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산 떡국 1월 1일 남양주시 황금산에서 새해 해돋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지금동 자원봉사자들이 떡국을 퍼주고 있다.
영하 10도! 날씨가 너무 춥다!
날씨가 너무 추워 요즈음 연천에 머물지 않고 아이들이 살고 있는 남양주시 도농동에 머물고 있다. 새해 아침 딱히 갈곳도 마땅치 않고 해서 남양주시 지금동에 위치한 황금산에 올랐다. 황금산은 구리 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이다. 낮은 야산이지만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 예봉산(683)을 비롯하여 검단산(657), 천마산(812)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불암산(508). 수락산(638). 도봉산(740)이 보인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길게 흘러가는 한강을 따라 아차산과 잠실지구, 서울시가 한 눈에 바라보인다.
눈이 아직 녹지 않아 매우 미끄럽다. 보폭을 좁게 하고 여명이 채 밝지 않은 산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정상에 오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와아,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리다니, 놀랍다! 역시 한국인들은 역동적이고 부지런하다.
▲ 황금산으로 해돋이를 맞이하러 가는 사람들
▲ 황금산에서 해돋이를 맞이하는 사람들
그런데 정상에 오른 사람들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을 들고 뭔가 먹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떡국이다. 웬 떡국? 이 많은 사람들에게 누가 떡국을 퍼주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떡국을 받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어디서 왔는지 자원봉사자들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큰 통에서 떡국을 떠서 나누어 주고 있다. 또 그 옆에는 커피, 녹차, 율무차 등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새해아침 떡국을 퍼주는 사람들
우선 줄을 서서 떡국 한 그릇을 받아 후르륵후르륵 마셨다. 뜨거운 떡국을 먹고 나니 추위에 얼었던 몸이 훈훈해진다. 원,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 추운 날 떡국을 끓여서 나누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더구나 자동차도 올라 올 수 없는 이 산꼭대기까지 저 많은 떡국을 어떻게 운반을 했을까? 떡국을 끓이려면 물도 가져와야 하고, 화덕과 그 많은 그릇들도 운반해야 할 텐데... 너무나 고맙기도 하고 궁금해서 떡국을 퍼주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 한분에게 다가가 물었다.
▲ 새해 아침 황금산에서 공짜로 맛있게 먹은 떡국
"수고 많으십니다. 어디서들 나오셨지요?"
"네, 저희들은 지금동 사회단체협의회에서 나왔어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떡국을 어떻게 운반하셨나요? 자동차도 올라올 수 없는 길인데?"
"네, 우리 봉사자들이 모두 이고 지고 올라왔지요?"
"도대체 몇 인분이나 가지고 오셨기에…"
"한 800인분 정도 가져왔는데 벌써 다 떨어져 가네요. 허허."
남양주시 지금동 사회단체협의회에서 새해 해돋이를 맞이하러 온 사람들에게 5년 째 떡국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훈훈한 풍경이다. 새해맞이 해돋이를 여러 곳을 가보았지만 떡국을 얻어먹기는 처음이다. 역시 한국인은 정이 많은 나라이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가족끼리, 친구끼리, 남녀노소가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떡국도 먹고, 커피고 마시고 새해 덕담을 나누며 새해를 밝히는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소원을 적은 리본을 만들어 데크 난간에 걸기도 했다.
▲ 새해 희망을 적어서 달고 소망을 기원하고 있는 사람들
8시 1분, 예봉산(683)에서 해가 솟아오르자 모두가 태양을 향해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해돋이를 맞이했다. 황금빛 찬란한 태양이 솟아오르더니 온 누리를 황금색으로 물들였다.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도 황금빛으로 변했다. 야호를 외치는 사람,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는 사람,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사람들도 모두 황금빛으로 변했다.
▲ 황금산 일출 1월 1일 사람들이 남양주시 황금산에서 해돋이를 맞이하며 환호를 지르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소외계층을 돕는 한해기 되었으면...
황금산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새해아침 황금으로 변하는 황금산! 아하, 그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황금산을 오르는 모양이다. 처음 황금산을 오른 나는 왜 이렇게 낮은 황금산을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지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황금산 새해일출
저 황금빛 태양을 바라보며 자신의 소원을 기원하고, 가족의 건강을 빌고, 또 부자가 되기를 바라기도 하겠지. 오늘 따라 태양이 더욱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 황금산 새해일출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떡국을 퍼주는 사람들처럼 서로 돕고 사랑하며, 힘들고 어려운 소외계층을 돕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추운 날 황금산에 올라 소박한 희망을 외치는 사람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