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날 택일 된장 담그기
오늘은 3월 5일, 음력으로 1월 24일 경칩이자 말(馬)날이다. 우리 선조들은 정월 말날에 장을 담갔다. 말날은 흔히 길일로 치기 때문에 된장과 간장은 일 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먹을 중요한 양념이므로 길일을 택해서 장을 담그지 않았을까?
작년에 지은 콩 농사로 메주 일곱 덩어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동안 숙성이 아주 잘 된 것 같다. 어릴 때 어머님이 된장을 담그는 것을 여러차례 보긴 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담가보기는 처음이다. 아랫집 연희 할머니는 이미 장을 담갔다고 한다.
▲ 된장 담그기 소금물과 메주를 섞은 하루 뒤에 참숯, 붉은 고추, 대추를 넣어 소독을 하고 잡신(?)도 얼씬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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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 할머니는 우리들의 농사 사부님이시다. 된장 담그는 방법을 여쭈어 보니 메주를 소금물에 씻어서 하루 쯤 햇볕에 잘 말린 다음, 소금과 물을 반반 섞어서 역시 하루 쯤 두었다가 메주를 넣어서 담그라고 했다. 드디어 3월 5일 말날 메주를 담기 시작했다.
■재료준비
메주 7덩어리, 천일염, 생수, 참숯, 붉은 고추, 대추, 항아리
■메주 씻기
말날 하루 전인 3월 4일 메주를 꺼내와 천일염 소금물로 정성스럽게 씻어서 햇볕에 말렸다. 된장을 담글 항아리도 뜨거운 물로 씻어낸 후 마른 수건으로 닦아냈다. 그리고 마른 볏 집에 불을 붙여서 항아리에 넣고 소독을 했다. 볏 집 재는 털어내고 마른 행주로 항아리를 속을 문질러 닦아냈다. 이렇게 해야 소독이 잘 되어 1년 동안 벌레 등 탈이 없다고 한다.
▲ 메주씻기 소금물로 메주를 깨끗하게 씻는다. |
▲ 메주말리기 소금물로 씻은 메주를 하루정도 햇볕에 잘 말린다.
▲ 된장 항아리 뜨거운 물로 된장을 담글 항아리를 깨끗하게 씻었다. |
▲ 된장 항아리 볏 짚에 불을 붙여 항아리 안을 소독한다. |
■태조 왕건이 마셨던 숭의전 어수정 약수로...
아내가 메주를 씻는 동안 숭의전 약수터인 어수정(御水井)으로 생수를 길르러 갔다. 어수정은 고려 태조 왕건이 한양과 송도를 오가는 길에 쉬면서 마셨다는 우물이다. 날이 가물어도 항상 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어수정은 언제나 맑다. 왕건이 마셨던 물로 장을 담그면 맛이 더 기가 막히겠지^^
▲ 숭의전 어수정 생수 수돗물보다는 생수를 사용하여 소금물을 만든다.
▲ 숭의전 어수정 태조 왕건이 이 약수를 물을 마셨다하여 <어수정>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소금물에 메주 담그기
어수정 생수에 천일염을 넣어 소금물을 우려냈다. 생수 10리터당 천일염 3kg, 메주 3kg 정도를 넣으면 적당하다는 것. 그런데 연희할머니는 소금물에 생 계란을 넣어서 5백 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둥둥 뜨면 된장을 담그기에 딱 알 맞는 간이 들어간다고 한다.
결국 간장과 된장은 어떻게 간을 잘 맞추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 너무 짜도 안 되고, 너무 싱거워도 안 된다. 소금물에 계란을 넣어서 간을 맞추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누가 발견했을까?
▲ 천일염 된장을 담글 천일염을 저울에 달아서 생수와 혼합한다.
▲ 소금물에 생계란을 넣어 5백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나오면 간이 맞다고 한다. 무당벌레도 장 담그러 나왔나?
생각할수록 놀랍기만 하다. 민간요법으로 오래전부터 전수해 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계란을 소금물에 넣고 있는데 무당벌레 한 마리가 물에 빠져 동동 떠 있다. 계란과 무당벌레가 떠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우리 조상님들 지혜에 감탄 감탄!!!!!
"흐음~ 너도 된장 담그는 데 일조를 하고 싶다 이거지? 허지만 소금물에 빠져 죽어서는 안 되지."
▲ 된장 담그기 항아리에 소금물을 넣고 메주를 정성스럽게 넣는다
행운의 무당벌레를 건져서 방생을 했다. 항아리에 소금물을 넣고 메주를 차곡차곡 담가 넣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된장을 담그고 나니 어쩐지 기분이 좋다.
내 손으로 지은 콘 농사에 직접 담가보는 된장 간장 ㅋㅋㅋ 맛이 그만이겠지...
■참숯과 붉은 고추, 대추 넣기
▲ 된장 담그기 양지바른 곳에 놓아 햇볕이 잘 들어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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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하루 이틀 후에 참숯과 붉은 고추, 대추를 넣는 작업을 해야 한다. 참숯과 고추, 대추는 흔히 잡귀신을 물리치는 데 쓰는 민간 신앙이다.
어릴 때 아기를 낳으면 대문에 참숯과 붉은 고추를 새끼줄에 걸어, 소위 '금줄'이라고 하는 것을 놓는 것도 아기에게 잡신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아무나 출입을 못하게 표시를 하여 지금으로 치면 외부로부터 병균의 오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부정 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우리 된장, 간장에 잡신 금지~~
▲ 된장 담그기 투명한 뚜껑을 덮어 햇볕이 잘 들어오게 한다.
실제로 참숯과 고추, 대추는 소독효과도 있다고 한다. 3월 6일, 참숯에 불을 붙여 붉은 고추, 대추와 함께 항아리에 넣었다. 그리고 양지바른 곳에 투명한 뚜껑을 덮어 두었다.
정월에 담그는 된장과 간장은 50~60일 후에 된장과 간장을 분리해야 한다고 한다. 아무쪼록 팍팍 곰삭아서 맛있는 된장 간장이 만들어지기를 항아리 앞에 서서 경건하게 묵념을 했다.
앞으로 두 달 후 5월이면 아내와 내손으로 담근 된장과 간장 맛이 어떻게 될까? 몹시 궁금해진다. 맛깔 나는 된장, 간장으로 금가락지를 찾는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흐음~ 벌써 맛있는 된장 간장 냄새가 솔솔 나네요^^ ㅋㅋㅋ
(20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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