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의 진주 스리랑카로...
날씨가 무척 춥군요. 이럴 땐 따듯한 나라에 가서 추운 겨울을 나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남인도나, 스리랑카, 몰디브, 푸켓, 세브, 다낭, 하롱베이, 보라카이, 발리... 따뜻한 남쪽나라라면 그 어디에라도 좋을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한 대신 나는 지난 2014년도에 여행읗 다녀왔던 스리랑카와 몰디브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며 마음으로라마 따뜻한 위로를 받을까 합니다.
3월 1일 오후 2시, 남인도 첸나이에서 스리랑카 에어라인에 탑승했습니다. 비행기는 남인도 타밀나두 주의 인도양 해변 상공을 날아 점점 콜롬보로 향해 날아갑니다. 아름다운 인도양의 에메랄드 빛 바다가 발아래 펼쳐져 있습니다.
간식으로 인도 향신료를 잔뜩 바른 감자채와 요구르트가 나왔습니다. 아내는 향이 너무 강하다며 아예 음식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남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내내 강한 향신료 때문에 아내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인도를 여러 차례 여행을 왔지만 이번 여행처럼 향신료가 든 음식을 먹지 못한 적은 없었습니다.
“김치에 밥 한 숟갈 떠먹었으면 딱 좋겠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스리랑카에 가면 한식집을 찾아봅시다.”
나는 며칠 동안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아내의 건강을 걱정하며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비행기는 인도 남동부의 끝자락을 날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희미하게 보이는 육지와 섬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몇 해 전 화제가 되었던 ‘아담의 다리(Adam's Bridge)'가 떠올랐습니다.
‘아담의 다리’는 1994년 미국 우주왕복선 인데버호가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 해상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저 연결선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사(NASA)는 이 다리를 ‘아담의 다리’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아담의 다리’는 실제 다리가 아니고 스리랑카 북서부 매너(Mannar)섬과 남인도 남동부 타밀나두 주의 라메스와람(Rameswaram) 섬까지 염주모양으로 점점이 이어진 45km의 사주(shoal 파도나 조류, 바람 등에 의해 모래나 자갈이 해안에서 바다로 부리처럼 길게 뻗어나간 모래부리(사취砂嘴)가 자라서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일종의 모래톱)를 말합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 다리가 지금으로부터 175만 년 전에 힌두문학의 고전인 ‘라마야나(Ramayana)에 언급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라마야나에 의하면. 라메슈와람(현재의 인도) 왕국의 라마왕자로 환생한 비슈누 신이 스리란칸(현재의 스리랑카)왕국의 마왕 라바나를 제거하기 위해 파병한 원숭이 부대의 진로를 위해 인도와 실론섬 사이의 해상에 만들었다고 알려진 것이 바로 ‘아담의 다리’라는 것입니다.
모래톱은 수면 위로 드러나 있으며 일대의 수심은 1m에서 10m 정도로 매우 낮아 15세기 무렵까지는 도보로 건널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1480년에 거대한 사이클론(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일종)이 다리를 파괴하여 다닐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인도 쪽은 라메스와람 섬까지, 스리랑카 쪽은 마나르 섬까지 철도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때는 페리가 양쪽을 운행했지만 지금은 중단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남인도 튜티코린(Tuticorin)에서 콜롬보로 가는 페리는 운항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싱할리인이 85%를 차지하는 스리랑카는 상좌부 불교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상좌부 불교는 부처의 계율을 원칙대로 고수하는 불교로 고타마 붓다가 사용한 언어인 팔리어로 된 경전-아함경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싱할리인 대부분은 독실한 불교 신자들인데 원래 그들의 조상은 원래 인도에서 건너온 왕족이라고 합니다.
콜롬보 공항에 도착하니 불국토의 나라답게 전법륜인(轉法輪印)을 한 부처님 상이 고요하게 앉아 있습니다. 이 수인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후 인도 바라나시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와 중생들에게 최초로 설법을 할 때의 수인입니다. 이 부처님 상을 보니 벌써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불교의 나라 스리랑카는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나라입니다. 스리랑카는 인도대륙 맨 아래쪽에 눈물방울처럼 떠 있어 흔히 ‘인도의 눈물’이나 ‘인도의 귓밥’이란 불명예스런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영국이 지배를 할 때는 ‘실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는데,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스리랑카(Sri Lanka-위대한 땅)란 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스리랑카는 섬 모양이 사파이어 보석처럼 생긴 작은 나라입니다. 실제로 스리랑카는 아시아 최대 보석 생산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부터 아라비아 사람들은 이 섬을 ‘보석의 섬’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신밧드의 모험에서는 스리랑카를 보석을 찾아 떠난 섬이란 의미를 가진 ‘세렌딥(Serendip) 왕국’으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이란 뜻을 가진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단어의 어원도 이 세렌딥에서 유래 되었다고 합니다. 이 세렌딥 왕국은 상상 속의 먼 나라가 아니라 바로 옛 아랍 식 지명입니다.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 바로 그 상상 속 나라인 스리랑카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니 마음이 설렙니다. 남인도 첸나이에서 탑승한지 1시간 20분 만에 비행기는 스리랑카 콜롬보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콜롬보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30km 거리에 위치한 반다라나이케 공항은 여행자들이 남인도와 몰디브로 가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3월 대한항공이 인천-콜롬보-몰디브 노선을 취항하면서 우리나라의 여행자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를 빠져나오니 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항에서 북쪽으로 60km 떨어진 칠로우 해변에 위치한 아난타야 리조트(Anantaya Resort)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습니다. 이번 스리랑카의 여행 일정을 콜롬보-풀론나루와-담블라-시리기야-캔디-나누오야-하푸탈레-콜롬보-몰디브로 잡고 있어서 콜롬보는 맨 나중에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밤 8시에 인도양 해변에 위치한 아난타야 리조트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실론차를 한잔 마시며 지도를 보니 ‘아담의 다리’로 연결되는 매너(Mannar) 섬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나는 비행기보다는 육로여행을 더 좋아합니다.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고 아담의 다리를 건너 남인도에서 스리랑카로 가는 꿈을 상상해 봅니다. 염주처럼 이어진 모래톱을 밟으며 보석처럼 빛나는 인도양을 건너갈 수 있다면 정말 동화속 같은 한 장면이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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