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맑음
나는 작년부터 정자 옆에 작은 코스모스 동산 하나를 꿈꾸어 왔다.
그리고 코스모스 씨 몇 알을 느티나무 주위에 뿌렸었다.
작년에는 불과 몇 포기 피어나지 않았는데
금년에는 정말로 내가 원하는 대로 정자 옆 느티나무 주변에 작은 코스모스 동산 하나가 생겼다.
비록 토평에 핀 수백만송이 코스모스가 아니더라도
난지도 하늘공원에 핀 키 크고 아름다운 코스모스가 아니더라도
내 작은 정원에 아담하게 핀 코스모스 동산이 이렇게도 나를 기쁘게 해줄 줄이야!
이 작은 코스모스 동산 하나가 집안 분위기를 확 바꾸어 놓고 말았다.
나는 마치 <비밀의 화원>에서 코스모스를 몰래 훔쳐 보는 것처럼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가냘픈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비밀의 화원>을 쓴 작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심은
산호 핑크색 장미정원이 아닐지라도
이 작은 코스모스 동산은 내게는 매우 값진 것이다.
꽃이 별로 없었던 금가락지 정원에 내가 원하는 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며
나만의 <비밀의 화원>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버넷은 말했다.
"정원이 있으면 미래가 생기고, 미래가 있으면 당신은 살아난다."고.
비록 버넷이 임차했던 요크셔의 메리탐 홈처럼
거대한 저택에 화려한 장미정원이 없더라도
소박하고 작은 이 코스모스 동산이 더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버넷처럼 산호 핑크색 장미나무 300그루를 심어 장미정원을 만들지 못할지라도
나는 이 작은 코스모스 동산으로 족하다.
버넷처럼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비밀의 화원>이나 <소공자>를 쓸 수는 없을지라도
맑고 푸른 하늘에 하늘거리는 작은 코스모스 동산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놓고 지기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족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작은 정원 하나가 있는 한
나에게도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며칠 집을 비운 사이 멧돼지가 텃밭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리고, 벼룩잎벌레가 배추를 몽땅 벌구멍으로 뚫어놓아 버려, 이를 수습하느라 포스팅을 할 새가 없었습니다. 에그~ 전원생활의 낭만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니까요. 김장배추, 갓씨, 무씨 등 다시 사다가 심긴 했지만 견뎌날지 의문입니다. 군 환경과에 멧돼지 신고를 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네요. 밤에는 밖았출입을 삼가고, 대문을 걸어 잠가놓고 있답니다. 녀석의 주둥이 힘이 어찌나 딱딱한 땅을 약 50cm나 파 뒤집어 놓고 있어요.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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