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550m 고원의 골짜기에 자리잡은 더친은 '평화로운 극락의 땅'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비래사에 펄럭이는 타르쵸. 메리설산을 조망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더친德欽은 원래 티베트의 영토이다. 티베트어로는 '아둰쓰', 즉 '평화로운 극락의 땅'이란 뜻이다. 인구의 6만의 평화로운 마을 더친은 1950년 중국이 강제 점령이후 중국 땅으로 변했다. 더친 시내는 달동네를 연상케 하는 언덕배기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해발 3550m의 더친 거리는 삭막하다. 거리가 어쩐지 슬퍼 보인다. 무력으로 티베트를 장악한 중국은 분명히 평화를 짓누르는 행위를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문화와 종교, 정신이 다른 티베트는 마땅이 독립을 하여야 한다. 강제로 남의 나라를 차지하고 통행도 금지시키는 행위는 마땅히 저주를 받아야 한다. 걷기도 숨이 차고 해서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 잠시 앉아 쉬기로 했다. 밍융빙찬으로 가는 버스 역시 작은 미니버스다. 1인당 13위안을 주고 버스표를 샀다. 중덴에서 더친까지 미니버스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하듯 달려왔는데…
▲메리설산으로 가는 미니버스
▲더친 버스터미널 풍경
▲더친은 쓰촨성, 버마, 티베트로 가는 거점지역이다. 버스를 타는 라마승들
정류장에는 붉은 승복을 입은 티베트 라마승들이 보였다. 터미널 주변에는 허름한 콘크리트 건물이 둘러서 있고, 건물에는 빨래들이 너덜너덜 걸려있었다. 오후 4시 미니버스가 더친을 출발했다. 버스는 마을을 벗어나 다시 아슬아슬한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티베트로 가는 접경이라 그런지 마을 벗어나자 공안원이 검표를 엄중하게 검문을 했다.
더친에서 얼마 가지 않아 타르쵸가 펄럭이고 있는 전망대를 만났다. 이곳도 '비래사'라고 한다. 이곳은 메리설산을 조망하는 최고의 전망대라고 한다. 마침 버스가 잠시 멈추어 주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메리설산이 바로 지척에 잡힐 듯 서 있었다. 흰 눈으로 덮인 설산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비래사에서 바라본 메리설산. 바람에 펄럭이는 타르쵸 사이로 설산이 신비하게 보인다.
▲설산은 희다 못해 푸른빛을 띠고 있다. 저기가 힐턴의 소설무대인 <푸른달의 골짜기>일까?
▲설산 밑으로 계곡으로 빙하가 흘러내리고 있다.
저기가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의 배경인 <푸른 달의 골짜기>일까? 원추형으로 보이는 설산이 구름에 가렸다가 나타나곤 했다. 더할나위없이 장려한 광경이었다. 카와 카르포 또는 타이쯔산太子山이라고 불리는 메리쉐산은 해발 6740m로 티베트인들이 성산으로 여기는 비경을 가지고 있다. 펄럭이는 타르쵸 사이로 메리설산이 더욱 신비하게 보였다. 거대한 빙하가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장관도 보였다. 타르쵸에는 티베트의 염원이 담긴 불경이 새겨져 있다. 바람이 불경을 읽어준다던가? 나는 타르쵸 사이로 보이는 메리설산을 향해 티베트의 독립을 염원해 본다. 미니버스가 부자를 울렸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운전사는 마음씨가 좋아 보였다. 버스 운전대 앞에는 부적처럼 생긴 나무 조각이 몇 개 걸려 있고, 부처님으로 보이는 액자도 걸려있었다. 아마도 이렇게 험한 길을 가려면 기도와 믿음이 필요할 것 같다. 말 그대로 하늘길이다. 버스는 하늘 비탈길을 곡예를 하듯 내려갔다. 비포장의 좁은 길인지라 자칫 잘못하면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 것이다.
▲칭하이 성에서 발원한 란창강은 윈난성을 지나 메콩강으로 흘러간다.
협곡 아래로는 란창강瀾滄江이 거세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란창강은 칭하이 성 탕구라 산맥에서 발원하여 윈난성에서 누강 지류와 합쳐 메콩 강이 되는 아시아의 젓줄이다. 곳곳에 토사가 흘러내려 도로는 위험했다. 암석이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산비탈을 실핏줄처럼 이어지는 길은 옛 차마고도의 길들이다.
란창강 변에는 다랑이 밭이 곳곳에 층을 이루고 있었다.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포도나무도 보였다. 다랑이 밭이 있는 곳에는 푸른 보리밭이나 밀밭이 있고, 집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었다. 할머니와 소녀가 순진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란창강을 건너기전에 매표소가 있었다. 메리쉐산 입장료를 받는 곳이다. 1인당 63위안의 입장장료를 내야 한다. 다리를 지나 비포장도로를 버스는 다시 털털거리며 달려간다. 란창강은 여전히 티베트인들의 눈물처럼 흘러 내린다. 성난 눈물이라서 그런지 피눈물처럼 붉다. 우리는 위태로운 계곡을 달려 이윽고 우린 밍용마을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