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도시, 포틀랜드
▪ 500 가지의 장미를 키우는 ‘장미정원’
“자, 공주님, 오늘은 장미의 정원으로 당신을 초대 합니다.”
“장미! 그건 우리들의 약혼식 예물이었지 않아요!”
“그 장미의 일생을 찾아 워싱턴 정원으로 가는 거요.”
포틀랜드는 장미의 도시다.
매년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이 도시에서는 장미축제가 열린다. 1904년부터 시작한 로즈 퀸 선발대회와 더불어 장미축제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축제의 하나다.
그시기를 맞추어 이 도시를 방문한다면 멋진 장미축제를 볼 수 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장미축제도 끝나버린 6월 하순.
유스호스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포틀랜드 최대의 장미정원이 있는 워싱턴 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비가 다시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였다. 7시면 이른 시간인데도 다운타운에는 차량들이 많았다.
워싱턴 공원은 포틀랜드 다운타운 서쪽에 방대하게 펼쳐져 있는 산림지역에 있다. 장미정원에 도착하니 아직도 지지 않고 피어 있는 장미꽃들이 우리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와! 이 장미! 수백만 송이는 되겠어요.”
“백만 송이의 장미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선물하는 거요.”
“감사! 감사!”
빨. 주. 노. 주. 파. 남. 보……. 형형색색의 장미가 넓은 정원을 수놓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정원사들이 장미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장미의 종류는 500가지가 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장미재배 시험장이지요.”
장미만을 일생동안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정원사는 놀랍게도 장미 박사였다.
“좀 더 일직 왔더라면 이 도시의 자랑인 장미축제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애석하군요.”
장미박사는 묘목을 손질하며 이 도시의 장미축제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았다.
“장미박사님, 감사합니다.”
▪ 장미의 일생
“저기 노란 장미도 있어요!”
노란 장미는 25년 전 우리의 약혼식 날, 약혼식 예물로 아내를 위하여 내가 심어주었던 장미였다. 아내는 나를 위하여 빨간 장미를 심었고.
장미정원에는 묘목에서부터 아주 오래 된 거대한 장미에 이르기까지 없는 장미가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피어나는 봉 오리진 장미에서부터 살짝 핀 장미, 만개한 장미, 시들은 장미, 시들어 땅에 떨어진 장미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미들이 숨을 쉬고 있었다.
마치 장미의 일생을 보는 느낌.
“여보, 인생도 이 장미의 일생과 하나도 다름이 없구려. 꽃이 피고나면 말없이 지는 저 장미들이 무언가를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데…….”
“그럼 나는 시들어 가는 장미란 말이지요?”
“아니, 아직은 아니요.”
“왜요?”
“청춘은 60부터란 말이 있잖소. 그러니 아직은 당신은 다시 피어나는 한 송이 중년의 장미가 아니겠소. 하하.”
“그럴 듯 하군요.”
장미정원에서 바라보는 포틀랜드 시가지는 아름다웠다. 그곳에는 일본정원도 있었지만 우리는 차를 몰아 ‘세계 숲 박물관(World Forest Museum)’으로 향했다. ‘생명의 숲 가꾸기’에 참여한바 있었던 나는 숲에 대한관심이 많았다. 이곳까지 와서 보기 드문 숲 박물관을 그냥 지나 칠 수는 없는 일.
포틀랜드는 세계제일의 나무를 수출하는 항구도시이기도 하다. 로키산맥에서 채벌한 나무는 모두 이 항구를 통해서 수출된다. 숲 박물관에는 숲과 더불어 미국 서부의 개척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상세하게 진열하고 있었다.
숲의 역사. 생명의 숲. 인간은 숲이 주는 무한한 혜택을 받으면서도 숲이 주는 고마움을 별로 모르고 있다. 신선한 공기, 집을 지는 재목, 치산치수……. 숲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수도 없이 많다.
숲을 사랑하는 사람은 악한 사람이 없다. 인간은 숲을 사랑하고 숲을 아기고 가꾸어야 한다.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숲이 파괴되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무로 만든 수공예 품이 너무 멋져요!”
나무 수공예 품 전시장을 돌아보며 아내는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우리는 숲 박물관을 나와 30번 도로를 타고 후드 산으로 향했다. 컬럼비아 강변을 따라가는 드라이브는 과히 환상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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