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골프스위처럼 천천히 회전하세요-올바른 예초기 사용법

찰라777 2013. 6. 25. 06:43

"골프스윙처럼 천천히 회전 하세요"

-올바른 예초기 사용법

 

오늘은 예초기로 풀을 깎기로 하였다. 집에 있는 예초기를 가지고 갔는데, 사실 나는 예초기를 별로 사용해보지도 않았고, 제대로 사용할 방법도 모른다. 그래서 예초기롤 풀을 깎고 나면 팔다리가 엄청 아프다. 그것은 기계에 대한 두려움과 올바른 예초기 사용법을 모른 탓이다.

 

해땅물 자연농장은 각 밭으로 가는 길에 풀이 길게 돋아나 있고, 논에도 풀이 길게 돋아나 있다. 25일 날 모내기를 하려면 논의 풀을 모두 깎아주어야 한다. 나는 우선 논두렁과 밭두렁에 난 풀을 깎기로 했다. 논두렁 밭두렁에 난 풀도 다 깎는 것이 아니고 갈대는 남겨놓아야 한다고 했다.

 

 

▲예초기 작업 시범을 보여 주고 있는 홍 선생님

 

내가 예초기를 작업하는 모습을 보더니 홍 선생님은 올바른 예초기 사용법이 아니라고 하며 자세하게 시법을 보여 주시고, 지도를 하여 주셨다. 우선 예초기는 안전이 최고이므로 안전사고에 각별히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 홍 선생님도 처음 예초기롤 풀을 벨 때 나와 똑같은 초보자였다고 한다.

 

산소에 풀을 베는 작업을 하러 다녔는데, 예초기를 능수능란하게 벨 수 있는 사람은 하루 품삯이 150,000원인데,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갈퀴로 베어낸 풀을 긁는 작업을 하는데, 하루 품삯이 50,000원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예초기 작업이 서툴러 갈퀴부대를 하다가 나중에는 예초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게 되어 150,000원의 품삯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가르쳐 준 올바른 예초기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1. 안전모, 복장, 장갑, 장화, 안경 등 복장을 단단하게 착용한다.

2. 풀을 깎을 곳을 미리 살펴보고, 돌, 깡통 등 장애물을 사전에 제거한다.

3. 각 볼트, 너트 등이 느슨히 풀려 있는지, 특히 칼날 조임 너트 및 기어 케이스 조임 나사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헐거울 때에는 단단히 조여 준다.

4. 칼날은 날이 잘 손질된 것으로 이가 빠지거나, 금이 가 있거나, 구부러져 있는 등,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고, 이상이 있을 때에는 절대로 사용하지 말고, 새날로 교체를 한 후 사용한다.

5. 칼날 조립 후 손으로 회전시켜 <떨림>이나, <이상음>이 있을 때에는 회전 중 진동이 발생하므로 완전히 수리 한 후 사용한다.

6. 예초기 시동을 걸 때 왼손으로 날 부분을 잡고 왼발로는 주 손잡이를 단단히 누르고 칼날이 지면에 닿지 않도록 한 후 시동 끈을 당긴다.

7. 예초기가 시동이 걸리면 왼손으로 날 부분을 잡은 채 오른손으로 예초기를 등에 맨다.

8. 날이 돌아가는 순방향으로 풀을 천천히 베어낸다.

9. 주변에 사람은 15m~20m 거리를 두어야 한다(예초기 날이 날아가거나, 돌이 튀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10. 만일 돌 등에 부딪치거나 풀에 감길 경우 엔진을 끄고, 칼날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사용한다.

11. 예초기를 사용하고 있는 중에 다른 사람이 접근을 할 경우에는 15m 이상 떨어져 있는 곳에서 신호를 보내 엔진을 끈 후 전방으로 접근하게 한다.

12.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 야간에는 사용을 금한다.

13. 예초기 작업을 할 때에는 팔 힘만으로 하지 말고 몸 전체로 균형을 잡으면서 회전하며 작업을 한다.

 

 

▲풀을 베어내기 전 논두렁, 밭두렁

 

▲풀을 베어낸 후 논두렁

 

나는 풀을 베기 전에 풀들의 자연령들에게 밀 양해를 구했다. "오늘 부득이 풀을 좀 베어내겠습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을 내기 위해 논두렁과 밭두렁에 긴 풀을 뽑지 않고 베어내기만 하겠습니다. 자연령이시여, 자연령을 주관하시는 데바의 신이여 양해를 하여 주소서." 주의 사항을 듣고, 자연령과 데바의 신에게 기도를 한 후 풀을 베어 나갔으나 여전히 팔에 힘이 들어갔다.

 

"팔에 힘을 빼고, 골프 스윙을 하듯이 몸 전체를 천천히 회전하세요."

 

골프스윙을 하듯이란 말에 나는 팔에 힘을 빼고 몸 전체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천천히 회전하여 보았다. 지면과 칼날과의 거리는 약 20cm 간격을 유지하고 몸을 유연하게 회전을 하자 풀이 잘 깎여 나갔다. 예초기는 참으로 위험한 기계이다. 무차별 사격을 하듯이 베어내는 칼날에 풀들이 얼마나 아플까?

 

▲풀을 베기전 밭두렁

 

▲풀을 베어낸 후 밭두렁

 

"그래도 우린 그만하기 다행이랍니다. 이웃집 밭두렁에는 원자폭탄 같은 제초제를 뿌리는 바람에 뿌리까지 통째로 친구들이 죽어가고 있답니다. 뿌리를 남겨주시고, 몸통만 베어 내주시는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을 하여야지요."

 

 

▲제초제를 뿌린 다른 밭두렁. 얼마나 독하면 뿌리째 죽어갈까?

 

풀들은 그렇게 대답을 하는 것 같았다. 밭두렁과 논두렁길의 풀을 다 베어내고 나니 온 몸에 담이 베인다. 풀들의 아픔에 비하면 이 정도의 수고야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길은 뚫렸지만 단풍잎돼지풀, 개망초, 크로버, 쑥 등 풀들이 초개처럼 힘없이 떨어져 나가며 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