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농부에게 가장 풍성함을 안겨주는 계절이다. 물론 가을 걷이때문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바빠도 풍성한 수확은 한해의 농사를 짓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모든 나무와 곡식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결과물을 땅으로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한해동안 꽃을 피우고 생장을해서 열매를 맺고, 그리고 미련없이 그 열매와 잎새를 대지로 떨쳐내려 겨울을 준비한다. 비가 온후의 가을풍경은 더욱 그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노란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뒹구는 낙엽, 봉오리 맺히는 국화, 황금색으로 색칠을 해가는 뽕나무 잎새, 푸른 가을 하늘, 수확을 마친 율무밭의 흔적, 그리고 수확을 기다리는 콩밭.... 가을풍경은 내 마음을 편하게, 그리고 풍성하게 해준다. 그런 가을 길을 산책하는 마음역시 풍요롭다. 곧이어 겨울이 오겠지만 자신들의 결과물을 미련없이 내주는 만물의 모습은 항상 나를 숙연하게 만든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도토리를 주어 말려 파우다를 만들고, 우수수 떨어져 내린 대추를 말려 조각을 내서 신문지에 말리는 풍경은 더없이 마음을 풍성하게 해준다. 자연이 아니면 그 누가 이런 선물을 해주겠는가? 자연은 어머니의 신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풍성한 먹거리를 주고 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도토리 파우다로 도토리 묵을 해먹고, 말린 대추를 보관했다가 대추차를 귾여 먹는다. 나는 가을의 정취를 마시는 것이다. 자연의 기운을 마시는 것이다. 자연의 정신을 마시는 것이다. 오, 아름다운 자연이여! 위대한 자연이여!
'국내여행 > 섬진강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상에 걸리고만 상추, 살아날까? (0) | 2015.04.09 |
---|---|
혜경이 엄마로부터 온 김치와 흰떡 (0) | 2011.12.09 |
즐거운 지옥, 서울로... (0) | 2011.11.23 |
여보, 우리 다시 희망을 이야기해요! (0) | 2011.11.22 |
수평리를 떠나 던 날 (0) | 2011.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