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신들이 수위를 조절한다는 바뚜르 호수
우붓 커피 농장에서 발리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다시 꼬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낀따마니 화산Kintamani Batur Volcano으로 향했다. 덴파사르에서 북쪽으로 6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낀따마니 바뚜르 화산은 3만 년 전에 만들어진 화산지대이다. 산으로 올라 갈수록 날씨가 서늘해진다. 숲속에 펼쳐진 계단식 논이 뭐라 형용 할 수 없는 운치를 자아낸다. 야자수 속에 언듯언듯 비추이며 보여주는 자연스런 풍경은 마치 신들의 정원을 지나가는 느낌이 들게한다. 인간은 이렇게 꾸밈이 없고 자연스런 풍경에 쉽게 동화가 된다. 자연은 신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닌가!
"꼬망, 에어컨디션을 끄고 문을 열어요, 천연 에어컨디션이 훨 좋지 않아요."
"물론이지요."
꼬망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장단을 맞추며 운전을 하다가 해맑게 웃으며 자동차의 창문을 열었다. 발리 특유의 밀림 냄새가 차창 안으로 확 들어왔다. "흐음~ 이 싱그러운 공기 너무 좋아요!" 완전 채식주의자인 처제가 눈을 감으로 신선한 공기를 음미라도 하듯 감탄을 한다.
동물성 기름은 물론 오신채(마늘, 파, 생강, 부추, 달래)까지도 일체 먹지 않은 처제는 완전 자유주의자이다. 채식은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인간이 자연과 일체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 고기를 먹으려면 동물을 사육을 해야 하고, 사육을 하려면 숲에 있는 나무를 베어내고 초지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환경을 해치게 되어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산소가 점점 감소되어 지구는 점점 오염되어 가고 만다는 것이 처제의 생각이다. 그녀의 생각은 옳다. 그러나 여행 중에 오신채까지 가리며 음식을 먹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우리는 어느덧 낀따마니 화산지구에 도착했다. 해발 1460m에 위치한 낀따마니 화산지대는 아궁산과 더불어 발리인 들이 신성시하는 산이다. 1927년, 1929년, 1947년 3차례에 걸쳐서 폭발을 했다는 낀따마니 화산은 현재는 폭발을 멈추고 있는 휴화산이다. 그러나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는 잠재적인 폭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도 가끔 분화구 속에서 작은 분화구가 생겨 연기가 솟아올라요. 불꽃을 동반한 화산재가 분출되기도 하고요."
꼬망의 말이다. 화산 밑으로는 바뚜르 호수가 장대하게 펼쳐져 있다. 낀따마니 화산폭발이 있은 후 이 지역에는 여러 개의 호수가 생겼는데, 그 중에 가장 크고 유명한 호수가 바로 이 바뚜루 호수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호수는 건기 때나 우기 때나 호수의 수위가 변함이 없이 유지된다는 것, 그래서 발리 사람들은 신이 이 호수의 수위를 조절한다고 믿고 있다나.
“흐음… 그럼 저 호수는 부증불감(不增不減)이네.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으니.”
화산지대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바뚜르 호수가 훤히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대부분의 관광버스는 이곳 전망대에서 멈춰서고 사람들은 전망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호수와 화산을 관람한다. 호수를 향해 서 있는 레스토랑들이 많다. 대부분 사람들은 레스토랑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화산지대를 바라보고 있다.
발리 사람들이 피서를 온다는 곳. 여기 저기 사람들이 한가롭게 앉아 산정의 피서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곳 전망대에도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소음공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아내와 처제는 관람을 포기하고 자동차에 있겠다고 했다. 그럼, 저 화산지대 가까이까지는 이미 틀렸다. 아마 나 홀로 왔더라면 좀 더 가까이 화산지대에 접근을 했을 텐데…
전망대에서 자동차로 20여분을 더 가면 화산지대 입구에 도착 할 수 있다고 한다. 비포장도로에다가 길이 좋지 않아 운전수들도 가기를 꺼려 한다는 것. 더구나 거친 화산재들이 날카롭게 덮여 있어 자칫 잘못하면 충돌을 하거나 다칠 우려가 많다고 한다. 어쨌든 함께한 세 여인이 화산에 접근하기를 원치 않으니 방법은 단 하나, 산을 내려 갈 수밖에 없다.
“꼬망, 우리 그만 내려가요.”
“오케이.”
꼬망은 엑셀을 부응 하고 밟더니 오던 길은 경쾌하게 내려갔다.
“형부, 우리 오늘 저녁엔 채식을 하는 게 어때요?”
“채식? 채식 식당을 어떻게 찾지요?”
“여기, 발리의 러빙헛 레스토랑 명세를 내가 뽑아 왔어요.”
“오, 저런! 그럼 꼬망에게 위를 물어 봐서 갈 수 있으면 그리로 가도록 하지요.”
나는 꼬망에게 차를 잠시 멈추도록 하고 처제가 건네준 러빙헛 명세를 보여 주었다. 꼬망은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그러나 발리의 러빙헛은 덴파사르에 있어서 가는 방향이 달라 오늘은 가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럼 위치를 잘 파악해 놓아요. 내일이나 모래 갈 수 있으면 찾아가게요.”
“그렇게 하지요.”
우리의 착한 운전사 꼬망은 러빙헛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을 해 놓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러빙헛을 가지 못하는 대신 오면서 보아 두었던 채식식당을 찾아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쿠타 거의 다 와서 카루나 비탈라Karuna Vitala라고 하는 채식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보기에는 허름한 식당인데 인도의 어느 요가 수행자 사진이 붙어 있고 음식은 그런대로 막을 만 했다. 물론 가장 좋아 하는 사람은 처제이다.
“형부, 고마워요. 다음엔 꼭 러빙헛에 가서 채식을 먹고 싶어요.”
“하하, 처제 덕분에 별미를 먹었네요. 아마 꼬망이 러빙헛에 데려다 줄 것이니 염려 붙들어 매세요.”
“와아~ 꼬망! 땡큐!”
함박 입처럼 벌어지는 처제를 바라보며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쿠타의 머큐어 호텔로 돌아왔다. 벌써 밤이 되어 거리는 어둠속에 묻혀 있었다. 여행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볼 수는 없다. 흘러가는 대로 현지의 흐름에 맡기는 것도 멋진 여행의 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볼거리를 좀 덜 보더라도 처제가 그렇게 원하는 채식식당 러빙헛을 찾아가보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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