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다시 산티아고로...

찰라777 2008. 6. 21. 07:50

 

▲푼타아레나스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비행기에서 바라본 안데스 산맥 

 

 

다시 산티아고로....

 

푼타아레나스를 이륙한 란 칠레 항공기의 좌석은 만원이다. 비행기 좌석도 아내와 같은 자리에 배정이 되지 않아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부탁을 하여 가까스로 아내와 나란히 앉을 수 있었다.

 

기내에서 서비스한 점심에 레드와인을 한잔을 하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푸에르트 몬트다. 오후 3시. 비행기는 잠시 푸에르트 몬트에 기착을 하여 손님을 태우고 이륙을 한다. 오후 5시. 비행기는 산티아고 공항에 착륙을 한다. 산티아고 공항에 세번째 착륙이다. 산티아고는 내 남여행의전진기지 같은 곳이다.

 

"정군, 한국에 돌아오면 우리를 정말 인수봉 꼭대기에 올려 줄 거지?"

"여부가 있습니까? 남은 여행기간 동안 건강하시고 한국에서 만나요…. 인수봉에 두 분을 꼭 올려드릴 게요."

 

아내가 먼저 귀국을 하여 버려 여행에 재미가 없다는 정군의 뒷모습이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그는 이스터 행 비행기 표를 좌석을 구하기 위해 티켓 박스로 갔다. 정군과 헤어진 우리는 Tur Bus를 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갔다. 버스비를 지불하려고 지갑을 찾으니 지갑이 없다. 어? 어찐 된 일이지?

 

"여보 지갑이 없어졌네."

"저런, 큰일이군요. 잘 찾아봐요."

 

그러나 아무리 뒤져봐도 없다. 지갑 속에 신용카드와 직불카드가 들어 있는데 잊어버리면 골치 아픈 일이다. 그런데 아가부터 아내의 태도가 그리 겁이 나지 않는 얼굴이다. 평소 같으면 엄청 걱정을 했을 텐데.

 

"지갑 여기 있어요. 당신이 푼타아레나스에서 좌석 배정을 받을 때 그냥 카운터에 두고 간 걸 내가 챙겼지요. 일부러 고려줄려고 지금까지 말을 않았어요. 원, 그렇게 정신이 없어서야.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아하, 그래 정신 차려야지. 여행 중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는 Tur Bus를 타고 김봉중 사장 집으로 갔다. 우리들의 짐도 일부는 김 사장 집에 두고 파타고니아로 떠났기 때문에 어차피 들려야 한다. 오늘밤 우리는 시드니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저녁 11시 5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이므로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

 

김 사장 집에 도착을 하니, 그의 아들 선민, 동생 가족, 그리고 지구촌 여행사의 최수영 부장이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우리는 김 사장 집에서 마련한 한식으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김치에 쌀밥은 역시 한국인에게는 어쩔 수 없는 감칠 나는 맛이다.

 

"다음에 두 분 다시 한 번 꼭 오세요. 그 땐 함께 크루즈 빙하 투어를 해 봅시다."

"그거 참 듣기 좋은 소리인데요."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무료 여행자 숙소를 짓고 싶다는  한국인

 

 남미 배낭여행자들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사장 씨. 그는 어느 날 칠레로 날아와 산티아고에 정착을 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지금은 산티아고에서 지구촌 여행사를 경영하며 아시아나 항공 남미 대표를 맡고 있다. 그의 작은 꿈은 우리부부처럼 남미를 찾는 배낭여행자들을 위하여 무료 여행자 숙소를 이곳에 짓는 일이라고 했다.

 

사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도 남미에 배낭여행을 왔다가 그를 만나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강영숙 여행 작가로부터 우연히 소개를 받았었다. 남미에 가시거든 김사장을 한 번 만나보세요. 하면서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던 것. 그는 이렇게 혈혈단신으로 배낭여행을 온 한국인에게 숙소도 제공을 해주고 옷도 빌려주며 김치에 쌀밥을 먹여주며 훈훈한 인정을 베풀어 준다. 그 때문에 가정생활은 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이거 작은 돈이지만, 상징적으로 미래의 여행자 건립기금으로 100달러를 기부 하고 싶소만…."

"천만에 당치도 않는 말씀을. 남미에 와서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그저 저를 찾아주신 것만 해도 저는 즐거울 따름입니다."

 

그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강도와 도둑까지 맞고, 안데스의 험준한 산을 4번이나 오가며 남미를 여행하는 동안 외롭고 힘들고 고독했는데, 이곳 산티아고에서 그를 만나 모든 것이 언 사슬이 풀어지듯 훈훈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으니. 우리는 김사장 가족의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다시 산티아고 공항으로 갔다. 그의 작은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