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게 풀을 뜩고 있는 야크. 초원의 둘레에는 설산이 "시간의 큰 원"처럼 둘러싸여 있다.
......멀리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계곡의 강바닥은 녹색으로 뒤덮여 있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사방이 막혀 있어 바람도 없고 라마교 사원의 지배를 받고 있다기보다는 감시를 받고 있다는 편이 더욱 어울릴 것 같은 그 장소는 만일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면, 위쪽에 치솟아 아득히 높고, 등반이 거의 불가능한 산맥에 의해서 완전히 격절되어 있다는 흠이 있을지언정 콘웨이에게는 그곳이 평화로운 은총으로 가득 찬 땅으로 여겨졌다......
(이경식 옮김, 문예출판사,2004)
건기인지라 호수에는 물이 없었고, 수백 마리의 야크와 말과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사방이 설산으로 싸여 있는 초원은 소설의 표현처럼 바람도 없었다. 초원을 따라 아득히 쑴첼링 곰파의 금빛 찬란한 지붕이 보였다.
▲나파하이 초원에서 바라본 쑴첼링 곰파
▲조랑말을 몰고 다니는 소년. 우리는 이 소년의 조랑망을 탔다.
▲초원 입구에 몰려 있는 조랑말
호수입구에 도착하니 말을 끌고 있는 마부들이 몰려온다. 초원에서 말을 타라는 것이다. "정말 말을 타야겠어. 여기선……" "좋아요." 우리는 어느 소년의 작은 조랑말을 골라 탔다. 소년의 조랑말을 타고 우린 초원으로 달려갔다. 소년이 달려오며 따라왔다.
초원 가운데로 가니 그곳에는 야크와 말과 소, 그리고 돼지들이 함께 어울려 풀을 뜯고 있었다. 평화로웠다. 사랑스러웠다. 그것은 아름다운 삶의 조화였다! 가끔 구름 사이로 눈부신 태양이 얼굴을 내밀며 햇빛을 보내주었다. 햇빛사이로 만년설에 뒤덮인 설산들이 희뜩 희뜩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중국이 지배하기 전에 티베트의 성스러운 땅이다.
▲햇빛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나파하이 초원은 평화롭다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는 사람들
한때 당 태종은 그의 조카딸인 문성공주(623~680)를 송첸캄포 왕에게 시집을 보낼 정도로 보낼 정도로 티베트(당시 토번국)는 강성했다. 문성공주는 송첸캄포의 제2황후가 되어 당과 평화조약을 체결했다. 전설에 의하면 라싸의 포탈라 궁은 송첸캄보가 문성공주를 맞아드리기 위하여 지은 궁전이라고 한다.
초원과 설산, 그리고 쑴첼링 곰파, 조랑말을 타고 초원을 지쳐 가다보니 갑자기 여기가 이상향의 세계인 샹그리라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아니 티베트인들이 갈구하는 <샴발라>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티베트인들은 샹그리라를 <샴발라>라고 말한다.
샴발라에서 가장 성스러운 가르침은 <시간의 큰 원 大時輪>이라 불린다. 이 가르침은 태초에 속하며 역사상 붓다가 나기 훨씬 오래전부터 있던 것이다. 그것은 언젠가 인간들이 스스로의 탐욕과 무지로 인해 지상 세계를 파괴하리라고 예언 한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때가 되면 인간들은 자신들의 정념이 모든 해악의 근원임을 인식하리라고도 말한다. 그러면 샴발라의 왕은 비로써 온 인류를 다스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지혜가 지상의 왕좌를 차지할 황금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마이클 우드 지음, 신화추적자, 칼라카크라 탄트라 중에서).
▲조랑말 소년이 찍어준 사진
▲쑴첼링 곰파에서 티베트 라마승이 준 [카타]를 목에 걸고 있는 나는 <샴발라>세계에 있는 듯한 착가에 빠졌다.
우리는 영혼의 도시 라싸를 향하여 나파하이 초원에서 "화이팅"을 외쳤다.
지구는 인간의 탐욕과 무지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때가 되면 과연 인간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게 될까? 그러나 끝없는 욕망의 주머니를 달고 다니는 이상 잘못을 알고도 뉘우치지를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잘못된 정념을 인식하였을 때에는 이미 지구는 종말을 달리고 있을 때가 아닐까? 지구촌 곳곳에서 판이 무너져 내려 지진과 쓰나미가 강타를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들의 개발은 멈추지 않고 있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설산은 마치 <시간의 큰 원>처럼 보였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우리는 조랑말에서 내려 야크와 소와 돼지들과 한 때를 보냈다. 야크가 되고, 소가 되고, 돼지가 되고... 우린 친구였으며, 한 우리 안에서 함께 생명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