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아디스아바바, 그리고 다시 케냐 나이로비에 도착을 해서 어젯밤 늦게 잠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새벽 3시에 겨우 잠이 들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어차피 시차 적용이 안 되어 엉망진창이 되기 마련이다. 나는 이슬람의 새벽기도소리인 ‘아잔’의 애잔한 소리에 일찍 잠이 깨었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나이로비와 한국과의 시차는 6시간이다. 나이로비의 새벽 3시는 한국시간으로는 아침 9시다. 아직 한국의 시차에서 아프리카 시차가 적용이 덜된 상태이니 2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도 정신은 말짱하다. 하긴, 한국의 아침시간이니까.
이슬람의 아침 기도 소리, 아잔은 가슴을 후벼 파는 묘한 마력이 있다. '아잔Adhan'은 이슬람에서 행하는 하루 다섯 번의 예배를 행하기 전에 부르는 일종의 기도소리다. 아잔은 ‘무아진’이라는 이슬람의 전문직업인들이 매일 기도시간 전마다 낭송한다. 이슬람의 신을 찬양하는 노래다. ‘알라후 아크바르’는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란 뜻이다. 알라후 아크바르 뒤에 계속 이어지는 외침은 대충 이런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귀를 막고 '아잔'을 부르는 무아진(사진 참조 : 나무 위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그 그분은 예언자이며, 알라는 신의 대리자이자 신의 증인이다"라는 외침이 계속 새벽하늘에 울려 퍼진다. "그러니 기도를 하러 서두르시라!, 성공을 위해 서두르시라! 기도는 잠보다 이로우니 최상의 일을 할 때가 왔도다! 하나님은 위대하시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도다! "
전통적으로 아잔은 무아진들이 모스크의 첨탑 꼭대기에 올라가 육성으로 외쳤지만 지금은 거의 스피커로 대체하고 있다. 무아진들이 아잔을 낭송할 때는 먼저 손과 발을 씻고 양손으로 귀를 막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큰 소리로 낭송을 한다고 한다. 마치 스님들이 절에서 목욕재계하고 목탁을 치며 도량석을 도는 것처럼… 귀를 막는 것은 자기 기도소리에 고막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이슬람 문화권을 여행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기도문을 듣게 된다. 특히 사막의 도시에서 이른 새벽에나 저녁노을이 지는 시간에 구슬프고 애잔한 이 기도소리를 들으면 괜히 마음이 센티해지기도 한다. 이집트와 리비아를 여행할 때 나는 도시의 노을을 바라보며 아련하게 들여오는 아잔 소리에 취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 느낌도 그렇다. 가족의 품을 떠나 멀리 아프리카 대륙에서 맞이하는 첫날 아침, 나는 무아진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아프리카의 첫날 아침 눈을 떴다.
아프리카의 종교는 사하라 사막을 기준으로 사하라 북쪽으로는 이슬람교, 사하라 남쪽으로는 기독교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사하라 남쪽에는 그래도 아프리카의 원시 토착 신앙을 대부분 믿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이는 큰 오산이었다. 19세기부터 서구 열강들의 아프리카 진출로 기독교가 크게 전파되었고, 북아프리카로부터 이슬람교가 야금야금 파고 들어와 현재 사하라 남쪽 지역 종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거의 반반씩 차지하고 있다. 순수한 토착신앙은 5%~10%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아프리카의 토착신앙은 타 종교와 혼재되어 사회 문화적 영향은 상당히 영향을 미치며 존재하고 있다.
▲아프리카 종교(출처:너무위키)
아프리카는 나름대로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신과 신화가 오랜 옛날부터 존재해 왔다. 그리고 나름대로 자신들의 신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믿으며 행복하게 살아왔다. 영국의 종교학자 지오프레이 파린더가 쓴 <아프리카 신화>란 책을 보면 재미있는 신화들이 많다. 이 책은 주로 사하라 사막 이남의 블랙 아프리카 지역의 다양한 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의 책 내용에 보면 원래 아프리카 사람들은 신과 아주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신이 인간을 결코 심판하지 않으며 심지어 친구처럼 지내기도 한다. 오랜 전 아프리카의 하늘은 지금처럼 높이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하늘은 땅 바로 위에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로 위에 있는 하늘의 신들과 이야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구름도 떼서 먹었다고 한다.
또 절구로 곡식을 빻은 여인들이 절구나 행여나 하늘에 닿을까 봐 늘 노심초사를 하며 절구질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뭄과 기근이 들어서 배가 고픈 아프리카 사람들이 하늘의 구름을 너무 많이 떼어먹어버렸다. 이에 화가 난 하늘의 신이 하늘을 땅에서 높이 띄워놓았다고 한다. 또한 다른 전설은 아프리카 여인들이 절굿공이를 실수로 하늘에 찌르자 놀란 하늘이 절구가 닿을 수 없게 아주 높이 올라가 버렸다고 한다. 또 어떤 전설에는 여인들이 곡식을 빻는 것이 너무 힘들어 홧김에 절구로 하늘을 찌르자 놀란 하늘이 더 높이 위로 도망을 갔다고 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프리카 신화는 매우 풍자적이고 재미있다. 우리나라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라고 할까?
아프리카의 신화를 듣다 보면 어린 시절 할머니나 어머님이 목욕재계하고 동백기름으로 머리를 곱게 빗은 후 지푸라기를 깔고 정화수 떠놓고 당산나무 밑에서나 정성 들여 기도를 올리던 생각이 난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나는 정성스럽게 치성을 드리던 어머님의 모습이 가장 성스럽게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신이 바로 당산나무 안에 있는 것으로 생각을 했었다. 우리 민속신앙에도 아프리카처럼 신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 안에만 신이 있는 것처럼 여기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엄밀히 따지면 신은 내 마음 안에 있지 않겠는가!
이야기가 많이 빗나갔다. 오늘은 마사이마라 지역으로 사파리를 가는 날이다. 아침 8시, 호텔 밖으로 나가니 전형적인 아프리카 사나이의 모습을 한 사파리 드라이버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삼손을 방불케 하는 그의 몸은 아프리카 흑단처럼 단단하게 보였으며, 얼굴 표정은 영화배우 율 브리너처럼 부리부리하고 굳세게 보였다. 줄리아트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2박 3일 동안 나를 안내하며 마사이마라 초원에서 게임 드라이브를 해줄 드라이버다. 헉! 나는 운 좋게 바로 그의 옆 좌석에 앉았다. 복잡한 나이로비 시내를 빠져나가자 곧바로 넓은 초원들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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