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평선>을 찾아서 ⑭
히틀러도 찾아 나섰던 샹그리라는 어디에 있는가?
▲티베트인들이 샹그리라로 여기는 카일라스 성산
"오늘날은 아무도 샴발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비록 그것은 존재한다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며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왕래할 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그것이 다른 세상에 있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그것이 실제의 장소이지만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주장이 진실이든 간에, 전통적으로 샴발라 탐색은 외적인 여행에서 시작하여 내적인 탐험과 발견의 여행이 된다."
-신화추적자, 마이클 우드 지음, 웅진씽크빅-
▲더친에서 바라본 메리쉐산. 샹그리라에 나오는 푸른달의 골짜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상향으로 추구하는 샹그리라가 진정으로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샹그리라는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찌든 서양인들에게 낙원의 꿈을 불러 일으켰다. 힐톤의 소설은 1937년 콜롬비아 영화사에 영화로 제작되어 크게 히트를 하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메릴랜드에 있는 대통령 휴양지를 <샹그리라>로 명명할 정도였고, 수많은 호텔과 음식점이 샹그리라라는 상호를 썼다. 서구의 젊은이들이 샹그리라를 찾기 위해 티베트 지역을 찾아 헤맸고, 심지어는 히틀러조차도 샹그리라를 찾기 위해 탐사대를 파견하였다고 한다.
현재의 샹그리라인 중뎬은 냉전시대 중국이 서구와 격리되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간 지역이다. 중국은 디칭 자치주를 1992년까지 개방하지 않았다. 티베트 민족에 대한 정치적 위험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 <세기말>풍조가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다시 샹그리라를 머리속에 떠올렸다. 공업화로 인한 환경 파괴, 과학과 기계문명의 발전이 낳은 비인간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시리도록 아름다운 만년설과 푸른 하늘, 싱그러운 초원, 자연과 신이 공존 할 법한 평화로운 파라다이스에 대한 열망을 부추겼다.
▲쑴첼링 곰파의 티베트 수도승들. 약 600여명의 라마승이 수도를 하고 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쑴첼링 공파의 지붕
중뎬을 <샹그리라>로 명명한 중국의 속셈
이러한 풍조에 발을 맞추어 네팔과 부탄, 인도 등지에서 너도나도 히말라야 산록의 아름다운 한 마을들을 <샹그리라>라고 명명하고 관광객들을 유혹했다. 여기에 질세라 중국도 마침내 샹그리라를 찾아 나섰다. 1996년 중국정부는 민속학자, 종교학자, 언어학자, 지리학자, 역사학자 등 50여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을 모집하여 <샹그리라 탐사대>를 구성하였다. 탐사대는 쓰촨성, 윈난성, 티베트자치구 등을 샅샅이 조사하여 소설 속의 무대로 추측되는 샹그리라를 찾아 나섰다. 힐턴의 소설에 등장하는 설산, 강과 협곡, 라마사원, 대초원, 원시림, 다양한 동식물 등이 탐사의 기준이었다. 마침내 이들은 티베트 캄(康巴, Kham)에 속하는 디칭 자치주의 중뎬현이 소설의 무대와 똑 같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캄(康巴, Kham)은 티베트 동부지역을 일컷는 지명이다. 티베트 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샹그리라는 현 중국 윈난성과 쓰촨성 일대를 말한다. 이곳은 영혼의 도시 티베트 라싸와도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가 험준한 지형 상 중국의 다른 지방과도 교류가 많지 않아 외부와 차단되어 있으며 언어와 문화도 중국과 다르다.
또한 힐턴의 소설에는 쿤룬산맥(崑崙山脈)에 대한 말이 자주 등장한다. 쿤룬산맥은 파미르고원의 일부로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히말라야 산맥으로 이어진다. 중국측은 콘웨가 탄 비행기가 쿤룬산맥을 따라 동쪽으로 남하를 하다가 이곳 중뎬현에 불시착을 하게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이다.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남쪽으로 뻗어내린 백망쉐산(白茫雪山)
"그들은 란조우나 칭하이를 지나, 상상할 수 있겠지만 천신만고의 고난을 겪으며 남서를 향해 여러 달 여행을 계속하였는데, 세 명은 도중에 사망하고 남은 한 명이 지금의 <푸른 달>의 골짜기로 통하는 유일한 길로 남아있는 험한 계곡에 당도했을 때 죽기 일보 직전이었소."
(잃어버린 지평선, 이경식 옮김, 문예출판사, 2004)
그 남은 한 명이 바로 카푸친 수도회 소속의 페로 라마승이다. 페로는 콘웨이에게 자신이 샹그리라로 온 경로를 말한다. <쿤룬산맥>은 파미르 고원에서부터 시작하여 티베트와 타클라마칸 사막과 경계를 이루며 칭하이성을 지나 히말라야산맥과 연결된다. 그리고 히말라야 산맥은 윈난성의 메리쉐산을 지나 위룽쉐산에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중뎬이 샹그리라라고 내 세우는 한 대목이다. 그러나 칭하이에서 남서쪽 방향은 카일리스 성산 방향이 더 가깝다.
어쨌든 2001년 12월, 중국정부는 중뎬(中甸)현을 <샹그리라>현으로 이름까지 바꾸고 삼림 채벌을 완전 금지시켰다. 원시림과 다양한 생물, 대협곡 등이 산재해 있는 다리, 리장, 중뎬, 메리쉐산 등 디칭 주변지역을 <샹그리라권>으로 묶어 자연과 문물을 보존하는 방법을 강구했다. 티베트 족의 종교와 민속, 전통예술 등의 보존에도 힘을 썼다. 때문에 이 지역은 라싸보다도 오히려 티베트의 문화와 종교가 그대로 생생하게 더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이 샹그리라라고 하는 확신은 아무도 할 수가 없다.
내 마음속의 해와 달, 샹그리라...
티베트인들은 샹그리라를 샹발라라고 말한다. ‘샴발라(香巴拉)’는 ‘불국정토(佛國淨土)’ ‘피안(彼岸)세계’, ‘이상향(理想鄕)'을 뜻한다.
"샴발라의 땅은 골짜기에 있다. 거기에 가려면 연꽃잎들처럼 이어져 있는 만년설 봉우리들을 지나야 한다...... 그 한 복판에는 성스러운 호수 위에 수정 같은 9층산이 서 있으며, 청금석과 산호, 진주로 장식된 궁전이 있다. 샹발라는 필요한 때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인류의 지혜가 시간과 역사의 파괴 및 부패로부터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칼라카크라 탄트라Kalachakra tantra>의 한 주석가는 샴발라에 대해서 이렇게 쓰고 있다. 샴발라는 지리적인 장소라기보다는 영적이고 신비적인 개념이라는 것. 이것이 지어낸 이야기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있다. 10세기 인도에서 처음 기록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불교 예식서에는 히말라야의 산맥 너머, 그 장엄한 설산의 그늘에 있는 마법적인 땅에서 독실한 불교 신자들이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샴발라의 세계.설산이 궁궐을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다)
"많은 구루(영적인 스승)들이 샴발라로 가는 길을 묘사한 바 있다.... 그러나 모두가 한결같이 지적하는 점은 오직 깨달음을 얻은 존재들, 고도의 영적인 훈련을 받은 요가수행자들만이 그 도상에 물리적, 정신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구도자는 샴발라가 진실로 존재한다는 절대적인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 혹은 그녀는 이생동안에 선행으로 공적을 쌓아어야 하며 세속적인 욕망과 안락함을 완전히 버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할 것이다. "
-마이클 우드, 신화추적자, 웅진씽크빅-
서구의 여행자, 탐험가, 신비가들은 은밀한 티베트 즉 샴발라의 세계를 발견하는 데 목숨을 걸었다. 그렇지만 최초의 탐험가들은 선교사들이었다. 예수회 회원들은 돌격대였고 영적인 특수부대였으며, 요가수행자들 못지않게 고행에 길들어 있었다. 그들은 산 너머 미지의 세계에 그리스도들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 이야기는 전설적인 <요한 사제>가 다스렸다는 중국 인근 왕국에 관한 기이한 중세 전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12~17세기 서구에 유행했던 전설에 의하면 동방에도 잊힌 그리스도교 국가가 있으며 동방박사 중 한 명의 후손인 요한 사제가 그 나라의 왕이었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 문명을 목격한 최초의 서구인 안토니오 안드라데(Antonio Andrade)였다. 1624년 안드라데는 델리를 떠나 티베트로 들어갔다. 안데라데는 인도에서 부랑을 지나 구게왕국이 있는 차파랑과 톨링, 그리고 카일라스 성산까지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안데라데의 여행기는 1626년에 출간되었으나, 영어로 된 요약본은 제임스 힐턴이 <잃어버린 지평선>을 쓰기 얼마전인 1930년대에야 빛을 보았다. 힐턴의 소설에는 샹그리라에 도착한 콘웨이가 라마사원의 도서관에서 안드라데의 <티베트의 발견 Discovery of Tibet>란 책을 발견한 장면이 나온다. 이는 샹그리라의 발상이 어디서 왔는가를 말해주는 또 하나의 단서가 될 것이다.
티베트인들은 오래전부터 샹그리라로 여겨지는 마법의 땅을 카일라스(Kaillash;수미산)성산으로 여겨왔다. 카일리스는 히말라야 산맥의 다른 산들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으며, 그 기이한 형태는 상상력에 독특한 영향을 미쳐왔다. 그것은 완벽한 피라미드 모양의 수정(水晶)체이다. 카일리스는 제임스 힐턴이 가공의 샹그리라에서 피라미드 모형으로 묘사했던 모양과 가장 근접하게 일치하는 모양이다.
▲티베트인들이 샹그리라로 여기는 카일리스 성산. 카일리스는 완벽한 피라미드 모형의 수정산이다.
▲Kaillas 성산 지도
카일리스 산은 평원 위에 삼각형 모형으로 똑바로 솟아있고, 산정은 섬뜩한 섬광으로 미광을 내뿜는다. 남쪽 사면에는 기이한 검은 수평 줄무늬가 있어 <9층산>이라는 별명도 생겨났다. 이는 칼라카크라 탄트라에서 말하는 9층산과 일치한다. 전통신앙에 따르면 카일라스 산은 샴발라의 전설에서처럼 스물한 개의 좀 더 작은 산봉우리들이 고리로 둘러 싸여 있다는 것이다. 우주를 그린 옛 그림에서 카일라스 성산은 우주의 한복판을 차지한다.
카일라스 산은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본교를 믿는 모든 사람에게 수천년동안 신화에서 재현되어 온 중심적 장소이다. 힌두교도들은 시바 신이 이 산에 있다고 믿고 있으며, 불교에서는 서방정토 세계인 수미산으로 여기기도 한다. 티베트인들은 카일라스 산을 샴발라에 나오는 연꽃과 연못으로 둘러싸인 수정산이라고 말한다. 이 거대한 수정산 덩어리는 히말라야가 융기하기도 전인 수천만년 전에 태초의 대양 깊은 곳에서 형성된 산이다. 요가수행자 밀래레파와 파드마삼바바도 이 성산에서 수행을 했다. 그러므로 티베트인들은 카일라스 성산이 샴발라의 세계이며, 설산에 숨겨진 샹그리라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믿는다.
"오늘날은 아무도 샴발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비록 그것은 존재한다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며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왕래할 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그것이 다른 세상에 있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그것이 실제의 장소이지만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주장이 진실이든 간에, 전통적으로 샴발라 탐색은 외적인 여행에서 시작하여 내적인 탐험과 발견의 여행이 된다."
-달라이 라마-
달라이 라마의 말이다. 그는 샹그리라가 지리적으로 실재적인 존재한다는 것을 경계 한다. 티베트의 라마승들은 우리 각자가 모두 샹그리라에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어떤 세상에 있을 낙원을 꿈꾸는 불안정한 동경을 극복할 수 있다면 말이다. 제임스 힐톤의 샹그리라는 티베트의 어느 지역에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그리고 잠재적인 샹그리라들이 온 세상에 가득하다는 것. 낙원은 지상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진정한 샹그리라는 우리들 각자의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향>인 샹그리라는 각자의 마음속에 상존하고 있는 "내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것이다.
샹그리라가의 의미가 어찌되었던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중국인들이 <푸른 달빛의 골짜기>라고 하며 성산으로 여기는 메리쉐산을 향해 출발했다. 메리쉐산으로 가는 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계곡과 험한 산을 넘어가야 했다.
☞샹그리라의 학술적인 의미
티베트 언어학자들은 샹그리라(香格里拉·shangrila)의 뜻을 두 가지로 풀이한다. '샹(香)'='마음’, "그(格·중국어 발음은 거)= ‘∼의’, '리(里)'= ‘태양’, '라(拉)= ‘달’로 이를 풀이하면 샹그리라는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이 된다. 또 다른 해석에 따르면 '샹그'= ‘흰 달빛’, '리라'= ‘태양’을 의미하며 중뎬(中甸)현의 고성(古城) 이름인 <일월성>(日月城)을 가리킨다는 것. 또한 샹그리라는 티베트불교 경전에 나오는 ‘샹바라(香巴拉)’의 중뎬 지방 방언이라고 설명하는 학자들도 있다. 샹바라는 ‘불국정토(佛國淨土)’ ‘피안(彼岸)세계’, ‘이상향’을 뜻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