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Myanmar

[미얀마기행3] 중구난방

찰라777 2004. 12. 5. 10:10
찰라의 미얀마 체험기
...맨발로 기어간 미얀마...




스님은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고 장담을 한다. 미얀마에 가면 한국에서 근로자 생활을 했던 이들이 현지에서 교통, 숙박, 여행코스 모두를 착착 준비를 해 놓을 것이므로 우린 돈만 가지고 가면 된다는 것.

“비행기표 한 장~, 현지 교통비 100달러~, 숙식비 등 기타 경비 100달러만 가지고 가면 모두 해결 됩니다. 거사님, 걱정할거 하나도 없시요.”

산디마스님의 간단한 여행계획이다. 오! 과연 스님다운 발상! 세상이 정말 그렇게 간단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떠나기 며칠 전까지 여행일정은 물론, 미얀마 비자, 비행기표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다.

미얀마는 한국에서 직항이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 방콕으로 날라 가 다시 양곤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스님은 비행기 요금이 80만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싸다.

결국 비행기표 사는 일, 비자 받는 일, 여행일정 등 그 모두를 여행을 좀 아는 내가 관여를 아니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나는 한남동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전화 02-792-3341)을 방문했다.

한남초등학교 건너편에 주한 미얀마 대사관을 들어서면 마치 중세기 시대의 감옥처럼 철장이 드리워져 있고, 그 안에 남자직원 한 사람과 여직원 한 사람이 동물원 우리에 갇힌 것처럼 답답하게 보인다.

특히 남자직원의 태도는 어찌나 거만하고 불친절하던지 괜히 주먹이 불끈 쥐여진다. 좀 상냥하면 덧날까? 아마 미얀마가 몇 십년간 군사독재 정권 치하에 있다보니 그 영향이 크리라.

작년에 세계일주를 떠나면서 아르헨티나 비자를 받던 일이 생각난다. 삼성병원에 가서 사스 진단 증명에다 영문호적등본을 공증해 와야 한다는 아르헨티나 대사관의 직원의 말은 나로하여금 허공을 보며 웃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자는 별수가 없다. 현지에서 비자 받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받긴 받았는데, 사스진단, 공증비용, 비자신청비용이 합하여 20만원이 넘게 나왔다. 어찌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던지 외부부 민원실에 전화를 해서 브라질, 칠레 페루는 다 비자 면제가 되었는데, 왜 아르헨티나는 면제가 안되었느냐고 거칠게 항의까지 했다.

그런데 더욱 나를 어이없게 만든 것은 현지에 2003년 12월 10일날 도착하니 12월 1일부터 아르헨티나 비자가 면제협정을 체결되었다는 것. 하도 기가 막혀서 나는 또한 번 허공을 보고 웃어야 했다.

목마른 자가 샘을 판다고 나는 비자 신청양식을 가져와 팀 전체의 비자신청서를 직접 작성했다. 이는 평소 내가 배낭여행을 갈 때의 습관이다. 배낭여행은 직접 여권을 만들고, 비자 신청을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하면서 여행을 갈 나라의 문화에 접근하는 것이다. 또한 이번 여행은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여행도 아니라 딱히 어느 여행사에 맡기기도 마땅치가 않았다. 그래서 말하자면 가칭 1인 ‘찰라여행사’가 가동되기 시작한 것.

그러나 모처럼 여행을 떠나는 분들에게는 이 방법을 권하고 싶지 않다.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편하게 다녀 오심이 모처럼의 여행을 즐겁게 할 것이므로....

우리처럼 여행을 밥먹듯이 떠나는 배낭족들에게는 한푼이 아깝다. 손을 거치면 핸드차지, 테이블에 앉으면 테이블차지가 붙는다. 이 웃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직접 손발로 뛰어야 한다. 그걸 모으면 수십 밤을 게스트하우스에서 잘수가 있고, 수만리 길을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아는 자는 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투어 미얀마 Tour Myanmar에서 발권하는 할인항공권이 66만원으로 가장 싸게 나와 있었다. 서울~방콕을 타이항공, 방콕~양곤을 미얀마 항공으로 묶어지는 항공권이다. 투어미얀마의 홈피에는 미얀마에 대한 소개도 깔끔하고 간단하게 정리를 잘되어 있다.

트래블게릴라에서 '뭉그니의 미얀마 여행기'를, 혜초여행사에서 미얀마 여행일정을 프린트하여 나름대로 여행일정표를 작성했다. 뭉그니는 지리교사로 동남아시아만 수십 차례 여행을 다녀온 동남아시아 여행 유단자다. 그는 앞으로도 40~50여 차례 동남아시아 여행을 더 할 계획이란다. 싸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동남아시아가 좋다는 그의 지론은 일리가있다.

교보문고에 가서 ‘미얀마 가는 길’(개산스님 저)과 론리플래니트 미얀마 편을 구입했다. 아무래도 그냥 무작정 가기엔 직성이 풀리지 않아서였다. 비행기표는 출발하기 이틀 전에 좌석이 겨우 잡혀 하루전에 발권을 했고, 비자도 하루 전에 가까스로 나왔다.

캄보디아 비자와 라오스 비자는 일정이 불확실하므로 국경을 넘으면서 받기로 했다. 요즈음 동남아시아는 건기에 접어들어 여행시즌이 한창인지라 비행기 좌석을 잡기가 무척 어렵다. 특히 타이항공은 가격도 점점 올라가고 거의 만석이다.

“스님, 이제 비자, 항공권 다 완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몸만 가면 되겠군.”
“여기… 제가 잡은 일정표입니다. 참고 하시지요.”
“양곤에 가서 봅시다.”

스님은 내가 힘들여 작성하여 프린트해간 일정표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치워 놓는다. 여행계획이 다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데 이 종이가 무슨 필요가 있을꼬? 하는 표정이시다. 앵~ 내가 보기에는 중구난방인데… 하여간 통상 스님내의 고집은 도저히 꺾을 수가 없는 기(氣)가 서려 있다.

떠나기 하루 전까지 힘들게 뛰어 다니며 강원도에 토굴을 짓고 계신다는 묘주스님의 여권연장, 비자와 항공권을 받아 놓았는데, 토굴 상량식이 갑자기 앞당겨지는 바람에 부득이 떠나지 못한다고 전화가 왔다. 애석하기도 하고 성질이 나기도 한다. 헉헉…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렸던고! 색즉시공 공즉시색…

* 사진
1. 쉐지곤 파고다 토굴에서 기도하는 미얀마 남자
2. 미얀마 비자(위), 아래는 캄보디아 비자



☞ Tour Tips
◆ 미얀마 비자 받기(관광비자)
- 한남동 마얀마 대사관(한남초동학교 건너편 전화 : 02-792-3341)
- 신청서류 : 여권유효기일 6개월/증명사진 3매/대사관소정신청서 2부/입국신고서 1부
- 1개월간 유효, 미얀마현지 4주간 체류 가능
- 직업난에 기자, 작가 등은 피할 것(거부되는수가 있음)
- 비자 신청비용 : 25,000
- 신청후 3일 정도 걸림

◆ 여행비용(10/29)
- 항공권 : 1,320,000(1인 660,000-서울-방콕-양곤 왕복)
- 비자신청비용 : 50,000(1인 25,000)
계 : 1,3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