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시사이드 유스호스텔의 밤

찰라777 2012. 7. 29. 17:06

시사이드(Seaside) 유스호스텔의 밤

 

아내와 나는 하루 종일 운전을 해서 그런지 배가 출출해져서 밴쿠버에서 사온 라면과 포도주 한 병을 들고 리빙 룸으로 갔다.

호스텔의 리빙 룸은 늦은 시간인데도 남여의 젊은이들이 가득 차 있었다. 쿠킹을 하는 사람, 차를 마시는 사람, 저녁을 먹는 사람, 책을 보는 사람, TV를 보는 사람…….

여행객들의 표정도 제멋대로다. 장발의 히피족,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사람, 수염을 길게 기른 사람……. 젊음! 역시 젊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젊음과 자유는 배낭여행자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멋이다.

자전거 여행자로 보이는 젊은이가 거실에서 자전거를 분해해서 기름을 칠하고 다시 조립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 여행을 좋아 하시는 모양이지요?”

“아, 네. 저는 자전거여행을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이 오리건 주는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는 아주 최적지더군요.”

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청년은 자전거 한대를 들고 틈만 나면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고 했다.

“와인 한잔 하시겠습니까?”

“그거 좋지요?”

“한국에는 가 보셨나요?”

내 이름을 소개하며 물었더니 일본은 가 보았는데, 한국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는 것. 한국은 여행의 사각지다. 앞으로는 물어보지 말자.

포도주를 다 비울 찰나에 붉은 얼굴에 건강미가 넘쳐흐르는 중년 남자 한 사람이 배낭을 걸머지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배낭에서 식료품을 꺼내어 냉장고에 넣더니 요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독일서 왔다는 이 친구는 인사도 히틀러 식으로 했다.

치직~ 치직~ 소리가 나 길래 넘겨보았더니 시뻘건 소고기를 굽고 있었다. 그리고 구운 고기를 식탁으로 가져오더니 빵과 함께 질근질근 씹어 먹었다. 고기에서는 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하, 내가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모르시죠? 저는 오늘 샌프란시스코에서 여기까지 달려 왔답니다. 하하.”

“와인 한잔 하시겠습니까?”

“거 딱 좋은 소리요!”

마지막 남은 와인을 그에게 따라주었더니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단숨에 들이키고는 ‘땡 큐! 땡 큐!’를 연발했다.

그는 홀로 산디에고에서부터 캘리포니아 해변과 오리건 코스트를 거쳐 알라스카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산디에고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는데 경치가 너무 좋아 후회 없는 여행을 하고 있다고 여행담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참, 맛있게도 잘도 먹네요.”

“저렇게 잘 먹어야 배낭여행을 홀로 다닐 수가 있지.”

유스호스텔의 리빙 룸은 저녁나절부터 밤 시간에는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이 모여들어서 여행담과 여행정보를 주고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대화의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