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사랑한 바쿠왕의 애틋한 전설을 간직한 메이든 탑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소녀의 탑
메이든 탑은 높이 29.5m, 지름 16.5m로 8층으로 되어 있는 원통형의 탑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볼품이 없다. 미적 감각도 없고 그저 사이로 같은 벽돌시멘트 원통과 같은 것일 뿐. 그래도 사람들은 이 탑이 지니는 오랜 역사 때문인지 모두 좁은 탑 안으로 들어간다.
헉헉거리며 메이든 탑 앞에 도착하자 아내는 탑의 높이를 보더니 안내소 앞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마침 의자 위에는 나무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나무그늘아래서도 충분히 감상을 할 수 있으니 나 홀로 다녀오란다.
나는 다시 아내를 나무그늘아래 두고 홀로 메이든 탑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탑의 내부는 겉으로 보기보다는 매우 견고하게 지어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원통형의 아래쪽 벽은 두께가 5m나 되고 상층에 있는 벽은 3.2~4m나 된다.
아래층 3층은 기원전 6세기와 7세기에 걸쳐 지어진 것으로 천체관측소나 조로아스터교의 예배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 증거로는 2층과 3층의 움푹 들어간 부분에서 보이는 수직 통로를 들 수 있는데, 이 통로는 지면에서 15m 아래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 통로를 통해서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의 ‘영원한 불꽃’을 위한 연료(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탑의 상층 부문은 12세기에 재건축 된 것으로 고대 아라비아 명문이 새겨져 있다. 석조 건물은 석고 반죽을 위해 움푹한 곳에 석도를 놓아 흑백 줄무늬 효과를 주고 있어 원래의 건물보다 차이가 난다. 각 층은 중간에 작은 구멍이 있는 낮고 둥근 천장으로 덮여 있다.
바닥은 벽에 있는 좁은 뺑뺑이 철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고, 계단마다 좁은 창을 통해 빛이 들어왔다. 통로는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다. 철계단을 오르면 벽면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좁은 석조계단이 나온다. 9세기라는 오랜 세월 동안 견뎌온 돌계단을 오르는 느낌은 먼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비지땀을 흘리며 힘겹게 꼭대기에 올라가니 시야가 확 트이고 올드 시티의 후미진 골목과 첨탑, 그리고 카스피 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메이든 탑의 유래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바쿠의 왕이 자신의 아름다운 딸에게 구애를 하자, 아버지의 구애에 난처한 입장에 처한 딸은 영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은 탑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탑이 완성되자 왕의 딸은 딸 메이든은 탑 꼭대기에서 강물로 투신자살을 했다고 한다. 부녀간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근친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또 한편으로는 바쿠왕에 의해 감금당했던 그의 여동생이 수치심을 견디다 못해 탑의 꼭대기에서 투신자살했다는 설도 있다. 이 탑은 무력으로 정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성역이라는 의미이자 처녀성(virginity)의 은유적인 표현인 ‘메이든’에서 유래 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러한 유래로 이 탑은 ‘처녀성’ 혹은 ‘소녀의 탑’으로 불린다.
메이든 탑은 딸과 사랑에 빠진 바쿠왕에 대한 전설과 그 딸의 자살이야기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시와 연극의 주제가 되었으며, 메이든 탑을 주제로 한 발레 공연이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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