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 라라쿠 채석장에서 남쪽 해변을 바라보니 거대한 석상들이 채석장을 바라보고 서 있다. 통가리키 Tonga Riki라고 불리는 곳에 서 있는 모아이 석상들이다. 채석장을 내려오는데 해변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모아이야, 잘 있거라!"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 것 같은, 땅 속에 파묻힌 모아이들의 머리를 만지며 잠자는 거인들에게 이별의 인사를 했다. 우리는 마케 마케 신이 남긴 신의 지문을 밟으며 천천히 채석장을 내려왔다. 과연 마케 마케 신은 마나의 힘을 가지고 있었을까?
"해변에 서 있는 모아이들이 마치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만 같아."
"설마…"
저 모아이들도 이 채석장에서 그리로 옮겨졌을 것인데, 어떻게 운반했을까? 다시 그런 의문이 수수께끼처럼 고개를 든다. 튼튼한 밧줄이 있었고, 나무 굴림대를 밑에 받치고 굴려서 옮겼다고 치자.
그래도 그런 추정들을 믿을 수가 없다. 석상들에는 긁힌 흔적이 조금도 없다는 것이다. 화산 응회암이 비교적 약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나무 굴림대로 몇 킬로미터씩 석상들을 끌었다면, 자국이 남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통가리키에 서 있는 15개의 모아이 석상들
마나의 신비한 힘!
이성은 본래 논리적으로 만족할만한 증거를 찾는 법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원주민들이 모두 주저 없이 '마나Mana'가 석상을 움직였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마나'는 가장 뛰어난 힘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것이 거짓이든 진실이든 대답이 항상 같다는 점이다. 그들은 명확히 단언했다. 오직 두 남자만이 마나를 가졌다고 말했다. 섬사람들은 모아이를 열심히 조각을 했고, 작업이 끝나면 왕은 석상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석상들에게 '마나'의 힘을 주었다는 것이다. 어떤 원주민은 석상들이 자신의 둥근 기초 위에서 180도 돌아 똑바로 서서 이동했다고 말했다. 마나의 힘으로!
△15개의 석상들중 가운데 석상은 무게가 88톤이나 된다.
이스터 섬의 왕은 마나의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것이다. 그의 책임 아래 있는 영토는 재앙을 당하지 않고, 철새들과 거북이들이 제때에 나타나며, 가축들과 야채가 잘 자라고, 과일이 탐스럽게 열려, 풍성한 수확을 거두는 것은 바로 마나가 넘치는 왕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섬 사람들은 믿었다. 이런 이야기를 웃어넘기는 것은 잘못이다. 논리적인 설명이 하나도 없는데, 사실일지도 모르는 가설을 거부할 이유가 있단 말인가?
아후에 석상을 세우는 일을 현대과학으로 생각해보자. 그러나 22미터(7층 빌딩의 높이)나 되는 석상과 채석장 벼랑을 거의 가린 채 누워있는 석상들을 대하는 순간, 현대과학에 대한 논리는 아무런 해답을 주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갑자기 몰려든 독일관광객들은 모아이에 매료된듯 사진을 찍에 여념이 없다.
길이 7미터에 너비 3미터나 되는 머리와 목, 길이 3.7미터나 되는 코, 몸체가 13미터나 되는 석상을 상상해보라. 또 80톤을 넘는 무게는 어떠한가! 지금도 이런 큰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크레인은 드물다.
높이가 2.3미터밖에 되지 않는 '파도를 부수는 사람'이란 유명한 석상을 옮기는 데는 500명 이상이 필요했고, 권양기와 온갖 도구들이 다 동원되었다. 프랑스 군함 라플로르호는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했지만, 석상을 통째로 옮기는데 실패를 하고, 머리를 몸체에서 떼어 겨우 머리 하나만 가져갔다고 한다. 이 머리는 파리 인류박물관에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이스터 섬에는 이집트나 티아우아나코 같은 노예군단의 존재나 자원도 없었다. 그래서 섬의 수수께끼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며, 사람들은 그 해답을 완전히 다른 수준에서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계인이나 마나의 힘에 의존했다는 공상적인 발상이 그것이다. 그러나 섬사람들은 이런 일이 이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마나의 힘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통가리키에 머리가 잘려진 채 넘어진 돌모자(푸카오). 부족간 전쟁이나 지진에 의해 무너졌을 가능성이 크다.
통가리키 제단 앞으로 다가가니 오래된 집터들과 석상에서 떨어져 나간 갈색 돌모자(푸카오)들이 흩어져 있다. 집터 주변 바위에는 암각화들이 수없이 새겨져 있다. 마케 마케 신의 얼굴, 거북이, 조인 등 문양도 가지가지다. 암각화 문양들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독일 사람들로 보이는 한 떼의 관광객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그들은 내리자 말자 통가리키 거인들에게 매료 된 듯 카메라의 앵글을 부지런히 돌려댄다.
△푸카오(돌모자)를 쓰고 있는 석상
통가리키의 중앙 기단은 거대하다. 길이가 100미터, 양쪽에 달린 날개까지 합친 총 길이는 220미터에 달한다. 기단의 높이는 4미터이고, 800개가 넘는 울퉁불퉁한 현무암 돌덩어리들이 기단에 어우러져 있다. 그 기단 위에 15개의 모아이 석상이 놓여 있다. 모아이의 높이는 5~8미터로 평균 중량은 40톤이 넘으며 중앙에 가장 큰 석상은 88톤이나 된다.
△통가리키 기단은 좌우 길이가 220미터에 이르고 높이는 4미터나 되는 거대한 아후 제단이다.
어떻게 이 무거운 석상들을 저 산위에서 옮겼을까? 바다를 등지고 일렬로 서있는 모아이들의 모습은 근엄한 위엄에 차 있다. 마나의 힘인가, 외계인의 힘인가? 다시 스위스의 공상가 에리히 폰 데니켄의 엉터리 같은 주장이 떠오른다. 비록 엉터리 같은 주장이지만, 수수께끼의 모아이 석상 앞에 서 있는 지금은 믿고 싶은 주장이기도 하다.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된 그의 외계인설은 전 세계 관광객들을 마력처럼 끌어드리고 있으니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그러나 모든 과학은 엉터리 같은 공상과 가설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수천 년 전 우리 행성을 방문했던 미지의 우주항해자들은 오늘날의 우리보다 현명했을 것이다. 그들은 언젠가 인류가 자신의 기술과 의지로 우주로 진출할 것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지구의 지성인들이 비슷한 영적 존재, 생명, 우주에 사는 유사한 지성인들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