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장인어른 추도식차 용산에서 기차를 타고 목포로 가는데
차창밖에 펼쳐지는 설경이 장관이었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모습이
러시아 벌판을 달려가는 기분이 들더군요.
끝없이 펼쳐지는 설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영화 닥터 지바고가 된 기분이 듭니다^^
용산역에서 KTX를 탔는데 원래 가기로 했던 기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다른 열차가 왔어요.
그런데 좌석이 뒤죽박죽되어 일반석 역방향이었던 우리 좌석이 특실로 둔갑을 했지 뭡니까?
이거 살다 보니 이런 횡재를 만나기도 하네요.
넓은 좌석에 다리 쭉 뻗고 편하게 목포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포역에 도착을 하여 시렁에 올려 놓은 외투를 입으려고 하는데 내 외투가 없고 다른 외투가 하나 놓여 있었어요.
엇, 다른 사람이 내 외투를 입고 가버린 것입니다.
마침 주머니에 명함이 하나 들어 있어서 연락을 했는데 잘못 입고 갔다는 겁니다. ㅋㅋㅋ
그럴 수도 있겠지요.
목포역에 내리니 눈이 엄청 내려 있었어요.
54년만에 가장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하내요.
배가 고파왔어요.
각하가 껄죽한 것을 먹고 싶다고 하여 <독천식당>으로 낚지 볶음을 먹으려고 택시를 타고 호남동에 있는 독천식당에 도착을 했는데 전화가 왔어요. 외숙모가 팥죽을 끓여 놓았으니 빨리 오라는 전갈입니다. 그래서 독천식당을 지나쳐서 외숙모가 기다리는 선그린으로 갔어요~
이거 계속 엇박자의 날이네요..
그런데 각하가 택시에 가방을 두고 내렸지뭡니까?
밖으로 나와 빠져나가는 택시를 부르니 마침 되돌아 왔어요.
뒷좌석에 둔 가방을 되찾았지요...
ㅋㅋ 엇박자의 연속이지만 찾아서 다행이지요^^
우리는 외숙모가 차려준 팥죽과 메생이 국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ㅋㅋ
목포역에 쌓인 눈
장인어른 산소는 오룡산이 바라보이는 일로에 있어요.
처남과 함께 산소에 다녀오는데 눈이 작란이 아니네요
철로를 뜯어내고 새로 4차선 도로를 뚫어 놓았는데
고향산천이 많이도 변해 있었습니다.
일로에 있는 장인어른 산소에 참배를 하고 오는데
오룡산과 인의산 덕임산 설경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목포에서 일로로 가는 길
인의산
장인어른 산소에서 바라본 오룡산
저 산이 밑이 찰라의 고향입니다.
눈덮인 용포 오룡산
이 산 밑에서 찰라가 태어났어요~
언제나 가고픈 고향입니다.
고향마을에서 바라본 덕임산
저녁에는 처남식구들이 다 함께 한 자리에 모여 장인어른 추도식을 지냈습니다.
벌써 돌아가신지 27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네요.
세월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네요.
장인어른 제사 덕분에 흑산 홍어도 먹고
오랜만에 처가집 식구들이 모여
돌아가신 정인어른의 덕담으로 밤 늦게까지 회포를 풀었습니다.
제사란 이래서 좋은가 봅니다.
흩어진 모든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안부도 묻고 ....
고향소식도 듣고....
고향산천도 돌아보고....
원숭이나 코끼리도 세상을 뜰때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숲으로 찾아간다고 합니다.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동물들은 연어처럼 회귀 본능이 있습니다.
인간도 매 한가지이지요.
고향을 잃어버리고
조상을 잃어버리면
우리네 삶은 참으로 삭막해질 것입니다.
찾아갈 고향이 있고
섬길 조상님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
이렇게 맛난 홍어도 조상님 덕분에 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계속 엇박자로 시작되는 날이었지만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내 외투를 잘 못 입고간 그 사람과 연락을 했습니다.
광주에서 일을 보고 서울 가면 택배로 보내준다고 하네요...
다행이 명함이 한장 들어 있어서 연락을 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인연이 되겠지요.
다음날 오후에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는데 눈이 거의 다 녹아 있었어요.
자연의 변화란 이렇게 무상하네요~~
우리네 삶도 이 자연처럼 무상하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겨울 기차여행은 더욱 생각이 많아 지는군요.
올해도 이제 다 지나가고 있네요.
즐거운 성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눈이 녹아버린 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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