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볍씨 싹이 돋아나다!

찰라777 2013. 5. 25. 06:06

쥐들이 볍씨를 까먹다

 

5월 15일 수요일 맑음

5월 4일 날 파종을 했던 볍씨를 살펴보니 싹이 돋아나고 있다. 파종을 한지 10일만이다. 아직 조석으로는 제법 서늘한데 파랗게 돋아나는 여린 새싹을 보니 신기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싹이 돋아나지 않았다.

홍 선생님한테 볍씨 싹이 돋아났다고 했더니 모판에 덮어두었던 부직포를 벗기고 물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홍 선생님과 함께 모판의 부직포를 전부 벗기고 물을 주었다. 부직포를 벗겨보니 쥐들이 벼를 까먹은 흔적이 보였다.

 

 

 

"저런, 쥐들이 볍씨를 먹었네요!"

"쥐들도 먹어야겠지요. 먹고 남은 볍씨만 잘 나도 됩니다."

 

홍 선생님은 어제부터 메리골드를 심고 있다. 메리골드를 군데군데 심어 놓으면 꽃이 피어서 보기에도 좋고 벌레를 쫓는다고 한다. 기막힌 아이디어다.

 

 

 

 

그가 메리골드를 심는 동안 감자와 마늘 메리골드에도 물을 충분히 주었다. 마늘과 감자가 밑이 들기 시작할 때는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 했다. 캐나다 산 마늘이 거름도 주지 않았는데 통통하게 크고 있다. 금년에는 감자도 예년에 비해 잘 크고 있다고 했다.

 

 

 

 ▲산밭에 심을 산마늘, 잔대, 곰취, 영아자.

산밭에 산마늘, 영아자, 곰취나물, 잔대 모종을 심었다. 금년에 처음으로 건너편 잣나무 숲이 우거진 산밭에 산나물 종류를 심어보기로 했다고 한다. 잣나무 숲을 바라보면 곧 숲의 정령이라도 나올 듯 울창하고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고라니와 멧돼지가 수시로 출현하여 밭을 헤집기도 한다.

 

화천 산천골 농장에서 주문을 한 것인데 내년부터는 직접 씨를 받아 재배를 할 것이라고 한다. 곰취와 영아자, 잔대는 쌈용으로, 산마늘(명의나물)은 장아찌용 사용한다고 한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그래서 홍 선생님 부부를 모시고 점심을 하기로 했다. 그는 왕초보 농사꾼에게 너무 유익하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농사에 관한 한 그는 나의 스승이다. 철학을 전공한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마음이 매우 넓어졌다고 한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니 홍 선생님 부부를 모시고 점심을 하고 싶은데요?"

"하하, 스승이라니 별말씀을요. 아내가 요양원에 체조 강의를 갔는데 시간이 있는 줄 모르겠는데요? 전화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그는 의외로 매우 순수한 면이 있다. 스승이라는 말을 듣자 그는 얼굴을 붉어졌다. 마침 사모님이 점심시간에 시간을 낼 수가 있다고 하여 군남면에 있는 막국수 집에서 홍 선생님 부부와 우리 부부 넷이서 막국수로 점심을 했다.

 

나는 아침에 집을 출발 할 때 항상 그를 스승의 예를 갖추고자 노력한다. 그가 나보다 나이는 12년 낮지만 그는 나의 농사 스승이다. 배움은 나이가 필요 없다. 세 살 먹은 아이한테도 배울 때에는 마음을 낮추어야 한다. 60여 가지 작물을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에게 나이 많은 학생을 받아들여준 그가 고맙다. 스승의 날을 맞아 그에게 감사를 드린다.

 

 

 

해땅물 자연농장엔 이제 봄이 한창이다. 봄맞이 꽃이 앙증스럽게 여기저기 피어 있고, 노란 애기똥풀이 수채화처럼 계곡을 장식하고 있다. 민들레 홀씨가 탁구공처럼 부풀어 오르며 바람에 날려갈 태세를 취하고 있다. 항차 집을 지을 터라는 곳에 거대하게 서 있는 신나무에도 연두색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뻐구기 소리가 점점 잦아지는 해땅물 자연농장 산자락에는 이제야 봄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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