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나무 우거진 숲 속에서 시벨리우스를
만나다!
암석교회를 나와 우리는 시벨리우스 공원을 찾아갔다.
묻고 물어 걸어간 곳에는 자작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눈처럼 하얀 껍질을 입은 수피가 시원스럽게 하늘로 뻗어있는 자작나무 숲은 신성함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연갈색으로 물든 낙엽이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다.
1865년에 태어난 시벨리우스는 원래 법률학을 공부하다가
그의 나이 17세가 되어서야 음악공부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는 39세 되던 해에 헬싱키 북쪽 약 30킬로미터의 야르벤파로 거처를 옮기고, 죽을
때까지 나무들에 둘러싸인 집에서 작곡을 하며 일생을 마쳤다.
그는 암으로 인해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더욱 급진적인
작곡활동에 몰두하여 7개의 교향곡, 교향시[핀란디아], 바이올린 협주곡 등 많은 작품을 완성하였다. 마치 죽기직전의 고흐가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려대듯이 그는 작곡에 몰두했다. 예술은 죽음의 면전에서 더욱 진실 되게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일까?
그의 음악은 북극의 자연환경과 러시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는 괴로움을 이겨내는 국민적인 특색을 지니고 있다. 특히 교향시 [핀란디아]는 핀란드 인들의 애국심을 열열 하게 불러일으켜 러시아에 의해
연주가 금지당하기에 이르렀다. 후에 이곡은 교향시 중간부에 시를 써넣어 ‘핀란디아 찬가’라는 합창곡을 만들기에 이르렀는데, 이 곡은 지금도
핀란드의 애국가처럼 애창되고 있다.
우리는 자작나무 숲 속을 헤집고 걸어가다가 연갈색의 자작나무 잎파랑이 사이로 거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스테인리스 파이프 오르간을 발견하였다. 이 파이프 오르간 탑은 1967년에 시벨리우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4톤의 스테인리스
강철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어떤 거대한 힘이 극적인 효과를
몰고 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마치 그의 교향시 핀란디아처럼… 스테인리스 오르간 밑에는 시벨리우스의 초상이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아직까지도 조국의 안녕을 걱정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그의 눈알은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듯 세상을 똑 바로 응시하고 있다.
그는 죽어서도 자작나무 단풍잎에 둘러싸여 조국 핀란디아를 걱정하는 것일까?
육중한 파이프 오르간 속으로 들어가 보니 소리 없는 아우성이 쇠 구멍을 타고 내려오는 것 같았다.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는 한 작곡가의
생애를 후손들이 영원히 기리도록 하기 위하여 이처럼 특이한 조각물을 세워 놓은 핀란드 인들의 의지가 돋보이는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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