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사는이야기

유리문에 부딪치고, 침대에서 떨어지고

찰라777 2011. 2. 27. 08:51

섬진강에서 한달만에 다시 서울로 왔다.

각하 병원도 가야하고, 봉사도 해야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

 

해서리...

내가 10년 동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양손에 짐을 든 채 머리로 문을 열고 들어가다가

나는 된 통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아이고, 머리야."

"아니, 당신 문도 열줄 모르는 어린애인가요?"

"그게... 그만 센서 대는 것을 잊어버렸어."

"호호호~ 내가 못살아...."

"웃지말아요, 남은 아파 죽겠는데.'

"호호호호. 다음엔 코가 깨지겠네요."

 

엘리베이터를 타로 가는 문에 센서를 대야 문이 열리는데

그만 센서 칩을 대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나는 머리를 호되게 부딪치고 만 것이다.

섬진강 집에서는 대문을 아예 열어놓고 다니기 때문에 전혀 그럴일이 없는데..

이거야 정말...

 

그 날밤 집에서 잠을 자고 그 다음날 아침

'철푸덕'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있어나보니

각하가 침대에서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침대에서 다 떨어지다니 당신 어린애요?"

"그게... 섬진강 집 바닥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는 줄 알고 있어났더니 그만..."

"하하하. 여긴 섬진강이 아니고 서울이야 서울..."

"웃지말아요. 나는 아파죽겠는데...."

"하하하하. 그래 허리는 괜찮소? 다음엔 엉덩이가 깨지겠는데."

"에그~ 몰라요."

 

각하는 엉덩이가 무지 아픈모양이다.

섬진강 집에서는  바닥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절대로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이없다.

그런데 서울 집에서는 침대에서 잠을 자다보니 이런 변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거야 정말...

 

ㅋㅋㅋ

유리문에 머리를 부딪친 사람이나

침대에서 떨어져 엉덩이를 부딪친 사람이나

피장파장이다.

 

습관이란 이렇게 참 무섭다.

아마 나와 각하는  

이제 완죤히

시골체질인 모양이다.

 

서울에서는 내가 사는 아파트를 들어가려고 해도

보통 4~5번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정문 가로막,

주차장 가로막,

엘리베이터를 타러 들어가는 센서 문,

집문을 여는 열쇠...

 

이거야 정말,

내집 한번 들어가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시골집은 24시간 대문을 열어놓고  있으니

절대로 그럴 일이 없다.

맨 몸으로 살아가듯 자유롭고 홀랑홀랑한데

 

서울집은 겹겹히 옷을 껴입고

거기에다 마스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갑갑하다.

 

이거야 정말,

구례 촌놈 어디 서울에서 살겠남.

 

(20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