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아이디어 하나로 서울시를 바꾼다?
서울시 "고객감동 창의경영발표회" 참관기
각계각층으로 이루어진 평가 패널
▲발표자, 평가패널, 가계각층의 참여자들로 열기가 가득한 서울시 창의경영발표회장
지난 1월 15일 강추위로 얼어붙은 한강을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너무 추워서 전화를 받지 않을까 하다가 그래도 무슨 긴급사항이 아닌가 하여 받아보니 서울시 미디어 담당관인 신미선 씨로부터 온 전화였다. "이번 서울시 창의경영발표회에 찰라님을 파워블로거 자격으로 평가단 패널로 모시고 싶은데 괜찮으신지요?"
블로거를 평가 패널에 포함시키는 것도 이래적이지만 "창의시정"을 위한 고객감동 발표회라니 도대체 어떤 내용들일까 하는 호기심이 들어 참관을 하기로 답변을 해주었다.
1월 26일 오후 2시 40분,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 13층 대회의실에 들어서니 회의실 입구에 우선 "고객감동 창의경영발표회"라고 쓰인 입간판이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회의실에는 벌써 참가자들로 가득 메워 발표장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평가단 패널에는 개그맨 김구라를 비롯하여 언론계, 교수, 초등학교교장선생님, 패션디자이너 등 각계각층의 인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또한 대학생자원봉사동아리, 국제여성환경연합 등 약 200여명의 단체들이 참석하여 발표장의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오세훈 시장을 비롯하여 서울시정무부시장, 행정1부시장 등이 입장을 하자, 정각 3시부터 창의 경영발표회가 시작되었다. 발표에 앞서 한국기업마케팅교육원 원장 김정순 씨의 특강이 약 10분에 걸쳐 진행되었다. "사랑과 열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삶"이란 주제로 한 짧은 특강은 10%의 보이는 빙산만 보지 말고, 물속에 잠긴 90%의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 깊은 내용이었다.
톡톡 튀는 뜨거운 아이디어 발표 경연장
특강에 이어 곧 바로 사례발표로 들어갔다. 이번 창의 경영발표회는 서울시 16개 투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예선을 거쳐 선정한 5개 팀이 발표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생각했던 바와는 달리 발표장은 처음부터 뜨거운 열기를 몰고 왔다.
첫 번째 발표인 <시민이 디자인하는 꿈 주머니, 드림켓 캠페인>은 집에서 버려지는 물건들을 드림켓(dream-ket)이란 꿈 주머니에 담아 지구촌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자원봉사센터"의 발표였다. 버려지는 자원을 캄보디아, 라오스,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전달하여 재활용을 하게 하는 아이디어는 2,520여 명의 서울시민이 함께 참여를 하여 모아진 물품이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보내져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이었는데, 발표자들의 연기가 프로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글로벌화 시대에 국경을 넘어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원봉사센터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오세훈 시장 앞에서 발표 연기를 보이고 있는 자원봉사센터 팀. 오세훈 시장은 민선 4기 시장 출범후 91차례의 창의시정 발표회를 한번도 거르지않고 참석하여 관심과 평가, 격려를 해오고 있다.
두 번째는 <그린 에너지 녹색 주차장>이란 주제로 "종로구시설관리공단"에서 발표를 했다. 관내 270여개 공영주차장이 너무 어두워 여성고객과 노약자 이용이 불안하고 주차 시 접촉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어두운 주차장을 환하게 밝히는 무공해 <태양광 LED>를 설치하여 전력설치비용 및 연간관리비를 절감시키는 내용이었다. 무공해와 비용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내는 아이디어는 높이 평가할 만 했다.
▲종로구시설관리공단의 <그린에너니 녹색주차장> 아이디어 발표 모습
세 번째는 <문지기 3인방이 떴다!>라는 주제로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발표가 있었다. 지하철 게이트 출입을 할 때 6세 미만(표없이 승차)의 아이들이 게이트 플랩에 부딪치거나, 사용미숙으로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데 착한하여 개발한 이이디어 내용이었다. 디자인실과 삼각역장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아이디어는 <유아전용 게이트>를 만들기까지 발전하였다. 유아들의 기호에 맞게 별도 게이트를 화려하게 만들고, 장애인 전용게이트까지 만들어 불편을 해소하는 내용은 무척 호감이 가는 아이디어 였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문지기 3인방 떴다!> 아이디어 발표장면.
선진국일수록 지하철 이용은 편하다. 세계의 각 나라 도시여행을 여행을 하다보면 검표가 없는 게이트를 많이 접할 수가 았다. 특히 북유럽에서는 아예 표를 체크하는 게이트가 없다. 시민의 양심적으로 표를 끊어서 이용을 하고, 당국은 가끔 불시 검표를 전동차 안에서 실시를 한다. 어떤 나라는 불시 검표도 하지않는다. 이미 우리나라 코레일에서도 게이트에서 검표를 하는 절차를 생략을 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도 이제 시범 구간을 지정해서 게이트가 없는 지하철을 시험해본 후, 게이트에서 검표가 없는 지하철 시대를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서울도시철도공사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어린이 전용 지하철 게이트"
네 번째는 <서울시민이 모두 행복해지는 디자인의 힘>이란 주제로 서울디자인재단의 발표가 있었다. <서울디자인올림픽 2009>행사를 치르고 난 후 디자이너들의 보다 높은 참여를 제고시키고, B2B(Business to Business) 즉, 비즈니스와 연계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아이디어였다. 이 팀은 디자이너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는 "마켓"형 전시, "디자인 장터"를 열어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었다. 2009년도에 6개의 "2009 월드디자인마켓 서울" 전시회를 통해 1천200만원의 수익금을 창출하여 유니세프에 기증을 하는 성과를 올리는 노력이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행복열차! 미래환경을 생각하다>는 서울메트로에서 "친환경 분기기 Roller상판"을 개발해내는 과정과 정책으로 채택하여 실시하기까지의 내용이었는데, 과거의 철도레일 분기기(선로이동전환장치)는 계속적으로 도포된 기름으로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화재위험 등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분기기 개발 아이디어 제안은 기술적이면서도 창의력이 돋보였다. 철도토목팀과 기술사업소 팀이 2년여의 연구실험 끝에 개발한 아이디어는 공해가 전혀 없고 안전사고 위험이 없는 "Roller상판조립체"란 상품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분기기의 미끄럼마찰에서 베어링을 이용한 구름마찰로 개선하여 안전성을 증대하고, 주기적인 윤활유 도포를 제거시켜 환경오염을 감소시킨 기술개발은 기대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어였다. 이 아이디어는 해외 원천기술사에서도 자사제품보다 우수하다는 "Very Good"이란 품질보장을 받아 국제적인 인증을 받았으며, 특허출원까지 하기에 이르러 해외수출까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한다.
▲참여자 전원의 평가로 91점 최고점을 맞아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울메트로 팀의 전광판 평점
▲발표를 진행하는 동안 응원으로 발표팀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응원단의 응원전도 뜨거웠다.
참여자들의 냉철한 평가로 우열 가려져
이상 다섯 가지의 창의발표에 이어 발표회에 참여한 200여명의 참가자들이 전자식 버튼을 눌러 공동으로 평가를 하였다. 평가점수는 최고 9점에서 최하 1점까지 주는 것인데, 서울시 경영기획실장 권영규 씨에 의하면 처음에는 분야별로 전문평가단을 두어서 1~2차로 나누어 평가를 해보기도 했는데, 발표현장에서 참여자의 직접 평가와 큰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선입견이 없는 참여자들의 순수 평가가 더 정확하고 좋은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
평가결과는 서울메트로의 <행복열차! 미래 환경을 생각하다!>가 91점의 높은 점수를 받아 최우수상을 받았고, 종로구시설관리공단의 <그린에너지 녹색주차장>과 서울도시철도의 <문지기 3인방이 떴다!>가 83점 동점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비록 전문가가 아니라도 역시 평가단의 판단과 평가는 냉철했다. 평가 참여자들은 발표장에서 겉으로 보이는 연출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노력, 그리고 친환경, 시민고객에게 기여하는 효과가 높은 아이디어에 역시 높은 점수를 주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서울시를 바꾸어 나간다
시상식에 이어 평가 패널들의 간단한 평가소감이 있었다. 패널들의 소감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짜내 시민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 그저 놀랍다는 의견들이었다. 그러나 어떤 패널은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채택하여 얼마만큼의 기간과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를 보다 정확히 밝히는 것이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평가 직후 곧 바로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에게 일일히 악수를 나누며 격려하는 오세훈 시장
민선 4기인 오세훈 시장 출범 직후부터 조용히 시작된 '창의시정'은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복지부동, 무사안일이란 말은 이제 옛날 말이라는 것. 취임 후 줄 곧 "창의"를 강조해온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공무원과 투자․출연기관 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아이디어를 짜내어 창의시정을 이끌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오늘 발표회의가 91번째 인데 시장님께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 발표회의장에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꼭 참석하여 발표내용을 함께 토론 평가하고 격려를 하여주시고 있습니다." 서울시를 경영하는 최고 경영자인 오세훈 시장의 지대한 관심과 참여로 형식적인 회의가 아닌 실질적으로 시정에 참여시키는 아이디어들이 백출하고 있다고 권영규 실장은 전했다.
2009년 한 해 동안 10만 809건의 아이디어 쏟아져
서울시 5만 공무원은 시민입장에서 생각하기를 시작했고, 이를 점차 '시민고객' 감동행정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 특히 최근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젊고 우수한 자질을 가진 공무원들은 '상상뱅크'를 통해 폭발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민선 4기 후반기인 2009년 한 해 동안 서울시 공무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10만809건으로 민선 3기말인 2005년도 464건에 비해 무려 217배가 늘어 났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중 3,611건을 채택하여 정책으로 실현했다. 세계기네스협회에 등재되기도 한 "반포대교의 달빛 무지개분수"와 "한강횡단 줄타기 대회", "장애인 복지카드 장애표 개선", "단수 없는 상수도 공사"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시상식후 발표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
5만5천 건의 아이디어를 쏟아낸 서울시민의 "천만상상오아시스"
한편 서울시민의 창의적인 참여 루트를 열어놓은 "천만상상오아시스(oasis.seoul.go.kr)"에는 시민들의 아이디어 제안 건수가 사이트를 오픈한 2006년 7월 이래 5만 5천 건이 쏟아졌다. 서울시는 이중 142건을 채택하여 서울 시민생활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초․중고 칫솔세면대 설치", "전업주부 건강진단 실시" 등 주로 시민 생활 속에 필요한 정책이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개선되어가고 있다. 이 제도는 UN에서도 시민참여 혁신사례로 인정을 받아 UN으로부터 "UN공공행정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시민, 공무원 쌍방향 참여 도시행정 시대의 개막
서울시는 관주도의 도시행정에서 이제 아이디어를 매개로 한 "시민참여 쌍방향 행정"으로의 도시행정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민과 공무원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서울시장과 각계각층에서 선정된 패널, 방청객들 앞에서 직접 발표를 하고 현장 평가를 통해서 즉시 평가를 받는다.
또한 정책으로 채택된 아이디어는 시민인 경우 일정한 포상을 받게하고, 공무원들은 인사고과에 반영하여 특별 승진 등 혜택을 받기도 한다. 이 특진 제도는 공무원들에게 누구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면 채택이 된다는 의욕을 불어넣고 있어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는 각 파트별로 발표회의를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시민주도의 "천만상상오아시스 실현회의"는 두 달에 한번, 서울시공무원들이 겨루는 "고객감동창의발표대회"와 서울시투자출연기관의 "창의경영발표대회"는 각각 한 달에 한 번씩 열린다.
소모적이고 전시효과적인 아이디어는 철저히 배제해야
이러한 양방향 제도의 도입으로 종전에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불만이나 민원으로 여긴 것이었다면, 이제는 정책적 요구로 파악하는 신호로 인식하는 질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공무원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창의시정이란 점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제도는 자칫 잘못하면 형식적이고 전시효과만을 노리며 시간만 낭비할 수도 있는 소지가 있다.
▲해치 동상이 서있는 서울특별시 서소문 청사
향후 어떤 사람이 서울시장이 되던지 공무원과 시민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출원할 수 있도록 창구를 활짝 열어 놓고, 채택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반드시 적절한 포상과 격려가 있어야 한다. 또한 제안제도는 1회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져야하며, 전시효과를 노리는 아이디어나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소모적인 정책은 철저히 채택을 배제해야 한다.
서울시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는 시민의 혈세를 소비하는 것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정책으로 채택하기에 앞서 그 제안이 얼마동안의 지속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가, 시민에게 과연 꼭 필요한 것인가 등 기대효과를 면밀히 분석한 다음에 실시를 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해 수억원을 들여 광화문에 설치한 '스노보드 점프대'를 보고 뜻있는 시민들은 꼭 그 괴물 같은 점프대를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에 설치를 해야 하느냐며 눈살을 찌뿌기도 했다. 물론 이 아이디어의 창안자는 스노보드 월드컵 대회를 전 세계에 생중계하여 서울시를 지구촌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착한했을 것이다. 그 발상은 기발하지만 대회가 끝난 직후 점프대는 곧 철거를 해야 하는 소모적인 시설이란 점도 깊이 숙고를 해보았어야 한다. 광화문이 아니고 다른 곳에 설치를 했다면 두고두고 점프대를 사용할 수도 있지않겠는가?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고객감동 창의경영발표회장"을 나오니 새로 설치된 서울시의 상징인 해치가 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해치는 선과 악을 간파하여, 정의를 지키는 동물이라고 한다.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가려내는 신령스런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수호신 같은 동물이라고 한다.
그런 해치상을 바라보며 해치에게 부끄럽지 않는 시민참여의 쌍방향 행정을 이루어나갈 때 서울시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