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호이안 투본강의 밤풍경
다낭에서 30km 떨어진 호이안은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호이안에 도착하여 땅거미가 질 무렵 호이안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투본 강변에는 하나 둘 오색 등불이 켜졌다. 낮에 보았던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거리는 밤이 되자 요염하면서도 과이 몽한 적인 분위기로 변해갔다.
▲호이안 투본강에 소원등을 띄우는 사람들
투본 강변에 들어선 오래되고 예쁜 카페에 주렁주렁 매달려 색색이 켜지는 오색등불이 투본 강에 투영되어 그야말로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로 변해갔다. 강변에 늘어선 카페에는 다른 여행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푸른 눈을 가진 서양인들이 여유롭게 앉아 맥주나, 커피, 음료 등을 마시며 느긋한 표정으로 강변에 어리는 수채화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로 변한 호이안 밤 풍경
호이안의 밤거리를 걷는 여행자들은 모두 무장해제가 된 듯 느릿느릿 하게 어슬렁거린다. 투본 강의 바구니 배, 다낭 한강 유람선, 바나산 국립공원에서는 온통 붐비는 한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곳 호이안의 밤거리는 눈 푸른 서양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호이안 거리를 산책하는 서양 여행자들
▲무장해제된 듯 유유자적한 카페의 여행자들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는 서양인 여행자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호이안은 전통적인 고대 무역항의 모습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호이안은 전통적인 아시아의 국제무역항으로서 매우 잘 보존된 사례이다. 오랜 시간 국제무역의 중심으로 여러 문화가 융합되어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고 현존하는 예쁜 고대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고대 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거리 풍경
고고학적 발견과 발굴로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사후인(Sa Huynh) 사람들은 투본 강을 따라 기원전 2세기부터 이 지역에 항구와 무역 중심지를 세웠다. 호이안 항구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15세기에는 강력했던 참파(Champa) 왕국의 가장 중요한 항구가 되었다.
가장 번영했던 16세기 말부터 18세기 초까지 아시아의 다른 지역과 유럽에서 상인들이 들어옴에 따라, 이 항구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상업적, 문화적 교류의 중심지로 번성하였다. 기독교가 17세기 베트남에 들어오게 된 것도 호이안을 통해서였다.
16세기 중엽 이후 인도, 포르투갈,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상선이 기항을 하여 무역도시로 번성하였으며, 일본인 마을이 생겨날 정도로 일본과 교역이 잦았다. 지금도 내원교(재패니스 브리지)는 일본인 마을의 흔적으로 남아있다.
▲일본인 마을 흔적
응우옌(Nguyen) 왕조의 역대 왕들이 ‘친무역정책’을 펼치면서 호이안은 19세기에도 주요 항구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19세기 말, 베트남 해안 지역에서 다낭(Da Nang)을 비롯한 다른 항구들이 부상하고 호이안 항구의 역할이 퇴색됨에 따라 호이안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후 이곳의 경제는 침체되었지만,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도시 초기의 모습이 훼손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되었다.
▲관운장을 모신 사당
이후 호이안의 복고적인 도시외관은 대부분 중국인들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이러한 복고적인 오래된 도시 분위기 때문에 서양인들의 발을 붙들어 매는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풍흥고가, 관운장 사당, 쩐가 사당, 꾸언탕 가(家) 등 오래된 유적이 남아있고, 중국인들이 회합장소로 사용된 복건회관과 무역도자기박물관, 호이안 역사박물관 등이 있으며, 이러한 오래된 문화유적으로 인해 호이안시는 1999년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중국 리장(여강)의 좁은 수로를 따라 걸린 오색등이 아담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이곳 호이안의 밤거리와 넓은 투본 강이 투영된 영롱한 오색등은 원색이 강열한 고갱의 그림처럼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지금은 인구 8만의 작은 도시로 변모했지만 그 옛날 영광을 누렸던 무역항답게 중국, 일본, 베트남의 오래된 문화가 녹아 있다.
호이안에 가거든 꼭 씨클로(삼륜 인력거)를 타볼 것을 권하고 싶다. 해질 무렵 씨클로에 몸을 싣고, 좁은 골목길을 느릿느릿 돌아보는 맛은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아니, 씨클로를 타자 않아도 좋다. 시간이 많다면 느리게 걸으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베트남 특유의 논(고깔모자)을 쓰고 어깨에 가인(두개의 광주리를 매단 나무받침대)을 메고 휘청휘청 걸어가는 행상들의 모습, 부겐베리아 꽃그늘 아래 시원한 쩨(베트남 전통음료)를 마시는 여인들, 오색등이 찬란한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그저 하릴없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여행자들…….
투본 강 위에는 소원등을 담은 작은 등불들이 출렁출렁 엎어질 듯 떠내려가고, 그 소원등에 대고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리는 여행자들의 모습은 아름답게만 보인다. 작은 쪽배를 타고 강 가운데로 나가 조심스럽게 소원등을 띄우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퍽 행복하게 다가온다.
호이안의 밤풍경은 느리고 여유롭다.
여행자들은 무장이 해제된 것처럼 느긋하다.
시간이 허락 된다면 정말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도시다.
▲도자기를 빚어내는 90세 할머니
싸이클로 타고 시내를 돌아보는 여행자들
홍수시 물이 잠기는 연도별 수해 표시
명가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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