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을 한 후 그동안 생육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지난 6월 19일 날 복합비료를 시비를 하면서 복토를 해주었더니 훨씬 잎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7월 4일 날은 물과 미생물을 500대 1로 혼합하여 땅콩 위로 뿌려 주었더니 이번에 내린 단비와 더불어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더구나 요즈음은 애교를 떨고 있는 작은 꽃 사이에 씨방줄기(자방병)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자방병은 땅에 박혀 있는 뿌리 같은 것들이다. 암술의 일부로 수정을 한 후, 바늘 같은 씨줄기로 성장하는데, 이것이 흙에 침투하여 땅콩으로 결실을 맺는다.
자방병이 줄기를 뻗어 내리면 흙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나는 쇠스랑으로 이랑을 파서 매기와 선호미로 흙을 긁어 자방병이 있는 줄기에 흙을 북돋아 주었다.
날씨가 워낙 후덥지근한지라 한꺼번에 일을 다 마칠 수가 없다. 해서 아침에 운동 삼아 두 이랑씩 흙을 덮어나가기 시작했다. 약 30여 평 정도 되는 땅콩 밭은 8이랑인데 오늘로 마지막 이랑을 덮어주었다. 짧은 이랑이이지만 흙을 파서 매기로 덮고 호미로 마무리를 하다보면 등허리에 진땀이 난다.
사병들의 구령소리에 맞추어 쇠스랑을 내리친다
이곳 최전방 연천군은 주변에 군부대가 많다. 내가 사는 동이리는 바로 인근에 <무적 태풍부대>가 있다. 이른 아침 해가 뜰 녘이면 태풍부대에서 구보를 하는 젊은 사병들의 힘찬 구령 소리가 아득히 들려온다.
이른 아침에 듣는 사병들의 구령 소리는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솟아나온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
때로는 군가도 들려온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들려오는 사병들의 구령소리와 군가는 어떤 알 수 없는 기(氣)를 느끼게 한다.
나도 작업을 하면서 “하나 둘, 하나 둘…” 하며 구령을 붙여본다. 쇠스랑을 들면서 <하나>, 내리치면서 <둘>, 이렇게 구령을 붙이다 보면 일에 리듬이 생기고 훨씬 힘이 덜 들어가는 것 같다.
저 사병들이 국방을 튼튼히 지키고 있기에 오늘 내가 이곳에서 마음 놓고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병들의 구령소리, 그리고 새들의 노래 소리는 아침을 건강하게 한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
이 말은 진리다. 나는 아침에 반드시 150여 평 되는 텃밭을 일일이 둘러본다. 오늘 호박은 어디에 열렸지? 오이 줄기는 잘 뻗어 나가고 있나? 상추는 땅에 쳐지지는 않았는지? 곁가지 치기할 토마토 순은 없는가? 고구마 순도 들어주어야지. 수박은 잘 익어가고 있는가?
귀농은 잡초와의 전쟁이다!
녀석들과 대화를 하며 어루만져주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농부에게 아침시간은 금 같은 시간이다. 아침 2 시간의 일이 하루 양에 버금간다. 녀석들을 돌아본 후엔 잔디밭을 거닐며 눈에 띠는 잡초를 뽑아준다. 어제 뽑았는데도 금방 잡초가 손에 한 움큼 찬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돋아나는 것이 잡초다. 바랭이풀, 쇠뜨기, 토끼풀, 쑥, 강아지풀, 방동사니. 망초, 개망초, 닭의장풀, 중대가리풀, 개비름, 민들레, 쑥부쟁이, 애기땅빈대……
요즈음 텃밭에는 주로 쇠비름, 바랭이풀이 많이 돋아나고, 잔디밭에는 개망초, 망초, 크로버, 애기땅빈대 들이 많이 돋아난다. 특히 애기땅빈대들이 얼마나 많이 돋아나던지 이루 샐 수가 없다.
잡초들은 참으로 끈질기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손으로 뽑아내는 잡초는 끝이 없다. 그러나 잡초로부터 배우는 것은 많다. 잡초들은 하나 같이 끈질기다, 잡초처럼 살아간다면 무서울 것이 없을 것 같다.
▲애기땅빈대
가뭄이 극심해도, 우박이 내려도, 장마철에는 더더욱 극성을 부리는 것이 잡초다. 잡초 인생! 잡초처럼 끈질기게 살아가라?
땅콩 이야기를 쓰다가 어떻게 잡초까지 와버렸지?
귀농은 잡초와의 전쟁이다! 허지만 고소한 냄새를 풍겨줄 땅콩을 수확할 일을 생각하니 잡초를 뽑는 수고로움이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다. 하하, 매사를 생각하기 나름이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