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 지난 2012년 1월 이후 중단했던 <티벳일주여행기>를 다시 연재를 하고자 합니다. 대지진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네팔과 티벳, 그리고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와 히말라야 설산이 하루 속이 안정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재를 재개합니다.
티벳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탑 쿰붐 초르덴을 향하여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라 불리는 얌드록초 호수(해발 4488m)는 참으로 신성하고 아름답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전갈모양을 하고 있어 티벳에서는 '전갈 호수'라 불리기도 한다. 얌드록초 호수가 마르면 티벳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신성시하는 호수는 물빛이 마치 터키석처럼 아름답다. 하늘에서 내려온 보석이랄까? 흰구름이 설산을 휘감으며 신비하게 빚어낸 보석이다. 낭추계곡의 쪽빛 호수는 에메랄드처럼 아름답다.
▲하늘과 호수가 맞닿아 있는 얌도록초 호수(해발 4488m)
▲설산에 둘러싸여 있는 얌도록초의 호수는 티벳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호수다.
▲낭추계곡의 쪽빛 호수
얌드록초 호수를 출발하여 2시간여를 달리니 갼체(Gyantse, 해발 3950m)가 나온다. 아침 6시에 라싸에서 8시간이 걸려 갼체에 도착한 것이다. 출발하여 8시간드높은 갼체종(Gyantse Dzong)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다가온다. 토번왕조의 전신인 얄룽왕조의 마지막 왕 팔코르찬이 만들었던 궁전을 갼체의 군주 팍파팔상뽀가 요새로 개축했다고 한다.
이 요새는 네팔 르카왕국과 라다크왕국의 침입을 막기 위해 구축되었다고 한다. 바위절벽위에 천연의 요새인 갼체종은 누구의 정복도 허용하지 않을 듯 우뚝 서 있다. 갼체는 이 요새 아래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갼체 드종(요새)
갼체는 라싸에서 260km 떨어져 있다. 네팔과 부탄에서 티베트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을 통과해야 했던 무역의 거점도시다. 티베트에서 인도로 넘어가던 차마고도 마방들이 히말라야를 넘기 전에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한 교통중심도시로 알려져 있다. 갼체는 중국의 여향이 가장 적은 도시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볼만한 곳이다. 더구나 티베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탑인 쿰붐 초르덴이 있다.
주차장에 지프를 세운 깡파는 턱으로 쿰붐 초르텐을 가리키며 이곳에서 점심을 먹은 후 사원을 잠시 구경하고 시가체로 출발을 한다고 했다. 아내와 나는 쿰붐곰파 입구 타쉬레스토랑에서 2위안짜리 국수를 한 그릇씩 먹었다. 후르륵후르륵~ 새벽에 라싸에서 출발하여 늦은 점심을 먹으니 국수 맛이 달달했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
▲펠코 초드사로 들어가는 입구
티벳의 부처님오신 날 '싸가다와'축제
국수로 주린 배를 채우고 1인당 40위안을 주고 펠코 초드(Pelkhor Chode) 곰파 입장권을 샀다. 때마침 싸가다와(Saga Dawa, 티벳으 부처님오신 날) 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사원으로 모여 들었다. 티벳은 4월 한 달 전체를 불탄월로 지정하고 있다.
티벳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 탄생일과 성도일, 열반이 모두 4월에 몰려 있다. 불탄일은 티벳력으로 4월 15일 이다. 내가 티벳을 방문할 당시에는 5월 24일이 불탄일이었다. 여기서 '싸가Saga'는 '석가모니'를, '다와Dawa'는 '달(月)'을 뜻한다. 그래서 티벳에서는 4월 한 달 전체를 성스럽게 여겨 채식과 금욕생활을 하고, 보시를 행하며 축제를 열다.
정문을 들어서니 넓은 마당이 나오고 중앙 마당을 중심으로 입추에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 앉아 있었다. 아마 갼체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다 모여 든 것 같았다.
▲입추의 여지없이 빽백하게 들어차 있는 펠고 초드사 축제현장
히말라야 영혼의 울림소리 둥첸
티베트 최대의 불탑인 쿰붐 초르덴(Kumbum Chorten) 앞 광장에서는 독수리 부리처럼 생긴 모자를 쓴 두 스님들이 자신의 키보다 더 큰 긴 악기인 둥첸을 불고 있는데 소리가 어찌나 우렁차던지 가슴까지 울리는 것 같다. 둥첸을 불고 있는 옆에는 노스님 한 분이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재미있게 보인다.
티벳 악기 둥첸(dungchen)은 울림이 깊고 우렁차다. '큰 관'이란 뜻을 가진 이 악기는 티벳을 상징하는 악기다. 주석과 놋쇠로 만든 이 관은 긴 망원경 모양이다. 짧은 것은 1.8m, 긴 것은 무려 4~6m에 이른다. 모양과 음색이ㅏ 알프스의 알프혼(Alp Hon)을 연상케한다. 오래전 나왕케촉이 한국을 방문하여 공연을 할 때 관람을 한 적이 있었는데, 깊고 낮은 둥첸의 소리는 내 영혼을 흔들어 놓고 말았다. 히말라야 설산에 울러퍼지는 둥첸의 울림은 매우 강열하고 신비롭다.
▲티벳의 전통악기 둥첸을 불고 있는 티벳 스님들. 설산에 낮고 깊게 울려퍼지는 둥첸은 티벳을 상징하는 악기다.
▲둥첸은 영혼의 울림소리 둥첸을 불고 있는 티벳 스님들.
이어서 티벳 전통악기 응아(nga, 대고)과 까링(galing, 우리나라 태평소와 비슷한 악기), 룰모(rolmo, 일종의 바라) 연주를 하자 화려안 복장을 하고 가면을 쓴 사람이 나와 요상한 춤을 추었다. 이 춤은 '참(Cham)'이라는 금강무로 악귀를 몰아내는 춤이라고 한다. 불교와 티벳의 샤머니즘이 가미 된 참은 화련한 복장과 동물모양의 다양한 탈을 쓴 일종의 가면극이다. 우리도 바닥에 앉아 잠시 공연을 관람했다.
▲티벳의 불교적인 가면춤 '참'을 추고 있는 티베스이 라마승
▲지붕위의 관람객들.
펠코 초드사(Pelkhor Chode Monastery)는 1414년 펠코 찬의 지시로 건축된 사원이다. 한때 17개 승가대학을 운영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였으나, 중국의 침략과 문화혁명을 거치며 대부분 파괴되고 현재는 쭉라캉 대법당, 쿰붐초르덴과 두 개의 승원만 남아있다.
▲높이 35m, 9층 규모의 불탑 쿰붐 초르덴. 내부에는 108개의 방이 있고 십만개의 불상이 조성되어 있다.
십만개의 불상이 있는 싱성한 불탑 '쿰붐 초르덴'
갼체의 가장 큰 볼거리는 쿰붐 초르덴이다. 높이 35미터, 9층으로 구성된 쿰붐은 티베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탑이다. 9층 내부에는 108개의 방이 있고, 10만개의 불상이 조성되어 있다. '십만탑'이라고도 부르는 쿰붐은 쿰붐은 신통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탑 안에서 한 번 경전을 한 번 독송을 하면 다른 곳에서 천 번을 읽는 것과 같은 부처님의 가피를 받는다고 한다.
티벳 사람들은 이 탑에 복을 기원하는 흰 천 카타를 바치면 부처님이 모든 업장을 소멸해 준다고 믿고 있다. 또 이곳에서 울리는 풍경소리를 한 번 듣기만 해도 짐승들이 인간으로 환생을 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푸른 창공에 금빛 판란하게 탑 앞에 서니 저절로 경배하는 마음이 생긴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탑처럼 신성하게 보인다. 한조각 흰 구름이 탑을 스처 지나간다. 순례자들은 쿰붐 초르덴을 돌며 “옴 마니 반메훔”을 수 없이 독송을 한다. 아내와 나는 웅장한 탑 앞에 서서 경건한 마음으로 합장을 했다.
쿰붐 초르덴 우측에는 대법당 쭉라캉이 있는데, 스님이 열쇠로 문을 열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스님의 안내로 내부로 들어가자 화려한 벽화가 장식되어 있다. 사진촬영은 엄격히 통제를 하고 있어 눈도장만 열심히 찍어야 했다.
대법당으로 들어가니 창건당시 불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 쭉라캉은 세 군데 법당으로 이어지는데, 이 안에는 겔룩파, 사카파, 까큐파가 평화롭게 공존을 하고 있다. 겔룩파 법당에는 9대와 10대 판첸라마의 사진이 모셔져 있다. 티베트의 역대 판첸라마들은 이곳 펠코르 초드에서 수행을 했다고 한다.
▲대법당 쭉라캉
대법당에서 밖으로 나오니 푸른 창공에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린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모여들어 옥상에서 빽빽이 들어찬다.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같이 순진무구하다. 티베트 전통의 중절모자를 쓴 할아버지들이 순박하게 웃는다. 그러나 이제 떠나야 한다. 운전사 깡파와 4시에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과 축복의 카타, 그리고 타르초로 둘러싸인 깃봉이 하늘높이 솟아있다.
카타와 타르초를 겹겹이 단 깃봉이 퍽 인상적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과 기원을 달고 하늘 높이 솟아있는 깃봉에 합장을 하고 쿰붐 초르덴을 떠났다. 우리 일행은 라싸에서 함께 조인을 한 우리 일행은 양군과 하선생, 그리고 우리 부부이다. 우리는 다시 덜덜거리는 깡파의 지프를 타고 시가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