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무시무시한 장수말벌 퇴치

찰라777 2015. 9. 8. 07:45

9월 6일 토요일 소나기

 

9월에 들어서니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군요. 이곳 연천군 임진강변은 아침에는 실내에서도 가디건을 걸치거나 밖에 나가려면 재킷을 입어야 할 정도 공기가 차갑습니다. 허지만 낮에는 한여름보다 햇볕이 더 따갑고 무척 덥군요.

 

 

 

▲ 장독대 옆 벽에 장구말벌이 집을 짓고 살고 있다.

 

그런데 오늘(95)은 소나기가 내렸다가 해가 떴다가를 반복하는 변덕스런 날씨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비가 개이자 아내는 잔디정원의 풀을 뽑기 시작했고, 나는 정원주변의 잡초들을 베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장독대 부근의 풀을 베어내는데 말벌들이 윙윙 거리며 달려드는 바람에 뒷걸음질을 치며 혼비백산 줄행랑을 쳤습니다.

▲잔디정원에서 풀을 뽑고 있는 아내가 벌을 쏘이면 큰 일이다!

 

 

다행이 벌에 쏘이지는 않았지만 모골이 송연해지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말벌들은 장독대 옆 야외화덕 위의 벽에 뚫린 구멍에서 쏟아져 나왔는데, 말벌 중에서도 몸집이 큰 것으로 보아 독성이 있는 무시무시한 장수말벌인 것 같습니다.

 

 

장수말벌은 몸길이가 보통 3~4cm로 한국산 벌 중에서는 제일 큰 벌입니다. 머리는 황색이고 가슴은 흑갈색이며, 배에는 황색 띠를 두르고 있는데, 주로 벽의 틈이나, 나무의 공동 등에 큰 집을 짓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 집에 있는 장수말벌은 정원 뒤 언덕 벽에 구멍 속에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수말벌의 독은 꿀벌의 550배?

 

장수말벌은 일반 말벌이나 꿀벌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독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수말벌의 독성은 일반 말벌의 70, 꿀벌의 550배에 해당된다고 인터넷에는 떠돌고 있지만, 일본  마츠우라씨의 1986년 논문에 의하며 일반적으로 말벌의 2~4배,  꿀벌의 30~40배정도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장수말벌은 독량이 일반 말벌의 2~4배 정도 많은데다 여러 차례 공격을 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장수말벌에 한 번 쏘이면 병원에 가야할 정도로 위험합니다. 작년에 아랫집에 살고 있는 현이 할아버지도 벌초를 하다가 장수말벌에 쏘여 며칠간을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만약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아내가 장수말벌에 쏘이기라도 하면 매우 큰 치명타를 주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 말벌을 반드시 퇴치를 해야만 합니다. 더구나 말벌집 바로 밑에는 야외용 화덕이 있어서 요리를 하기 위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서 말벌에 쏘일 확률이 매우 큰 위험천만의 지역입니다.

 

일반적으로 119에 신고를 하면 즉시 출동을 하여 말벌을 퇴치를 해주지만, 벽에 조그마한 구멍 속으로 벌들이 드나들고 있어 혼자서 퇴치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연천군 미산면 삼팔선을 넘어가는 오지에 위치한 지역이라 119도 쉽게 출동을 하기 어려운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멍 속에 몇 마리의 장수말벌이 있는지도 모른 채 혼자서 퇴치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좀 무모하기는 합니다만 몇 년 전에도 말벌을 퇴치한 경험이 있어 실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나를 극구 만류하며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내를 진정시키며 나는 말벌퇴치를 위해 완전 무장을 했습니다. 두터운 비옷을 겉에 걸치고, 마스크와 예초기용 투구를 썼습니다. 얼굴에도 빈틈이 없도록 보자기로 복면을 둘러쳤습니다. 긴 장화를 신고 고무장갑도 끼었습니다. 그리고 양손에는 에프킬러 두병을 마치 권총처럼 들었습니다. 

 

완전무장을 한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보니 내가 보기에도 다소 엽기적으로 보이는 군요. 말벌이 내 엽기적인 모습을 보고 모두 기겁을 하여 모두 도망을 간다면 굳이 살생을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여러분이 보기에도 엽기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날이 좀 어두워지기를 기다린 후 나는 드디어 말벌퇴치에 나섰습니다. 낮에는 외출을 나간 말벌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나는 말벌집 입구로 살금살금 다가가 양손에 든 에프킬러를 벌집 구멍에 대고 사정없이 방사를 했습니다. 에프킬러의 효과는 곧 나타났습니다. 에프킬러 공격을 받은 말벌들이 추풍낙엽처럼 벌집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다행이 말벌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아 퇴치에 일단 성공을 했지만 등에 식은땀이 나는군요. 그러나 에프킬러를 맞고 추풍낙엽처럼 죽어가는 말벌들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말벌도 건드리지만 않으면 쏘일 확율이 적지만 면역이 약한 아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요즈음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말벌들이 점점 극성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 추석 성묘 전에 벌초를 하실 때는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묘를 갈 때에는 말벌을 자극하는 향수나 화장품을 피하고,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지 말아야 합니다.

 

 

▲에프킬러 공격을 받고 맥을 못추는 장수말벌

 

성묘전 벌초를 할 때에는 벌의 공격에 대비해 방어용 복장을 완전히 갖추고 사전에 긴 막대기로 주변을 두들겨 본 다음 벌초를 해야 말벌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말벌에 쏘였을 때 응급조치 방법을 소방방제신문(201592일 119안전센터 소방교 윤재우) 자료에 난 내용을 인용하여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벌에 쏘였을 때 대처방법

잘못된 대처 방법 중의 하나가 벌의 공격을 받았을 때 움직이지 않고 엎드려 있으라는 경우인데 이는 독성이 강하고 집단 공격성이 강한 말벌의 경우에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한다.

 

여러 마리의 벌에 쏘이게 되면 독의 주입량 또한 그 만큼 많아져서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가 있으므로 건장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멀리 달아나야 하며 외투 등으로 얼굴, 머리 등을 보호하거나 나무 가지 등을 꺾어서 휘두르며 최대 30~50미터를 달아나면 벌집과 멀어짐으로 더 이상 추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벌에 쏘였을 때 조치방법

대부분의 잘못 알려진 경우 벌에 쏘이면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벌침을 뽑으라는 말에 의해서 벌침을 찾는다고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꿀벌이나 땅벌이 아니라 사람에게 위험한 말벌류의 경우에는 벌침이 살에 박혀있지도 않으므로 뽑을 일 자체가 없을 것이며 꿀벌에 쏘였을 경우 봉독에 대한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이거나 쏘인 부위가 아주 많을 경우에는 위험할 수가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벌침을 뽑되 벌침의 끝에 달린 창자처럼 늘어진 독샘을 누르지만 않는다면 무엇으로 뽑든지 관계가 없으되 다만 신분증이나 카드류로 피부를 살며시 긁어서 뽑으면 벌침 끝에 달린 독샘을 건드리지 않고 뽑기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벌에 쏘인 경우 봉독에 대한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이거나 그렇지는 않을지라도 벌에 쏘인 부위가 여러 곳일 경우에는 주입된 독의 양이 그 만큼 많게 됨으로 어지럼증, 두드러기,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런 경우는 과민성 반응 쇼크 증상(아나플락시스 쇼크)이므로 최대한 신속히 병원으로 가야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병원까지의 이송 시간이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될 장소라면 즉시 119에 전화하여 최대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의원이나 보건지소, 보건진료소를 문의하여 에피네프린과 항히스타민제 응급주사 처치가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고 가능하다면 1차 처치를 받고 난후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