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창가에서 처얼~썩 처얼~썩 파도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늘 남인도 첸나이에서 스리랑카까지 오는 긴 여정이 피곤했던지 아내는 깊이 잠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소아성 당뇨로 하루에도 인슐린을 네 번씩이나 맞으며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내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고통의 해법을 여행에서 찾으려고 하는 아내의 심정을 나는 이해를 합니다. 아픈 것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그 마음을.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하늘엔 별이 무수히 빛나고 해변은 파도소리만 간간히 들려올 뿐 사위는 고요합니다. 나는 바다로 통하는 잔디밭을 지나 끝없이 이어진 모래사장을 홀로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호텔에서 멀어져 갈수록 주변은 점점 어두워집니다.
별똥별이 길게 꼬리를 물며 떨어져 내립니다. 어두운 하늘과 바다는 하나처럼 느껴지기만 합니다. 나는 왜 이 해변을 홀로 거닐고 있을까요?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나는 누구일까요? 순간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끝없이 이어지는 화두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하늘엔 별, 땅에는 모래사장. 모래처럼 수많은 별, 별처럼 많은 모래, 그리고 사람들, 아픈 아내… 사람은 왜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가? 그 길을 피할 수 있는 길은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 도(道)를 이루어야 한다는데… 끝없이 꼬리를 물고 있어지는 의문의 화두는 풀리지 않습니다. 평생의 화두가 그리 쉽게 풀릴 수는 없겠지요. 그렇기만 좀 걷고 나니 답답한 마음이 후련해지기도 합니다. 1시간여를 걷다가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난타야 리조트는 콜롬보 국제공항에서 북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스리랑카의 유명한 항구인 니곰보에서 그리 멀지 않는 칠라우 해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호텔 앞에는 탁 트인 인도양이 바로 코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바다와 연결되는 통로에는 시원한 야자수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스니다. 그리고 야자수 나무 밑에는 파란 초록색의 카펫을 깐 듯 잔디밭이 부드럽게 펼쳐져 있고, 누워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긴 베드가 드문드문 놓여 있습니다. 호텔 뒤쪽으로는 맹그로브 숲이 우거진 라군이 호수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천혜의 리조트 입지입니다.
리조트에는 스파, 풀장, 휘트니스, 쇼핑 아케이드 등 모든 여가사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비치발리볼, 배드민턴, 비치 크리켓, 사이클링, 수구, 보트 타기, 요가, 물 에어로빅 등 여러 가지 리조트시설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적한 해변의 산책길이 압권입니다.
더구나 레스토랑에는 갖가지 풍성한 요리가 구미를 돋우고 있습니다. 인도양에서 잡아온 시 푸드는 미각을 자극하며 이국적인 맛을 한층 더 느끼게 합니다. 미식가라면 참으로 멋지고 맛갈스런 음식들이 산해진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해진미라 할지라도 아내의 식욕을 돋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도 아내는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해변을 걸었습니다. 풋풋한 바다 냄새를 맡으며 해변을 걷고 나니 아내도 다소 기운이 나는 모양입니다. 인도양의 바닷바람이 아내의 심장에 신선한 생기를 불어 넣은 모양입니다.
부킹 컴(booking.com)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수페리어 더블룸이 하룻밤에 200달러부터 있는데, 이번 여행은 여행사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며칠 쉬어가면 컨디션이 아주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리조트 시설은 아주 깨끗하고 거의 최상급에 속합니다.
스리랑카는 1983년부터 시작된 싱할리족과 타밀족 간의 26년 동안 내전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루었는데, 2009년 5월 내전이 막을 내리고 안정을 되찾은 뒤부터 관광산업이 급속도로 부상하여 많은 여행자들이 찾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행지에는 많은 고급 호텔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곳 아난타야 리조트도 스리랑카 굴지의 레저그룹인 Laugfss Leisure Ltd가 2014년도에 환상적인 칠라우 해변에 새로 건설한 오픈한 럭셔리한 리조트의 하나입니다. 아쉽지만 우리는 하룻밤을 머물고 다음여행지로 떠나야 했습니다.
스리랑카 아난타야 리조트에서
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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