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Greece

[그리스 10]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찰라777 2004. 8. 30. 00:05
세계의 중심 델포이

□ 오이디푸스 왕의 전설




진한 올리브나무 향기를 몰고온 바람에 나부끼는 델포이 언덕의 깃발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 프랑스 화가
앙그르 작품

델포이의 신은 테바이의 왕 라이오스에게 ‘아들에 의해 살해당할 것’이라는 계시를 내린다. 이에 놀 란 라이오스 왕은 태어난 아들을 양치기에게 맡기고는 적당히 죽여 버리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양치기는 죽이기엔 너무 가엾고 그렇다 고 왕명을 어기자니 두려워 그 아이의 다리를 묶어 나뭇가지에다 매달아 둔다.

그런데 마침 이곳을 지나던 코린토스의 양치기가 이 아기를 주워 아들이 없어 고민하는 코린토스 왕 폴리보스에게 바쳤다.
폴리보스는 그 갓난아이 를 양자로 삼았는데, 발이 부어 있었기 때문에 이름을 ‘오이디푸스(Oedipus, 부르튼 발)’라고 지었다.

성장한 오이디푸스는 어느 날 싸움을 하다가 상대방이 폴리보스의 친자식이 아니라고 욕하자 자신의 출생에 의문을 갖고 진상을 알기 위하여 델포이로 간다. 오이디푸스는 델포이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관계를 맺다’

란 기묘한 신탁을 받는다. 폴리보스를 친아버지로 믿고 있었던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는 우를 피하기 위하여 코린토스를 영원히 떠나기로 결심하고 테바이로 향하였다. 테바이로 가던 중 좁은 길목에서 마차를 탄 일행과 마주치게 된다.

마부가 길을 비키라고 했지만 오이디푸스가 거절하자 마차안의 노인이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화간 난 오이디푸스는 도망친 하인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노인과 그 일행을 모두 죽여 버렸다. 그런데 기구하게도 마차를 탄 노인은 오이디푸스의 진짜 아버지 라이오스였다 .

오이디푸스는 여전히 죽은 노인이 자기 아버지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테바이에 당도한다. 테바이에는 사람들이 모두 크게 슬퍼하 고 있었다. 라이오스 왕이 사람을 헤치는 스핑크스라는 괴물에 대하여 신탁을 묻기 위해서 델포이로 가던 중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스핑크스. 델포이 박물관
스핑크스는 얼굴은 여자이고, 몸뚱이는 사자이며, 날개가 달린 괴물이었다. 괴물은 테바이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 게 수수께끼를 내고 답을 풀면 보내주고, 풀지 못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잡아먹었다.

오이디푸스가 그곳을 지나기 전까지는 수수께끼를 푼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테바이로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게 되어 모든 교역이 마비된 테바이는 양식이 바닥이 나서 굶주림에 시달렸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오이디푸스에게도 스핑크스가 수수께끼를 냈다.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낮에는 두 발로 걸으며, 저녁에는 세발로 걷는 동물이 무엇이냐?”
“인간이다. 어릴 때는 두 손과 두 발로 기어 다니고, 장성해서는 두발로 걸어 다니며, 늙으면 지팡이를 짚고 세발로 걸어 다니게 되 니까 바로 인간이 아니더냐.”

오이디푸스에 의해 수수께끼가 풀리자 스핑크스는 굴욕을 느끼고 스스로 바위에 몸을 던져 머리를 찧고 죽어버렸다. 오이디푸스는 스 핑크스를 죽인 사람에게 테바이의 왕을 이어받게 하겠다는 테바이 이오카스테 왕비(라이오스 왕의 부인, 즉 오이디푸스의 친 어머니) 의 약속에 따라 테바이의 왕이 되었다.

이집트 기자의 스핑크스
테바이의 왕으로 추대된 오이디푸스는 왕비인 이오카스테와 결혼을 하여 아들과 딸을 낳는다. 세월이 흘러 코린토스의 왕 폴리보스가 죽자 오이디푸스를 구해준 바로 그 양치기가 오이디푸스로 하여금 코린토스의 왕이 되어될라는 전갈을 전하기 위해 테바이로 온다.

그 양치기로부터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버지이자 이오카스테의 남편, 즉 어머니의 남편을 살해했다는 진실 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오카스테는 치욕을 참지 못하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 목을 매어 자살을 하고 만다. 오이디푸스는 발광하여 스스로 눈을 후벼내서 맹인이 되어 방랑의 길을 떠난다. 방랑의 길에 나선 오이디푸스는 후에 육신의 눈을 잃고 마음의 눈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오이디푸스의 부르튼 발의 근대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유아는 어머니에게서 ‘사랑’의 충동을 느끼고, 아버지에게서는 ‘죽음’의 충동을 경험한다. 이런 충동 속에 유아에게 어머니는 ‘좋은 것’이며, 아버지는 ‘나쁜 것’으로 구별된다. 이러한 현상을 미국의 신 화학자 조셉 캠벨은 오이디푸스 즉 ‘부은 발’현상이라고 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중에 자기와 동성인 아버지를 미워하고, 이성인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려는 남성의 복잡한 마음상태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불렀다. 남자라면 누구나 아버지에 대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한 번쯤 느끼며 자라나지 않았을까?




아테네에서 버스로 6시간만에 도착한 델포이 언덕과 들판. 올리브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가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멀리 코린트만이 보인다.


“어때? 재미있지 않소?”
“너무 황당한 이야기인데요?”
“신화란 원래 황당한 거야. 그래야 재미있지.”

델포이는 아테네에서 170km 떨어진 페르나소스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핀토스 산맥은 그리스 본토를 척추처럼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다.
이 산맥의 동쪽 중부를 테살리아 지방이라고 부른다. ‘대지의 배꼽’이라고 불리며, 신성한 신탁(Oracle)이 행해졌던 역사적인 아폴론 신전이 페르나소스 산 영봉의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어제 올림포스 산에서 기차로 다시 아테네로 가서 하루 밤을 지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아테네를 떠나 델포이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버스가 테바이를 지나가자 점점 가파른 산속길이 나왔다.

테바이를 지나며 내가 토마스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오이디푸스 왕’에 대한 전설을 대강 이야기하자 아내는 황당해 했다. 신화란 원래 상상을 초월하는 황당함에 그 묘미가 있지 않겠는가? 오히려 진리란 떼묻지 않는 순수한 황당함속에 있다!

멀리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깎아지른 계곡 밑에 ‘세 갈래의 길’이 보인다. 저기가 혹 오이디푸스가 아버지인 라이오스 왕을 살해한 운명의 계곡이 아닐까? 세 갈래의 길이 교차하는 계곡엔 어쩐지 지금도 요사스런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후 1시 반. 버스는 꼬불꼬불한 핀토스 산맥을 돌고 돌아오더니 올리브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들로 가득 채워진 널따란 들판이 보이 는 곳으로 나왔다. 아테네를 출발한지 6시간만에 도착한 델포이의 언덕! 그곳에는 올리브나무 향기속에 형형색색의 깃발들이 신들의 혼백처럼 훨훨 나부끼고 있었다.
과연 운명의 신은 우리들에게 어떠한 오라클(Oracle)을 내릴 것인가? -계속-






(2002.10.22 그리스 델포이에서 글/사진 찰라)



If I Could Tell You - Yan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