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난생 처음 먹어보는 야크요리-샹그릴라 티베트 식당

찰라777 2010. 2. 19. 19:00

  

<잃어버린 지평선>을 찾아서 ⑪

 

샹그릴라(香格里拉-중덴)를 향하여....

 

다음 날 아침 8시. 샹그릴라로 가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젯밤 사쿠라 카페에서 만났던 미스 임이 나와 있질 않은가!

 

"부모님 같은 두 분께서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니시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사실 두 분을 따라 저두 샹그 릴라를 가고 싶은데…. 한국을 떠나 온지 너무 오래되어서 돌아가야 되거든요. 티베트까지 무사히 잘 다녀오시도록 기도할게요."

 

"고마워요! 아직 젊으니까 기회가 많을 거야.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우리 또 만나요."

 

여행지에서 누군가로부터 환송을 받는다는 것은 꽤나 기분 좋은 일이다. 짧은 시간 만남이었지만 이렇게 아침 일찍 일부러 환송을 나온다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은 일이다. 우리는 미스임의 화려한 환송(?)을 받으며 샹그릴라로 향했다.

 

 

▲샹그릴라로 가는 이정표와 험준한 산세

 

 

샹그릴라로 가는 버스는 공교롭게도 호도협을 갈 때 탔던 그 미니버스다. 유리창이 깨져 있었기 때문에 곧 기억이 났다. 운전수도 같은 사람이다. 버스가 출발하자 곧 눈이 감겼다. 리장은 축제분위기에 젖어 잠을 설치기 쉬운 곳이다. 리장의 밤은 소란하고 뜨거웠다. 홍등은 꺼질 줄을 모르고 밤을 밝혔다. 매일 밤 축제 분위기다.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리장의 거리는 겨우 조용해졌다.

 

차우타오를 통과하자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비탈길을 버스가 덜덜거리며 가는 바람에 잠이 깨었다. 버스는 점점 깊은 협곡으로 빠져 들어갔다. 도로는 가는 곳마다 공사를 하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서쪽에서 벌어다가 동쪽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었다. 물론 미래를 위한 투자다.

 

 

다리-리장-중덴으로 이어지는 샹그릴라 관광벨트

 

중국정부는 쿤밍~다리~리장~샹그릴라에 이르는 지역을 샹그릴라 벨트로 개발하고 있다. 위난서과 티베트 라싸를 잇는 차마고도를 핵심 관광벨트로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리장을 중심으로 다리, 샹그릴라에 이르는 300km에 이르는 세 도시를 연결하여 대샹그릴라 벨트를 계획하고 있다.

 

리장에 국제공항을 건설하여 리장에서 다리, 샹그릴라로 쉽게 접근하도록 하여 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역엔 매년 해외 관광객이 10~20% 씩 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그 옛날 조랑말에 차와 소금을 싣고 몇 달씩 걸려 다니던 차마고도는 추억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꼬불꼬불한 산길은 뻥뚫린 고속도로와 철도로 바뀌고, 조랑말 대신 씽씽 달리는 자동차와 철도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산허리 아래에는 군데군데 마을이 있고, 마을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다랑논과 밭이 있다. 자동차가 공사구간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운전수가 시동을 끄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래 멈춰있을 모양이다. 버스는 중간에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없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해발 3,000~ 4,000m 고지대다. 굽이치는 비탈길을 버스는 헉헉대며 기어간다. 산허리에서 풀을 뜯고 있는 야크가 보인다. 언덕길이 끝나자 일순 보리밭 평원이 나타난다. 평원에는 특이한 모습을 한 장족 마을이 나타난다. 사람들이거리에 그냥 한가롭게 앉아 있다. 거리는 완전히 티베트 풍이다.

 

 

▲현대식 도시로 변해가는 샹그릴라. 중덴 버스터미널

 

 

▲티베트 호스텔. 중덴에 들어서니 완전히 티베트 풍이다.

 

 

오후 1시. 드디어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의 무대라고 하는 샹그릴라에 도착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샹그릴라의 첫 인상은 실망 그자체이다. 이상향의 유토피아보다는 흉악한 콘크리트 건물과 먼지가 풀풀 나는 건설 현장뿐이다. 터미널에서 다음날 아침 8시 20분에 출발하는 더친 행 버스표를 미리 샀다. 버스비는 34元이고, 5시간 걸린다고 한다.

 

해발 3,200m의 고도 샹글릴라. 무거운 배낭을 메고 몇 발자국 걸으니 숨이 찬다. 당초 융성판덴(Tibet Hotel)까지 걸러 가려고 했던 마음을 변경했다. 5元을 주고 탔다. 호스텔에 도착하니 티베트 풍의 대문에 비교적 넓은 곳이다. 리셉션의 직원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리장에 비해 엄청 조용하고 춥다. 비수기철이라 방값을 40元으로 아주 싸게 흥정했다. 론니에는 원래 더블 60元으로 나와 있다. 대신 욕실도 없고, 화장실로 공동화장실을 써야 한다. 양식과 중국요리를 함께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인터넷과 환전도 할 수 있다.

가까운 곳에 야크 요리를 하는 식당이 있다고 하여 짐을 풀고 거리로 나왔다.

 

난생 첨 먹어보는 야크 스테이크

 

 ▲난생 처음 먹어보는 야크 스테이크

 

 

티베트 카페(Tibet Cafe)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완전히 티베트 풍이다. 주인은 티베트 인이라고 한다. 식당 벽에는 라싸 전체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 있다. 장식과 액세서리도 모두 티베트에서 가져온 모양이다. 아니 도시 전체가 티베트인들이 살고 있으니 이곳은 티베트 땅이나 다름없다.

 

 

 

 ▲완전히 티베트 풍으로 꾸며진 중덴의 티베트 카페

 

 

배낭여행자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짜이를 마시거나 요리를 먹고 있었다. 우리도 난생 첨으로 야크 스테이크를 시켜서 먹었다. 고기 맛은 말고기와 소고기의 중간이라고나 할까? 소고기보다는 약간 질기고, 말고기보다는 부드러운 것 같았다. 배가 고픈지라 야크요리를 맛있게 먹고 티베트 아가씨가 가져온 뜨거운 찌아를 마셨다. 뜨거운 차를 마시고 나니 언 몸이 좀 풀렸다.

 

 

여자는 곤란한데요

 

옆에 있는 배낭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엿들어 보니 어떻게 하면 차마고도를 통해 라싸로 가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집의 주인인지 아니면 빵차 운전수인지는 몰라도 티베트인으로 보이는 청년이 그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잠시 이야기가 끊어진 동안에 티베트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서 라싸로 가는 방법이 있습니까?"

"있기는 한데, 일행이 어떻게 되지요?"

"저와 아내 단 두 사람입니다."

"아하, 여자는 좀 곤란한데요."

"왜 그렇지요?"

"길도 험하지만 여자는 금방 발각이 되거든요."

 

티베트 청년은 아내를 흘끔흘끔 훔쳐보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중국정부는 중국에서 라싸로 가는 유일한 육로는 칭하이 성 골무드에서 들어가는 길만 열어 놓고 있었다. 그 길도 여행 허가서를 받아야만 갈 수 있는 길이다. 다른 육로로 가다가 발각되면 벌금을 물고 다시 돌아와야만 한다. 운이 아주 좋거나 아니면 뇌물로 해결을 해야 한다. 문제는 뇌물을 주고도 한번만 걸리면 다행인데 몇 번을 걸릴지 모른다는 것.

 

우리는 일단 샹그릴라에서 라싸로 가는 여행을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쑴첼링 곰파로 가는 3번 버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