 우리 나이가 옛날로 치면 상노인 꼰대야. 담뱃대 등에 꼽고 봉창문이나 바라볼 나이라고. ㅋㅋㅋ."

"그렇긴 하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며...

 

 

노닥거리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도 즐거웠다. 우리 세 사람 모두 환갑을 넘긴 나이여서 힘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일은 일꾼을 불러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작업이 도저히 진행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땅이 부드럽고 돌이 없으면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버텨 보려고 했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는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점심은 여울에서 메기매운탕으로 먹었다. 작업은 오후 5시 반까지 진행했다. 북향이라 그늘이 빨리졌다. 해가 질 무렵 농기구를 챙겨들고 집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뭐랄까? 내가 살아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오갈피나무 묘목이 빨리 심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함께 작업을 도와준 친구들이 고마웠다. 친구 따라 강남을 간다는 말은 참으로 멋진 말이다. 친구들의 도움이 없이 홀로 이 일을 한다고 생각을 해보니 끔직하다. 말벗을 하며 함께 힘을 합쳐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더구나 아내는 환자라서 이런 일은 엄두를 낼 수가 없다. 더구나 캡틴 서가 합세를 해주니 기운이 막 나는 것 같았다. 그는 평생을 해외에서 거의 생활을 해온 사람이다. 그래도 고향 친구가 좋아서 흙을 오랜 만에 밟아 보는 것이다.

 

우리는 개선장군처럼 동이리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저녁을 준비해 놓고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일을 하고 돌아오는 집에 여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마음이 통하는 함께 할 벗이 있다는 것은 가장 즐거운 일이다. 

 

 

 

캡틴 서가 돼지고기 몇 근 사와서 불판에 고기를 구우니 냄새가 구수하다. 나와 캡틴 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나는 맥주 한 잔이나 소주 한잔, 막걸리도 한잔씩은 마시는데 혀 때문에 졸지에 환자가 되어버려 물잔을 들고 건배를 했다. 친구 응규는 막거리 한 병 정도는 마시는 주량이다. 노동을 하고 술 한잔을 마시 하루를 마감하는 즐거움을 그 어디다 비기랴!

 

저녁을 먹고나니 오랜만에 너무 고된 육체노동을 이어서인지 곧 졸음이 온다. 기분좋은 피곤함이 온 몸을 덮쳐왔다. 나는 곧 잠속으로 골아떨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