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Myanmar

[미얀마기행5] 서바이벌 게임 속으로

찰라777 2004. 12. 8. 07:43
찰라의 미얀마 체험기
...맨발로 기어간 미얀마...


    □ 서바이벌 게임 속으로...


    -샨 템플내의 대나무 숲


‘샨 템플’이라고 하는 이 사원은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양곤의 변두리에 있다.
사원으로 들어서니 길 양옆에 대나무 숲이 시원하게 도열하고 있다.
마치 우리들을 환영하는 사열대처럼…

숙소라고 하는 방으로 들어가니 그냥 하나의 큰 홀이다.
홀에는 아무것도 없고 맨바닥이다.
단지 맨 안쪽 구석에 임시로 막아 놓은 칸막이에 허름한 침대가 하나가 놓여 있을 뿐.
아마 어느 사미승의 침실인 모양이다.

“스님, 이 바닥에서 잠을 자나요?”
“네, 다 함께 여기서 잡니다. 아주 재미있어요."
“네에!”

- 사진:우리가 잘 바닥 에 카펫을 깔고..

문 보살이 놀란 눈동자를 굴리며 묻자 스님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한다.
스님의 말끝은 모든게 재미있다로 끝난다.
배낭여행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 역시 스님들과 한방에서 사원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어쩐지 낯설고 어색하다.

그래도 게스트 하우스는 화장실, 침대, 침구 등 형식은 다 갖추어져 있다.
문 앞을 나서면 있을 거 다 있고, 호텔처럼 호화롭지는 않지만 값도 싸고 마음도 편하다.
한국의 절에서도 가끔 잠을 자기도 했는데, 그래도 한국 절은 고즈넉하고 시골집처럼 아늑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미얀마의 사원은 어쩐지 너무 낯설다.
아마 군대 막사도 이렇지는 않으리라.
방안은 마치 모기들의 천국 같다.
여기 저기 모기부대가 왱왱거리며 활개를 친다.
그리고 틈만 있으면 맨살로 보이는 곳에 일침을 가한다.
옷을 입었는데도 모기들은 침을 들이대고 옷을 뚫고 살 속으로 주사를 놓는다.
모두들 말은 아니 하지만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다.

“에구! 따가워. 이 놈의 모기 때문에 어떻게 자나요?”
“그러게!”
“잠간만 기다려주세요. 곧 모기 안 물리게 해주게요. 허지만 모기하고 함께 자는 것도 아주 재미있어요.”

- 사진:허허, 모기장을 치고 앉고보니 그래도 좀 괜찮네...

스님은 다시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에구 스님, 뭐가 재미있어. 다들 죽겠는데...
산디마스님이 근로자들에게 미얀마 말로 뭐라고 지시를 하자 사미승으로 보이는 스님 몇 분이 갑자기 홀 안에 빨래 줄을 친다.
미 얀마 근로자들도 함께 거든다.
방안에 모기장을 치는 것이다.

우리들 모두도 일어나서 모기장을 치는 것을 거들었다.
별로 깨끗해 보이지는 않지만 바닥에 카펫을 깔고 모기장을 두 군데로 분리해서 쳤다.
남자, 여자 막사가 금 새 지어진 것.

“이거, 마치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것 같군요.”
“허허,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