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기러기들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찰라777 2012. 12. 16. 07:14

정말, 기러기들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겨울되면 기러기들의 천국인 연천...

다리 건설 현장과 자연의 아슬아슬한 공존

 

 

  ▲  기러기들이 동1교 교각탑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가고 있다. 묘하게도 이곳은 기러기들이 오가는 통로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이곳 비무장지대와 인접한 연천은 기러기들의 천국이 됩니다. 영하의 날씨에 기러기들은 휴전선을 넘나들며 평화로운 비행을 시작합니다. 기러기들은 'V'자 편대를 지으며 북쪽에서 남쪽으로 끊임없이 날아옵니다.


유독 이곳에 기러기를 비롯하여 철새들이 많이 날아드는 것은 60년 동안 고이 보존되어 온 민통선 지역에 생태계의 보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곳 연천군은 임진강과 한탄강변을 중심으로 넓은 평야지대에 철새들의 먹잇감이 풍부하여 겨울이 되면 쇠기러기 떼를 비롯하여 넓적부리오리, 두루미, 독수리, 청둥오리 등 많은 철새들이 무리지어 이곳을 찾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곳 동이리 임진강변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지점은 철새들이 오가는 통로입니다. 아침이면 끼룩끼룩 울어대는 기러기 소리에 잠을 깨고, 저녁이 오면 다시 석양노을을 등지고 오가는 기러기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밤을 맞이합니다.

 

 

기러기 날아다니는 통로에 세워지는 <동1교>

일산-전곡 30분단축, 연천군 발전의 원동력

 

 

▲  동1교 설계도와  동1교 완성 조감도   

 

 

그러나 이제 이곳 동이리 임진강 변도 더이상 기러기들이 편안하게 비행을 하기가 어렵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바벨탑처럼 높이 쌓아 올린 사장교가 기러기들의 통로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이리 마을 앞에는 연천군 군남면 남계리와 미산면 동이리를 잇는 '동1교'(37번 적성-전곡 도로건설공사 연장선)가 임진강을 가로질러 사장교 형식으로 높게 건설되고 있습니다.


길이 400m, 높이 95m, 폭 20.9m의 왕복 4차선 도로의 동1교는 이제 그 모습을 갖추고 줄을 잇는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동1교가 완성이 되면, 연천군의 교통소통과 관광, 경제발전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장래 남북통일을 대비하여 남북 간 도로망 확충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동1교가 건설되는 지점은 동경 127도, 북위38도 선상을 지나는 한반도 중심인 중부원점이며,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지점으로 삼국시대부터 지형적,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입니다.


따라서 동1교의 완공은 정부접경지인 민통선 종합개발계획과 연계하여 연천군 선사유적지, 한탄강 관광지조성사업 등 연천군 관광자원의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연천군은 이 <동1교>의 완성과 더불어 다리를 중심으로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묘하게 기러기들의 통로와 맞물려 있는 동1교 

 

 

그러나 임진강 위에 무려 높이가 100m나 되는 사장교는 묘하게도 기러기들이 오가는 통로와 딱 맞물려 있습니다. 새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통로로만 비행을 하는 습성이 있는 모양입니다.


해마다 기러기들은 교각탑이 있는 상공을 오가며 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탑이 낮아 기러기들이 비행하는 데 지장이 없어 보였는데 저렇게 높이 올라가다 보니 기러기들의 비행이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하게만 보입니다.

 

 

기러기의 아슬아슬한 비행, 보는 사람 마음 조마조마

 

 

▲  V자편대를 지어 날아오는 기러기 떼 

 

 


  ▲  교각탑 앞에서 대열이 흐트러지는 기러기 떼 

 

 

아침저녁으로 기러기들이 떼를 지어 사장교 부근을 비행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탑에 부딪치지 않을까 그저 조마조마 하기만 합니다. 교각탑을 오가는 기러기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V자를 그리며 날아오던 기러기들이 탑 근처에 오면 대열이 흐트러지며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저 기러기들이 통로를 변경하거나 기억을 잘 해서 다치지 않고 피해서 비행을 하기만을 바랄뿐입니다.


 

▲  2011년 2월 14일 동1교 교각 공사 현황 

 

 

▲  2012년 12월 3일 동1교 공사현황. 높이 95m의 탑을 완성하고 줄을 잇는 공사를 하고 있다.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사장교 탑을 바라보노라면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가 떠오르곤합니다. 인간이 교만함으로 높은 탑을 지으려하자 신이 저지했다는 바벨탑 일화는 신의 분노를 넘어서서 과욕을 부리는 인간의 허영과 교만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자연의 생태계를 그대로 보존해야 하느냐, 아니면 인간의 욕망과 편익을 위해 개발을 해야 하느냐 하는 명제를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케 하는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