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산책
시벨리우스 공원을 나온 우리는 헬싱키의 거리 산책에 나섰다. 우스펜스키 교회는 붉은 색 벽돌과 청회색 지붕, 그리고 황금색의 첨탑으로 우아하면서도 화려하다. 러시아 점령기에 새워진 정교회 건물로 비잔틴과 슬래브 양식을 동시에 띠고 있다.
그리스도와 12 사도 그림이 묘사 되어 있는 내부는 엄숙하면서도 황홀할 정도다. 특히 중앙 돔의
사방에 타원형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은 내부를 더욱 눈부시게 장식해 주고 있다. 중앙 돔에서 길게 내려 뻗은 샨데리아의 찬란한 모습은 아름다움의
극치다.
우스펜스키 교회에 비하면 대성당은 정 반대의 느낌을 받는다. 눈부시게 하얀 색으로 칠해진 벽과
기둥, 푸른색의 돔은 매우 산듯하면서도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다. 원로원광장에 하늘높이 솟아있는 대성당은 헬싱키의 상징이다.
40만개의 화강석이 깔린 조형미 넘치는 정사각형의 원로원 광장과 더불어 핀란드 루터 파 총 본산이 대성당은 각종 국가적인
종교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카우파 마켓 광장은 부둣가에 위치한 재래식 시장이다. 광장 옆에는 대통령 관저가 있는데, 무턱대고 우리가 들어가려고 하니 경비원 같지 않은 어느 부인이 웃으며 이곳은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광장에는 싱싱한 생선이 푸른 바다처럼 팔딱거리고 있다.
마켓광장에서 싱싱한 과일과 야채를 샀다. 오늘 저녁거리를 위해… 광장 부두 매표소에서는 수오멘린나 요새 Suomenlinna 로 가는 배가 있었다.
“헬싱키 카드로 요새까지 페리를 타고 갔다 올 수 있다는 군.”
"그럼
가봐요."
배를 타고 간 수오멘린나 요새는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었다. 5개의 섬 위에 바다로부터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요새.
섬 안에는 18세기를 전후한 연안 방위 자료를 모아놓은 에렌스바트 박물관을 비롯하여 잠수함과
해상무기를 전시하고 있는 암펠트 박물관이 있다.
중세기의 무기와 대포들이 아직도 육중한 모습으로 바다를 향해 여기저기 서 있다. 세월을 말해주는
오랜된 대포이지만 아직도 적을 향해 불을 뿜어 댈 것만 같은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먼 바다로부터 거대한 배들이 핀란드만을
통해 항구로 들락거리고 있다. 한눈에 헬싱키의 중요한 요새라는 것이 짐작이 간다.
너무 강한 바람 때문에 몸이 바다로 날라 가 버릴 것만 같았다. 10월인데도 바람은 매서워 온몸이 덜덜 떨린다. 그러나 우리는 침묵에 싸인 요새를 한바퀴 돌며 주변의 경치를 만끽했다.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다시 헬싱키 시내로 돌아온 우리는 부두의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골목의 어느 건물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발견했다.
“여보, 저기 태극기가 있어요!”
어찌나 반갑던지 우리의 발걸음은 저절로 태극기 쪽으로 옮겨졌다. 핀란드 대사관이었다. 벨을 누르니
경비원이 한국인을 바꾸어 주겠다고 한다. 핀란드 대사관으로 들어간 우리는 그냥 멋쩍게 커피만 한 잔 얻어 마시고 나왔다.
뭐,
별로 특별히 볼 일도 없이 그냥 반가워서 들렸으니 대화도 싱거웠던 것. 이거 날씨도 춥고 그 유명한 핀란드 사우나라도 한번 해 야 할
텐데…
올림픽 경기장에 가면 핀란드 시내를 한 눈에 조말 할 수도 있고, 핀란드 사우나도 싸게 할 수
있다는 대사관 아가씨의 말에 다라 우린 다시 올림픽 경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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