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장독대에 달맞이꽃이 퍽퍽 터지네!

찰라777 2014. 7. 23. 05:25

장독대 달맞이꽃이 퍽퍽!

 

 

밤이 오면 달맞이꽃이

장독대에서 우산을 펼치듯

퍽퍽 소리를 내며 터진다

 

온 몸에 노란 물이

들 것만 같은 꽃잎

달맞이꽃을 바라보면

눈썹까지 노래지고 만다.

 

누굴 그리도 사랑하다가

저토록 노래졌을까?

누굴 그토록 기다리가

저토록 노래졌을까?

 

 

달이 뜨면 달맞이꽃이

장독대에서 우산을 펼치듯

퍽퍽 소리를 내며

님을 맞이한다.

-찰라의 자작시

 

 

 

 

 

 

 

 

 

올해도 어김없이 장독대에 달맞이꽃이 피어났다. 저 시멘트 바닥에 어떻게 저런 아름답고 부드러운 꽃이 피어날 수 있을까? 딱딱한 시멘트 바닥을 뚫고 홀연히 피어난 달맞이꽃을 보면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남성이 여성을 이길 것 같지만, 내면의 세계에서는 이미 남성은 여성에게 지고 있다. 뱃속에서부터 여성인 엄마의 젖을 먹고 자라난 남성은 이미 여성의 포로가 되어 있는 것이다.

 

해마다 밤이 되면 달맞이꽃은 장독대에서 달을 바라보며 퍽퍽 소리를 내며 피어난다. 그리고 아침 해가 떠오르면 점점 오므라들었다가는 밤이 되면 우산을 펼치듯 퍽퍽 소리를 내며 다시 피어난다. 길을 가다보면 논두렁 밭두렁에 흔히 피어나는 꽃이지만 금가락지 장독대에 피어나는 유독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달맞이꽃을 바라보면 금세 눈썹까지 노래지고 만다. 그리고 7~8월 내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달맞이꽃은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 길가 둑에 엎드려 잎을 내다가 다른 잡초들과 어울려 고개를 쑥 내밀고 이토록 아름다운 꽃을 피워준다.

 

한자로는 ‘월견초(月見草)’라 부르는 달맞이꽃은 일본에서는 ‘석양의 벚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달맞이꽃은 어린 시절부터 죽어서까지 자신의 온 몸을 인간에게 내어준다. 한여름 지천에 피어나는 흔한 꽃이지만 2년생인 달맞이꽃은 꽃부터 뿌리까지 약으로 쓰인다.

 

 

 

 

애절함의 상징으로 시와 노래 가사에 자주 인용되는 달맞이꽃은 그 애절함만큼이나 몇 가지 애틋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인디언 추장의 아들을 사모하다가 죽어서 달맞이꽃으로 변한 로즈라는 아가씨의 전설을 알고 나면 달맞이꽃의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옛날 태양신을 숭배하는 어느 인디언 마을에 로즈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살았다. 그 마을 사람들은 무척 강인해 태양신을 숭배하면서 주로 낮에 활동했다. 그러나 유독 추장의 아들인 로즈는 낮보다 밤을 더 좋아했고, 태양보다도 달을 더 좋아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결혼 축제가 열리는데, 총각들 중에서 전쟁에서 크게 활약하였거나 사냥을 잘하는 사람부터 마음에 드는 처녀를 고를 수 있고, 청혼을 받은 처녀는 그 총각을 거역할 수 없었다.

 

 

 

어느 축제가 열리던 날, 로즈는 추장의 작은 아들을 몹시 기다렸다. 그러나 추장의 아들은 로즈와 1년 동안 사귀었는데도 옆의 다른 처녀를 선택하고 말았다. 화가 난 로즈는 다른 남자의 청혼을 뿌리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곧 병사들에게 붙잡힌 로즈는 규율을 어겼기 때문에 귀신의 골짜기로 즉시 추방되었다. 추방된 로즈는 그 곳에서 달을 추장의 아들이라 생각하면서 밤이면 밤마다 사모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후 자기의 잘못을 깨달은 추장의 작은 아들은 사람의 눈을 피해 로즈가 있는 곳을 찾아 나서서 큰 소리로 로즈를 불렀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만 그는 희미한 달빛에 비친 한 송이 꽃을 보았을 뿐이었다. 2년 만에 죽은 로즈는 죽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달맞이꽃으로 변하여 밤이면 언제나 달을 보고 피어났던 것이다.

 

 

이토록 애절한 전설을 간직한 달맞이곷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2년생 초본이다. 추장의 아들을 사랑하다가 2년 만에 죽어서 달맞이꽃으로 환생을 한 로즈의 애틋한 사랑과 괘를 같이하고 있다. 로즈의 분신이 지금 금가락지 장독대에서 환생을 하며 피어나고 있다. 그 노란 꽃잎 속으로 벌 한마리가 날아든다. 저 벌은 뒤늦게 뉘우친 추장의 아들일까?  

 

 

 

 

 본래 북미 인디언들이 약초로 활용했던 꽃이다. 인디언들은 달맞이꽃의 전초를 물에 달여서 피부염이나 종기를 치료하는 데 썼고 기침이나 통증을 멎게 하는 약으로 달여 먹기도 했다.

 

 

감기로 인한 인후염이나 기관지염이 생기면 뿌리를 잘 말려 끓여 먹기도 했다. 피부염이 생겼을 때는 7~8월의 달맞이꽃잎을 생으로 찧어 피부에 바르면 좋다. 여성들의 생리불순과 생리통 경감에 도움이 되며, 지방조직을 자극하여 연소시킴으로 중년 이후 비만자들에게도 좋다. 10월에 달맞이꽃 씨를 내어보면 겨자보다 몇 배나 작은 알갱이들이 터져 나온다. 그것을 모아서 달맞이꽃 기름을 낸다. 아토피성 질환을 완화해주고 피를 맑게 하며 관절염을 예방한다.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저해하고 당뇨병에 좋다는 감마 리놀레산이 많다고 하여 달맞이꽃씨 기름이 조금씩 인기 상승 중이다. 달맞이꽃씨앗 기름에는 인체에서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지방산인 리놀산과 리놀렌산, 아라키돈산 같은 필수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감마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는 자연계에서는 모유와 달맞이꽃씨앗 기름에만 들어 있다.

 

 

 

봄에 나오는 모든 새순들은 음식 재료가 된다. 겨울을 이기고 나왔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다. 냉이나 달맞이꽃, 꽃다지들이다. 겨우내 땅속에서 뿌리로 남아 있다가 잎을 내는 것들을 봄나물로 캐어 밥상에 올리는 것이다. 7월이 되면 피어오른 달맞이꽃을 먹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에는 밤에 활짝 피어 있던 꽃의 잔영을 볼 수 있다.

 

 

 

물기에 젖은 풀 향기를 맡으며 달맞이꽃을 소복하게 따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먹는다. 먼저 꽃잎차를 만든다. 꽃잎을 소쿠리에 담아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말려 유리병에 넣어두었다가 차로 만들어서 마신다. 이른 아침에 딴 꽃을 접시에 담아 샐러드로 먹어도 좋다. 아침밥상이 갑자기 화사하고 싱그러워진다. 남은 것이 있으면 튀김옷을 입혀서 기름에 살짝 튀겨 아이들 간식으로 주어도 좋다. 별로 권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참고문헌 : 네이버 지식백과 달맞이꽃 -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되었나? - 월견초(月見草)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약이 되는 잡초음식, 2011.12.16, 도서출판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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