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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휘 늘어진 현충원 수양벚꽃

찰라777 2013. 4. 20. 05:31

 

못다 핀 넋이 꽃으로 피어 났을까?

 

크게작게태양이 눈부시게 빛나는 이른 아침(16일), 현충원을 찾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충원의 수양 벚꽃은 너무나 아름답다! 어여쁜 아가씨의 금발 머리처럼 휘휘 늘어져 내린 수양벚꽃의 탐스런 자태는 부드러운 여인의 머릿결 그 자체다. 바람이 불면 휘휘 늘어진 꽃가지가 비너스의 머릿결처럼 출렁거린다.

 

 

▲ 휘휘늘어진 현충원 수양벚꽃. 비너스의 금발머리처럼 출렁거리는 수양벚꽃의 아름다움

   

바람의 신 제피로스도 수양벚꽃의 아름다움을 시샘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보티첼리의 비너스 탄생보다 더 아름답다. 모두가 넋이 나간 듯 나목에서 출렁거리는 연분홍의 물결을 쳐다보고 있다. 어찌 보면 수많은 분홍의 비누거품이 하늘에서 유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너스는 원래 '거품'이란 뜻을 지닌 그리스어 '아프로디테'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 분홍거품처럼 피어난 수양벚꽃

  

막 피어난 수양벚꽃은 연분홍 색깔을 띠다가 점점 하얗게 변해간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수양벚꽃의 흔들거림은 몽환적이다. 수양벚꽃은 마치 분홍의 꽃 거품 속에서 '비너스 탄생'을 예고하듯 바람에 출렁거린다. 마치 수많은 영혼이 잠든 현충원의 넋이 피어난 듯 바라보기가 곤혹스러울 정도로 슬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 아침 햇빛에 반사되는 수양벚꽃

   

지상에서 솟아오른 나목이 천상에 사랑을 펼치듯 곱게 피어난 분홍의 물결은 아름답다 못해 눈물샘을 자극한다. 피워보지도 못하고 전쟁의 이슬로 사라져간 젊은 영혼들이 꽃으로 환생을 했을까? 검은 나목에 분홍의 베일을 걸치듯 관능적인 자태가 묘지에 잠든 영혼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연분홍 꽃물결 위에 흰 목련의 탐스런 꽃봉오리가 자수처럼 아름다운 수를 놓고 있다. 북녘을 향해 한껏 피어난 목련은 조국을 수호하는 슬픈 영혼을 기리듯 하얀 눈물이 되어 지상으로 뚝뚝 떨어져 내린다.

 

 

 

 

▲ 흰목련과 수양벚꽃의 조화. 하얀 브라자를 연상케하는 목련

 

이 땅의 젊은이들은 총칼을 들고 선혈을 흘리며 충성을 다해 조국을 수호해 왔다. 현충원 입구에 들어서면 '충성분수대'가 나온다. 충성분수대에는 총칼을 들고 나라를 지키는 젊은 장병들의 동상이 서 있고, 그 뒤에는 두 손 모아 합장을 하며 전선에서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그 동상을 수양벚꽃이 연분홍의 만장처럼 출렁거리며 에워싸고 싸고 있다.

 

 

 

 

 

▲ 현충원 입구에 충성분수대를 둘러 싼 수양벚꽃

 

겨레의 마당을 지나 현충문에 다다르면 '무명용사영현탑'이 나온다. 이름도 성도 알 수 없는 청춘들이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장렬히 숨져간 무명용사 영혼 앞에 서면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탑의 후면에는 "이곳에 겨레의 영광과 한국의 무명용사가 잠드시다"란 말이 새겨져 있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지만 조국을 위해 이슬처럼 사라져간 영혼이 수양벚꽃과 어울려 더욱 슬프게 빛나 보인다. 잔인한 4월, 현충원의 수양벚꽃은 슬픈 아름다움을 간직 한 채 겨레를 지켜온 호국영령들을 위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