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환영을 나온 소녀
다정한 인간 띠를 형성한 환영인파
▲맨발로 환영을 나온 소녀
10월 29일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쾌청했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꾸러미들 을 버스에 싣고 학교로 출발했다. 더먹에서 학교로 가는 길은 4년 전보다 훨씬 상태가 좋아져 있었다. 그 때는 길이 패이고 무너져서 인근 농가에서 삽과 곡괭이를 빌려다가 길을 보수해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험했다.
버드러칼리학교에 도착하니 교문에서부터 아이들이 양쪽에 길게 도열을 해서 우리를 환영을 해주고 있었다. 박수갈채를 보내주는 학생들 사이로 걸어가기가 쑥스러울 정도로 열렬하게 환영을 해주었다. 우리가 이렇게 환영을 받을 만큼 대단한 일이라도 했단 말인가?
순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진실로 우리를 환영해주는 눈빛을 보여주고 있었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 눈의 표정을 보면 그 사람의 진실을 알 수가 있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에 내 마음이 비추이는 것 같았다.
▲쿠마리(네팔의 살아있는 여신0 복장을 한 소녀들의 환영을 받으며 학교로 들어갔다. 쿠마리 복장을 하고 꽃을 선물하는 것은 네팔에서 가장 귀한 손님에게만 한다는 환영행사이다.
화려하게 쿠마리(네팔의 살아있는 여신) 복장을 한 소녀들이 황금빛 꽃병에 금송화를 받쳐 들고 우리들에게 한 송이씩 선물했다. 네팔에서는 가장 귀한 손님에게 이렇게 쿠마리 복장을 한 소녀들이 꽃을 선물한다고 한다.
하나같이 예쁘고 정말 여신처럼 생긴 성스러운 모습이었다. 한 소녀는 맨발인 채로 다소곳이 걸어왔는데 그 모습이 퍽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다른 소녀들은 모두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얼굴이 둥글고 순진하게 생긴 소녀는 그냥 맨발인 채로 걸어왔다.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자꾸만 그 소녀의 맨발로 눈길이 갔다. 신발이 없어서 신지 못했을까?
▲다정한 인긴 띠를 형성한 아이들의 환영 인파
아이들이 도열한 긴 인간터널을 지나 학교 운동장에 도착을 하니 수천 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운동장 잔디밭에 모여 있었다, 아마 이 고을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나오지 않았을까? 어디서 이렇게 진솔하고 성대한 환영을 받아 볼 수 있단 말인가? 마치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모여 따뜻한 인간 띠를 형성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무언가 가슴 뭉클한 덩어리들이 목젖을 타고 수없이 흘러 들어갔다.
운동장에는 환영행사를 위한 작은 연단을 만들어 놓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 지역 유지들과 연단에 배치된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부분 햇볕이 쨍쨍 뇌리 쬐는 운동장 바닥에 앉아있었다. 우산을 쓴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아마 우산이 이들에게는 귀하기도 하겠지만 우산을 쓰면 손님을 맞이하는 데 누가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