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나는 새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사마귀의 당랑권

찰라777 2013. 9. 26. 08:55

교미 후 수컷도 잡아먹는 사마귀

 

 

몇 해 전 사마귀와 능구렁이가 목숨을 걸고 혈투를 벌이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본적이 있었다. 환경부가 우리나라 비무장지대 생태조사를 하다가 포착한 장면으로 능구렁이가 사마귀를 잡아먹기 위하여 사마귀의 몸을 휘감는다.

 

▲ 당랑권으로 표범나비를 낚아챈 사마귀

 

그러나 뱀보다 몇 배나 작은 사마귀도 물러나지 않고 능구렁이에게 당랑권으로 거센 반격을 한다. 사마귀의 당랑권 공격을 받은 능구렁이는 사마귀를 휘감았던 몸을 풀고 슬그머니 도망을 간다. 사마귀가 뱀과 혈투를 벌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설마 했는데, 실제로 그 장면을 보고나니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새, 개구리, 쥐, 도마뱀 등 자신보다 몇 배나 크고 무거운 온갖 동물을 갈고리 같은 날카로운 앞발로 낚아채 잡아먹는다는 애기는 들었지만, 오늘 텃밭에서 실제로 그 장면을 보고나니 과연 사마귀의 당랑권은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 사마귀가 노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꿀을 빨아먹기에 여념이 없는 표범나비

 

▲ 나비를 낚아챈 사마귀가 날카로운 두 다리로 나비를 움켜쥐고 있다.

 

작은은선표범나비 한 마리가 야생화가 만발한 텃밭을 유영하다가 쑥부쟁이 꽃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아 정신없이 단 꿀을 빨아먹고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어디선가 사마귀 한 마리가 나타나 앞발로 날렵하게 나비를 낚아챘다.

 

과연 당랑권의 위력을 실감하는 짧은 순간이었다. 사마귀는 날카로운 톱니처럼 생긴 가시 돋친 앞다리로 나비를 움켜지더니 독사머리처럼 생긴 삼각형 머리에 붙은 입으로 나비의 머리 부분을 퍽 찍어서 우직우직 씹어 먹기 시작했다. 급소를 찔린 나비는 한두 번 날개를 퍼덕거려 보았지만 맥없이 늘어지고 말았다.

 

▲ 나비의 머리 부분을 찍어서 뜯어 먹는 사마귀

 

사마귀는 앞다리를 마치 바이스(vise)공구처럼 생긴 파악기(把握器)로 나비를 꽉 붙잡고 조이더니, 먼저 머리를 씹어 먹고, 가슴, 배, 꼬리까지 먹은 다음, 날개까지 차례로 뜯어 먹었다.

 

쑥부쟁이 가지를 심하게 흔들어 교란을 시켰으나 나비를 잡은 앞발을 더 꽉조이며 풀지를 않았다. 오히려 독사 같은 머리를 돌려 나를 힐끗 처다 보며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정말 소름이 쫙~ 끼치는 표정이다. 사마귀는 불안하면 앞다리를 들며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먹잇감을 쥐고 있는 지금은 머리만 돌려서 힐끗힐끗 쳐다보기만 했다.

 

사마귀는 녹색이나 갈색, 마른 잎, 가는 나뭇가지, 색채의 꽃 또는 개미와 비슷하게 위장을 하여 숨어 있다가, 먹이 감에 몰래 접근하여 그 가공할 만한 당랑권으로 짧은 순간에 먹이를 낚아챈다.

 

사마귀는 아주 매정한 곤충이다. 수컷과 교미가 끝나면 암컷은 그 수컷까지 먹어치운다. 그리고 커다란 고치 모양의 주머니에 2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이 주머니는 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점쟁이>, <노새살해자>란 이름을 가진 사마귀

 

사마귀는 <mantis>라는 재미있는 영어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점쟁이>이라는 뜻이다. 사마귀가 초자연적인 힘을 지녔다고 믿었던 고대 그리스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 꽃가지를 세게 흔들어도 나비를 놓지 않는 사마귀

 

오늘날 쓰이는 <mantid>라는 영어이름 역시 그러한 미신적인 믿음을 반영한 것이다. 사마귀에 대하여는 수많은 신화나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미신에 따르면 사마귀의 갈색 타액은 사람을 장님으로 만들고, 사마귀를 먹은 말이나 노새는 죽는다고 한다.

 

 

 

황나사마귀의 학명인 'Mantis religiosa'나, 영어명 'Praying mantid'는 신의 말(馬)과 함께 신을 공경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사마귀는 'Devil's horse(악마의 말)', 'Mule killer(노새 살해자)라는 잔인한 이름도 가지고 있다.

 

하여간… 사마귀는 천하제일 당랑권으로 포획한 나비를 날개까지 순식간에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식사를 마친 사마귀는 바람결에 휘날리는 쑥부쟁이 꽃 위에서 느긋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동물의 왕국에서나 봄직한 장면을 이렇게 직접 바라보게 되니 놀랍기만 하다.

 

▲ 몸뚱이를 씹어 먹고 날개를 뜯어 먹는 사마귀

 

사마귀의 당랑권은 과연 무시무시하다. 당랑권은 사마귀의 움직임을 모방한 중국 무술권법의 하나로, 청나라 때 산동성의 왕랑이 매미를 잡아먹는 사마귀의 재빠른 손동작을 보고 완성시킨 무술로 알려져 있다.

 

비무장 지대 인근에 살고 있는 나는 생태계의 약육강식 장면을 볼 때마다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오늘 아침에도 길 위에서 로드 킬(Road Kill)을 당한 고라니를 발견하였다. 그러나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먹이 감을 공격할 뿐, 인간처럼 과욕을 부려 먹이를 저장 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