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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 날, 시토울라씨의 간절한 기도

찰라777 2015. 5. 27. 08:26

가족과 함께 향운사를 찾은 케이피 시토울라 씨...

 

네팔이 고향인 케이피 시토울라 씨의 마음은 요즈음 착잡하기만 하다. 네팔은 부처님이 태어나신 나라이다. 그런데 지난 425일 규모 7.9의 강진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피해가 눈사태처럼 커지고 있다. 사망자 수가 8,000명을 넘어섰고, 게다가 장마철인 몬순(Monsoon)이 다가오고 있어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시토울라 씨는 눈만 감으면 고국의 무너져 내린 산천이 어른거려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다고 한다. 부처님오신 날, 그는 산란해진 마음도 달랠 겸 어린 아들 수빈, 딸 수미나의 손을 잡고 수유리 4.19국립묘지 근처에 있는 작은 암자를 찾았다 

 

 

 

서울 도심에 큰 절이 많이 있는데도 그가 토굴 같은 허름한 암자인 향운사를 찾은 것은 그 암자와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원래 종교는 힌두교이지만 한국에서 20년 넘게 생활을 하는 동안 불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부처님오신날 제등행렬에도 매년 참가하고, 부처님이 태어나신 나라가 인도가 아니고 네팔이라는 홍보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는 6년 전부터 매월 향운사 소속 한국자비공덕회 법회에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다. 그리고 몇 해 전 향운사에서 '석정'이란 법명을 받았다. 한국자비공덕회는 남을 위해 기도하는 작은 모임으로 그는 한국자비공덕회가 자신의 고향 네팔 버드러컬러 학교에 장학금을 후원하는 사업을 연결해주기도 했다.

 

 

 

 

그는 불기 2559년 향운사 봉축 법요식에서 대표로 발원문을 낭독 했다. 부처님께 꽃을 바치고, 관불의식도 정성스럽게 참여를 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봉축행사를 참여하는 그의 자세는 매우 진지하고 간절하게 보였다

 

아버지와 함께 법요식에 참여한 그의 아들과 딸도 정성스럽게 합장을 하며 기도를 올렸다. 그들의 간절한 기도를 부처님을 알아주실까?

 

 

 

이 날 향운사에서는 네팔지진희생자 돕기 특별모금을 실시했다. 봉축 법요식이 끝나고 향운사 지상스님은 즉석에서 시토울라 씨에게 모여진 성금을 전달했다. 작은 성금이지만 오늘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정성이 모아진 성금이다. 

 

지난 425일 네팔에 지진이 발생한 이후, 시토울라 씨는 그 누구보다도 바쁘게 보내고 있다. TV방송에도 수차례 출연을 하고, 조계사와 도선사 등의 사찰과 광화문 광장에서 틈나는 대로 교민들과 함께 네팔 지진피해자 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운동을 펼쳤다. 그는 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고국을 돕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고 했다

 

봉축 법회가 끝난 후 시토울라 씨를 만나 잠시 그와 대담을 하며 그의 안타까운 심정을 들어보았다.

 

"네팔 사람들은 대부분 힌두교를 믿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 아이들과 함께 향운사를 찾은 사유는?"

 

", 원래 저의 종교도 힌두교인데요. 네팔이 부처님이 태어나신 나라인데도 네팔사람들이 부처님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부처님이 태어나신 나라가 네팔이라는 교육적인 마음도 새겨 줄 겸 향운사를 찾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는 시토울라 씨의 모습이 매우 간절해 보이던데..."

 

"세상에는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에 네팔에서 일어난 대지진도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큰 재앙인 것 같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와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잠이 잘 오지 않고 가슴이 아파요. 그러나 어려움에 처할수록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도를 하며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부처님께 네팔의 지진피해가 하루 속히 복구가 되고, 멀리서나마 우리 네팔 사람들이 마음의 평정을 찾도록 도와달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렇군요. 지진피해가 하루속히 복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도 열심히 하시는 것 같은데요."

 

 

 

". 우리 주한네팔교민들도 작지만 함께 힘을 모아 지진 피해 희생자를 위한 모금운동을 틈틈이 전개를 하고 있어요. 특히 5월 달에는 부처님오신 날을 맞이하여 각 사찰에서 불우이웃돕기 행사도 많이 벌리고 있어.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함께 동참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한교민들이 스스로 모금운동을 벌여 모아진 성금은 약 5천 만 원 정도 됩니다."

 

"많이 모으셨네요. 그 성금을 어떻게 사용하실 계획인지요?"  

 

"지금 네팔은 지진으로 가옥이 50만 채 이상이 부서져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거리에서 지내고 있어요.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주거가 안정이 되지 않아 사람들의 고통이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비록 작은 성금이지만 이 달 말경에 성금을 직접 들고 집을 잃을 네팔 사람들을 찾아가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지진 피해를 입은 네팔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시토울라 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오후에 광화문 광장에서 교민들과 함께 모금운동에 동참을 해야 한다고 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의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져 대지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네팔이 하루속히 복구되어 안정을 찾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