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운전경력자가 초보운전자가 되다
존의 집에서 호주에서의 첫날밤이 꿈결처럼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비가 내린다. 멜버른은 너무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고 가물어 꽃밭에 물을 주지 못하도록 시에서 제한을 하고 있단다.
어느 날 그 사실을 깜박 잊고 시들어가는 정원에 잊어버리고 물을 주었다가 이웃사람이 시에 신고를 하여 경고를 받았다고 한다. 호주 인들이 공공법규를 지키는 것과 신고정신은 이처럼 투철하다나. 그래서 지금은 설거지를 한 물을 받아서 꽃밭에 겨우 물을 주고 있는데 우리가 비를 몰고 와서 여간 반갑지가 않다고 존이 말했다.
△날이 가물어 시들시들한 존의 정원. 시에서 수도물로 물을 줄 수 없도록 제한하여
설거지물로 조금식 주다보니 꽃이시들시들하다고...
"Oh, Choi, thank so much, you came here with rain!"
해맑게 웃는 존의 미소가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해준다. 오늘은 태즈마니아로 가는 날이다. 우리는 지나엄마와 함께 빅토리아 마켓에 들려 아내의 양털 신발(심장환자는 날씨가 추우면 발이 가장 시럽다)과 양털로 된 카시트(태즈마니아는 날씨변덕이 심하여 매우춥다고 하니 자동차 시트에 깔 양털시트를 샀다)를 사들고 태즈마니아로 가기 위해 멜버른공항으로 갔다.
△ 태즈마니아로 가는 멜버른 공항 표정. 사람들의 표정이 여유롭고 평화롭다.
△태즈마니아로 갈수록 하늘이 맑고 푸르다. 론체스톤 공항에 착륙을 하니 꽃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우리나라와 반대 극 쪽에 위치한 태즈마니아는 완전히 봄 날씨로 천지가 꽃이다.
태즈마니아로 가는 Jetstar 탑승구에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어슬렁거리며 모여 들기 시작했다. 섬으로 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전혀 바쁜기색이 없다. Jetstar는 Qantas의 할인항공사로 통상 태즈마니아 편도 정상요금이 200달러(호주달러)정도 하는데, 인터넷을 체크해 보니 59~69달러로 대폭 할인된 요금으로 티케팅을 할 수 있었다. 그 대신 정한 시간에 타지 않으면 요금은 반환되지 않으며 날자 변경도 되지 않는 조건이 딸려 있다. 호주에서 할인요금을 이용할 때에는 이 비행기를 이용하면 아주 싼값으로 비행을 할 수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http://www.jetstar.comc참조).
비가오고 잔뜩 흐렸던 날씨가 태즈마니아로 갈수록 청명해진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태즈마니아의 해변과 푸른 들판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드디어 론체스톤 공항에 안착을 하여 밖으로 나가니 완전히 봄 날씨다. 공항 출입구에는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우리를 반겨준다.
"이거 생각보다 덥군요."
"그러게, 옷을 벗어야 겠어."
시골 간이역 같은 공항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짐을 찾아들고 Hertz 렌터카 회사로 가서 자동차 렌트 계약을 했다. '현대 엑센트 컴팩트 사이즈'. 1일 렌트피가 31달러인데 1일 보험료가 23달러가 추가된다고 한다. 보험료는 우리의 선택사항인데 너무 비싸다.
"에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네요!"
"허지만 운전석도 한국하고는 정 반대인데 우짜면 좋겠소?"
"안전을 위해서는…
만약 보험을 들지 않고 사고가 나면 3,300달러를 배상(자동차 한 대 값)을 하는데, 보험을 들면 385달러만 배상을 하면 된단다. 할 수 없다. 안전을 위해서는 울며겨자 먹기로 보험을 들 수밖에….
"Good luck for you!"
계약을 마치고 자동차 키와 태즈마니아 지도 한 장을 들고 나오는데, Hertz의 여직원이 싱긋 웃으며 안전을 기원해준다. 일주일간의 보험료가 총 651.46달러. 거금을 지급해 주었으니 행운을 빌어줄 만도 하다. 손을 흔들어 답을 하고 차고로 갔다. 차고에는 지정된 파킹 로드에 사람도 없이 배지 색 엑센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은 없고 대신 자동차가 우릴 반겨주고 있군."
△우리가 7일간 렌트한 현대 엑센트. 반갑다. 현대 엑센트차야!
너와 함께 7일간 이 섬을 일주해야 하는데... 과연 잘 될까?
짐을 실고 시동을 걸어본다. 부응~하고 시동이 힘차게 걸린다. 그런데 오른쪽 운전석에 앉은 내가 초보운전자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운전경력 30년의 찰라가 초보운전자가 되다니……ㅋㅋ. 오토 기아를 옵션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기어를 넣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시운전을 하는 중에도 자꾸만 헛손질을 한다. 신호등과 와이퍼의 스틱이 영 헷갈린다.
하여간 그래도 가긴 가야지. 드디어 엑셀을 밟아 파킹로드를 출발하여 공항을 벗어나는데, 앗, 불사! 왼 쪽으로 돌아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돌고 말다니! 바로 앞에서 자동차가 부자를 누르며 경고를 한다.
"여봇! 정신 좀 차려요!
에고, 이를 어쩌지…
-태즈마니아 여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