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면사포를 쓴 양배추 상추 모종들

찰라777 2017. 4. 7. 18:52

4월 4일 수요일


오전 11시, 전곡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모종상회에 도착했다.

동원상회에는 벌써 많은 모종들이 옹기종기 진열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양배추가 가장 먼저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금가락지 쥔장님, 반가워요."

"허허, 그래 반갑구나!"


나는 모종 중에서 싱싱한 양배추를 먼저 골랐다.

양배추를 고르고 있는데 브로콜리 모종이 양배추 귀에 대고 속삭였다.


"금가락지가 어디에 있는데?"

"응, 임진강 주상절리 맞은 편에 있어. 금가락지에 가면 면사포도 씌어준데!"

"뭐? 면사포를? 그럼 나도 가고싶은데."

"어디 그뿐인가? 그 독한 농약도 안뿌린다는군."

"그런 곳이라면 숨통이 트이겠는데. 나도 좀 데려가줘."


케일이 양배추에게 사정했다.


"찰라 쥔장님께 사정을 해봐."
"찰라 쥔장님 저도 좀 데려가 주세요."

"오케이. 그러마"


그 옆에 있는 브로콜리와 비트도 자원을 했다.

그렇게 해서 양배추 24포기, 브로콜리 24포기, 케일 30포기, 비트 30포기가 금가락지로 가는 것을 지원했다.

덩달아서 청상추 24포기, 적상추 24포기, 로메인 상추 24포기, 양상추 12포기, 쑥갓 6포기, 셀러리 6포기가 덩달아 지원을 했다.

다른 모종들도 앞다투어 지원을 했지만 그들을 더 이상 수용할 터가 없었다.





아내와 함게 나는 꿈나무들을 싣고 금가락지로 돌아왔다.

오늘은 특별히 친구 응규와 원석이가 꿈나무를 텃밭에 심는데 돕기 위해 동행을 했다.

금가락지에는 많은 벌써 꽃들이 피어 있었다.

산수유, 매화, 수선화, 꽃잔디.... 모든 만물이 스프링처럼 솟아오른다.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드디어 면사포까지를 입혔다.


"호홋~ 기분 짱이야. 면사포까지 쓰고나니."

"우와~ 오늘 우리 시집 장가 가는 날 같은데."

"농약도 안치고 바람과 빗님도 솔솔 들어오고. 너무 좋은데 ㅋㅋㅋ"

"우리 잘 커서 찰라님네 영양분이 되어주자고."

"좋아!"

"아주, 좋아요 ㅎㅎㅎ"


"너희들 차~암 고맙다. 물도 잘 주고 수시로 돌보아 주마."

"감사합니다."








애들을 모두 텃밭에 심고나니 고맙게도 봄비까지 부슬부슬 내렸다.


"형, 금년에는 하늘이 돕는데요. 녀석들이 잘 크겠어요."

"큼메 말이여."

"친구들아 자주와서 김도 메고 웃거름도 주고 해라잉~ 글고 많이 뜯어가고."

"오케이~ 금년 푸진거리는 걱정 끝이네."


나는 모종들에게 감사하고

비를 내려 주는 하늘에 감사드렸으며

함께 해준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

내일은 아내 병원에 가는 날이니 오늘은 일찍자야지.
쿨쿨~ 아내도 나도 친구들도 모종들도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