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바쿠 야경
프로메테우스가 선택한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바쿠
▲카스피해 연안에 인접해 있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는 밤이 아름답다. 시민들은 대낮처럼 불을 밝힌 불바르 공원을 산책하며 밤이 깊어가는 줄을 모른다. 언덕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빌딩은 바쿠의 랜드마크인 플레임 타워(Flame Towers, 일명 불꽃타워)다.
불을 숭배하는 아테시카 조로아스터교 사원
중세기의 풍경이 물씬 풍기는 구시가지 산책을 한 후 조로아스터교 사원 아테시카를 방문했다. 아테시카 사원은 시내에서 20km 떨어진 수라카니에 위치하고 있다. 아테시카 사원은 전 세계에 남아있는 3곳의 조로아스터교 사원 중의 하나로 아제르바이잔 배화교 사원 중 가장 유명한 사원이다.
조로아스터교는 고대 페르시아의 철학자이자, 예언자로 불리는 조로아스터(Zoroaster)에 의해 약 2600년 전에 창시된 종교로 유일신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를 숭배하며, 이원론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아후라’는 ‘주(主)’를 의미하는 칭호이고, ‘마즈다’는 ‘현자•지혜’를 의미하므로 아후라 마즈다는 ‘지혜의 주’를 뜻한다.
조로아스터는 그리스식 발음으로 원래 본명은 스피타마 자라투스트라(Spitama Zarathustra)라고 한다. 또한 조로아스터교를 일컬어 배화교(拜火敎), 즉 불을 숭배하는 종교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조로아스터교의 제례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조로아스터 신자들은 불이 타오르는 작은 제단 앞에서 제례를 치르는데, 이 때 신자들은 불 자체를 숭배한 것이 아니라, 동물이나 나무 막대기 헌주 등의 봉헌물에 불꽃과 냄새를 피워 경배를 표현한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초기에 ‘신성한 불의 땅’이라고 불렀던 나라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허락 없이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죄로 제우스의 미움의 받아 코카서스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영원한 고통을 겪게 했던 곳으로 조로아스터교가 성행했던 나라다.
아테시카 사원에 도착하니 나무 한그루도 없고 시멘트와 벽돌로 만들어진 성벽뿐이다. 사원 안에는 천연가스 유정위에 ‘영원의 불’을 밝히고 있다. 이곳은 한때 인도인들이 성지순례로 찾던 곳이었으나, 1880년 천연가스가 고갈되면서 순례가 끊어졌다고 한다. 현재 사원은 1975년 다시 재건축되어 순례자를 위한 박물관과 교리 안내를 하고 있는 정도로 볼거리는 별로 없다. 사원 안의 박물관에는 불을 숭배하러 인도에서 온 조로아스터교 순례자들을 그린 형상물이 세워져 있다.
현재의 사원은 상징적으로 그 흔적을 보여주고 있을 뿐, 실제로 사제나 신자들이 기도를 하거나 예배를 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사원의 중앙에는 영원이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는데, 이 또한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지하에 가스관을 묻어 가스를 공급하여 타오르게 하고 있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의 종교는 90% 이상이 시아파 회교도이다.
하악~ 하악~ 날이 너무 뜨겁다. 아테시카를 관람한 후 우리는 구시가지 성곽에 위치한 Sehrli Tandir이란 바쿠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이 레스토랑은 실크로드 교역이 한창이었던 당시 대상들이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했던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아제르바이잔 전통음악을 감상하며 저녁을 할 예정이었지만 더위에 지쳐 그냥 숙소로 돌아와 쉬기로 했다.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바쿠
날씨가 정말 너무 덥다. 아내는 구경이고 뭐고 라면 국물이나 후룩후룩 마시고 호텔에서 쉬고 싶다고 한다. 나는 지친 아내를 위해 포트에 물을 끓여 라면을 넣고 햇반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하하, 아내는 실크로드 대상들이 휴식을 취했던 레스토랑보다 훨 낫다고 한다. 그런데 밤이 되자 바쿠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여보, 저기 언덕에 불이 난거 아닌가요?”
“엇, 정말이네!”
아내와 나는 마치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타오르는 언덕을 놀랜 눈으로 불게 타오르는 바라보고 있는데, 조금 지나니 불빛이 파란색으로 변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불꽃이 아니라 불꽃처럼 생긴 높은 빌딩에서 쏟아내는 조명 불빛이었다. 조명 빛은 여러 가지 색깔로 변화하며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알고 보니 바쿠를 상징하는 랜드카크인 ‘플레임 타워(Flame Towers, 일명 불꽃타워)’다.
영원한 불꽃을 상징하는 플레임 타워는 3개의 타워가 삼각형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남측에 위치한 레지던스 타워는 39층 규모(높이 140m)의 아파트이고, 북측 건물은 33층 규모의 페어몬트 호텔이다. 서측에 위치한 빌딩은 오피스 타워다. 이 세 개의 빌딩이 화려한 조명을 받아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타오르며 바쿠의 상징이 되고 있다.
바쿠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나자 기운이 났다. 날씨도 낮보다는 선선해지고 해서 아내에게 밤거리 산책을 가자고 했더니 아내는 그냥 호텔에서 쉬겠다고 한다. 허지만 나는 바쿠의 밤풍경에 매료되어 카메라를 들고 홀로 산책을 나섰다.
힐톤 호텔 꼭대기에는 360도로 회전하는 라운지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쿠 시내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와 마천루들이 속속 들어서는 신시가지가 화려한 LED조명을 받아 정말 아름다운 야경을 보여주고 있다.
바쿠는 제2의 두바이를 꿈꾸고 있다. 육지에는 석유가 거의 고갈이 되어가고 있고, 카스피해 유전이 바닥이 날 경우를 대비해서 관광명소로 만드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카스피해 변에는 마천루들이 속속 들어서고 플레임 타워와 알리예프 헤이다르 문화센터 등과 같은 바쿠의 상징이 될 만한 엄청난 건물을 건축하고 있다.
호텔을 나온 나는 카스피 해 연안의 낭만적인 수변공원인 불바르 공원(Bulvar Park)을 산책을 산책하였다. 공원 전체가 역시 대낮처럼 밝았다. 불바르는 정부청사 맞은편 여객선 터미널에서부터 서남쪽 플래그 광장(Flag Square)까지 카스피 해 연안에 약 4km에 걸쳐 곡선을 그리며 이어져 있다.
카스피 해가 출렁거리는 해변 가에는 넓은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고, 산책로와 도로 사이에는 싱그러운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이곳은 바쿠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책로다. 시민들은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산책을 하고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화려한 조명을 밝힌 현대식 백화점과 명품점, 카페가 늘어서 있고, 아이들이 즐겨 타는 꼬마열차와 놀이기구도 있다. 시민들은 카스피 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한가롭게 산책을 하거나 카페와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헤이다르 알리예프 국제공항에 착륙할 때부터 아제르바이잔이 불의 나라라는 실감이 났다. 비행기가 카스피 해 연안에 인접해 있는 바쿠 국제공항에 도착할 무렵 창밖을 내다보니 도시 전체가 마치 불타오르는 것처럼 훤하게 보였다. 비행기가 착륙하여 공항청사로 다가가는데 공항청사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샨데리아처럼 휘황찬란하게 반짝거렸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생산되는 아제르바이잔의 밤은 대낮처럼 밝게 불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신나게 석유를 뽑아내다 보니 육지의 유전은 고갈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카스피해에 매장된 방대한 유전과 천연가스 덕택에 아직은 풍요를 누리고 있다. 카스피해 연안에는 초고층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밤을 도심은 밤을 잊은 거리처럼 흥청거리고 있다.
어쨌든 밤하늘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플레임 타워는 압권이다. 붉은 불꽃, 푸른 불꽃, 그리고 붉은 색과 푸른색이 반짝거리며 조화를 이루면서 어두운 하늘로 치솟는 풍경은 아제바이잔이 ‘불의 나라’라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는 푸니쿨라(funicular)를 타고 플레임 타워로 올라가려고 하다가 밤이 깊어 그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푸니쿨라는 산악기차와 같은 것으로 밧줄의 힘으로 궤도를 오르내리는 교통수단이다. 불바르 공원은 대낮처럼 밝다. 우리가 묵고 있는 힐톤 호텔도 전체가 화려한 조명을 받아 훤하게 밝히고 있다. 바쿠는 마치 밤은 잊은 도시처럼 보인다.
호텔에 돌아오니 아내는 곤하게 자고 있다. 나는 소리가 나지 않게 세수와 손발을 씻고 아내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럼게 침대속으로 들어갔다. 카스피해의 밤은 깊고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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