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신이 만든 꽃, 브라이스 캐니언

찰라777 2012. 7. 29. 16:36

 

신이 만든 꽃, 브라이스 캐니언

 

 

 

"아~ 아~!"

"우~ 우~!"

"이게 과연 누구의 작품일까요?"

"신만이 빚어낼 수 있는 작품! 신이 만든 계곡과 꽃……."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저 자연의 신비한 조화에 탄성만 지르며 각자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브라이스 캐니언의 선 라이스 포인트에 선 아내와 나는 한 송이의 거대한 빨간 꽃 같은 벌판을 바라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반원형의 거대한 연분홍 꽃, 이는 신과 자연이 창조해낸 유토피아였다.

이 지구상에 이런 곳도 있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신들의 꽃 브라이스 캐니언.

마치 거대한 수 만개의 빨간 고드름을 엎어 놓은 듯한 뾰쪽한 흙 탑들의 조화. 그 화려함, 섬세함은 그랜드캐니언에서도 자이언 캐니언에서도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신의 걸작품이었다.

수많은 불기둥이 타다가 그대로 멎어 바린 것 같은 뾰쪽뾰쪽한 탑들은 아무리 보아도 지상에서는 보기 드믄 아름답고 놀라운 거대한 예술품이었다.

지질학자들에 의하면 이 기묘한 뾰쪽 탑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물의 힘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원래는 이 곳도 바다 밑이었는데, 바다 밑의 토사가 쌓여서 형성된 암석이 지각 변동으로 지상으로 솟아 나왔고, 그 암석들은 다시 빗줄기와 흐르는 물의 힘에 의하여 씻겨 내리면서 단단한 암석만 침식되지 않고 지금처럼 융기되어 남아 있다고 한다.

 

나도 알 수 없는 묘한 영감이 스치고 불기둥 속으로 멀어져갔다. 해 뜨는 곶, 해지는 곶, 영감이 떠오르는 곶, 자영 다리 곶, 무지개 곶……. 뷰 포인트의 이름도 탑의 모양에 따라 다양했다.

하나의 묘한 하모니, 이는 분명 신과 자연이 빚어낸 웅대한 자연의 서사시였다. 나는 스스로 이 계곡을 '신의 계곡'이락 명명했다. 신의 계곡 속에 핀 신들의 꽃.

실제로 브라이스 캐니언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신의 계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그리고 그곳에 서식하는 동물들, 수목, 화초들과 함께 일체가 되어 위대한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지른 ‘와~ 와~’ 하는 탄성도 신이 작곡한 곡의 일부가 되어 자연의 하모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전망대가 설치된 뷰 포인트는 해발 8천 피트가 넘는다. 이 지대에는 폰더로사 파인(ponderosa pine)이라는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 소나무는 2백 피트 높이에 8백년 이상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정사부근에는 더글라스 퍼(douglas fir), 화이트 퍼(white fir)라고 하는 전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자, 이제 저 계곡 밑으로 내려가 볼까?"

"시간이 되나요?"

"버스가 방문자 센터에서 1시간 후에 기다린다고 했어. 이 아래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그 방문자 센터에 도달한대."

우리는 계단을 타고 진분홍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계곡으로 내려갔다.

"흐음~ 이 향기!"

계곡 밑에는 시퍼라고 부르는 향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흙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위도 아니고……."

"으음~ 그건 진한 분홍색 크레파스야."

"크레파스 치고는 너무 크군요."

"내가 원하는 건 이렇게 큰 크레파스였어. 아무런 색도 가미하지 않는 천연 그대로의 색깔."

 

 

그리고 싶다

연분홍 꿈을

 

신이 내려주신 하늘과 땅에

연분홍 꿈을 그리고 싶다

 

그려도 그려도 달지 않는

신이 주신 크레파스로

 

간직하고 싶다

연분홍 꿈을

꺾어도 꺾어도 지지 않는

신이 만든 꽃 속에

 

연주하고 싶다

분홍색의 노래를

불러도 불러도 질리지 않는

신들의 노래를.

 

우리는 신이 연주하는 하모니를 들으며 브라이스 캐니언의 계곡을 걸어갔다. 우리들이 영원토록 쓴다 해도 달아 지지 않을 분홍색 크레파스의 기둥들을 하나하나 만져보면서.

온통 분홍색으로 물든 계곡을 걷는 동안 우리들의 마음도, 생각도 아름다운 분홍색의 색깔과 연분홍 향기로 듬뿍 젖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