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분홍색 김치보자기를 들고 지하철을 타다

찰라777 2015. 11. 22. 10:35

분홍색 김치보자기를 들고 지하철을 타다

 

고즈넉하기만 한 시골에서 살다가 도심에 오면 머리가 어지럽다. 사방에서 뛰뛰빵빵, 으르렁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물론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가 나름대로 매력이 있긴 하지만 한적한 시골에서 살아가는 분위기에 젖어있던 나에게는 그만 낯선 풍경이 되고 만다.

 

누워 있어도, 창문을 열어도 하늘에 별은 보이지않고 높은 콘크리트 빌딩으로 벽만 보인다. 자동차의 홍수속에 빌딩으로 숲을 이루고 있는 도심 속은 숨이 콱 막히고 만다.

 

▲김치를 싼 분홍색 보자기

 

 

오후 4시, 나는 분홍색 보자기로로 싼 김치 한통을 들고 도농역에서 지하철 탔다. 프라스틱 김치용기에 김치를 담고 단단히 밀봉을 하여 보자기에 쌌지만 김치냄새가 풍기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김치냄새는 오만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간직한 한국고유의 반찬 냄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도농역 주위 풍경

 

김치에서 가장 강력하게 풍기는 냄새는 역시 새우젓과 멸치액젓냄새다. 거기에 고추가루, 파, 마늘, 생강, 찹쌀... 등 온갖 소스가 결합되어 김장배추를 발효시키며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어디 그뿐인가? 이 김장배추는 1년 동안 농약을 치지않고 매일 보살피며 키운 내 땀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여러가지 양념을 만든 아내의 정성과 손맛이 어우러져 있다.

 

그러므로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반찬이며 냄새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 한국인은 사계절 이 김치를 매일 먹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닐까? 발효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매일 먹는 야채가 아닌가? 실제로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육십을 넘은 나를 보고 서양인들은 30~40대로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온갖 복합적인 영양소가 가미된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반찬이다.

 

한국인이라면 김치 냄새를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외국인들에게는 참기 어려운 냄새일 수도 있다. 마침 회기역에서 몇 명의 외국인들이 탔다. 그리고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내가 들고 있는 보자기에서 나는 김치 냄새를 맡았는지 다소 코를 찡그렸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다소 미안하지만 나는 김치통을 무릎에 감싸안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딴전을 피었다.

 

김치! 그 냄새도 특유하지만 온갖 복합적인 영양소가 듬뿍 든 우리 고유의 음식을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이제 외국인들도 잘 먹게 되었다. 몇 해전 서울 북촌에서 우연히 만난 독일 여행자 우테(Ute Weber)라는 여인은 한국의 김치 만들기 체험을 하기 위해 성울로 여행을 왔다고 한다. 그녀는 광주 인근 담양에서 김장담그기 체험을 했다고 하는데, 그 추억을 영웒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지금도 그녀와는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아주 특별한 김장배추의 맛'이라는 내용에 그녀는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I love Kimchi! And always remember the delicious food in Seoul."

 

한국에서 먹었던 김치맛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J선생님에게 줄 김치보자기를 앉고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그만 지하철에서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