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챙겨들고 러산행 버스를 타러 가는 데 첫날 게스트 하우스의 도미토리에서 한 방에 머물렀던 이스라엘 여행자가 지팡이를 짚고 터덜터덜 내려왔다. 그는 오을 청도로 간다고 한다. 그와 헤어져 오후 3시 30분, 러산행 버스를 탔다.
4시 30분 버스는 러산에 도착했다. 딱 1시간 거리다. 어메이 산까지 와서 러산 대불을 참배하지 않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러산대불은 어메이 산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세계 최대의 석불이다.
러산대불 가까이 있는 타오위안 빈관에 도착하여 방값을 물으니 론니 프래니트 안내서에 나온 도미토리는 없다. 5년 전에 없어지고 200위안부터 시작되는 방만 있단다. 이럴 땐 흥정을 해보는 것이다. 200위안짜리 방을 100위안까지 디스카운트하여 방을 정했다. TV, 욕실이 달린 더블 룸이다. 오랜만에 호화판(?) 방을 잡은 것.
▲귀 길이 만도 7m라니..
짐을 풀고 다두 강과 민장 강, 칭이 강 이 합쳐지는 절벽에 새겨진 러산대불에 이르니 입이 쩍 벌어지고 만다. 높이 71m, 머리길이 14.7m, 귀길이 7m, 저런! 다리 사이 넓이 8.5m로 엄지 발톱 위에서 피크닉도 가능할 정도다. 발가락만도 8.5m나 된다니 말이다.
이 거대한 공사는 713년 당대의 고승인 하이퉁海通스님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 민장 강 일대는 쓰촨성의 물류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였지만, 세찬 물길로 배가 난파되는 등 인명 피해가 끊임없이 일어나자, 하이퉁 스님은 불법의 힘을 빌려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대불을 조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강을 바라보는 부처의 모습이 연민을 가득 담은 표정이다. 아미타불!
불상을 완성하는 데는 9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고, 하이퉁 스님은 완성을 보기 전에 열반에 들었다. 가장 사고가 빈번한 지역에 대불을 조성하고 남은 돌을 대불 앞 민장 강에 채워 넣어 물살이 약해져 인명피해가 적어졌다고 한다.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사람들
러산대불은 능운산 서쪽의 암벽을 통째로 깎아낸 일종의 마애불이다. 대불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가장 쉬운 법은 빈장루 앞의 강을 따라 걸으며 보는 것이다. 저녁에 조명이 들어 온 후에는 더욱 매력적이다. 대불 가까이 가면 부처님의 발가락보다 작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부처님의 발가락에 각질이 생겼네요!"
"하하, 너무 많이 걸으셔서 생긴 각질일까? 약을 좀 발라 드려야 겠네!"
▲부처님 발가락에 웬 각질이...
계단을 따라 오르내리며 발치를 내려다보니 마치 거인국의 난장이가 된 기분이다. 여행자들이 러산대불로 몰려드는 이유는 그 크기에 압도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러산대불을 보고 "불상이 하나의 산이요, 산이 하나의 불상이다(佛是一座山, 山是一尊佛"라고 말한다. 뻥이 센 그들의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너무나 큰 대불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 배를 탔다. 육지에서는 부분적으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빈장 나루에서 배를 탔다. 배위에서 바라보는 대불은 감동적이다, 뉴욕에 가면 자유의 여신상을 있듯이 러산에 가면 러산 대불이 있다. 앉아있는 러산대불은 자유여신상보다 25m나 더 높다. 1300년 동안 오가는 배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대불의 모습은 과히 감동적이다. 거대한 불상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물살은 거세게 흘러간다. 과연 사고가 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는 우요우쓰(鳥龍寺) 사원에서 선다. 대불과 같은 시기에 지어진 사원은 서예, 그림, 공예품을 비롯한 오래된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000개의 서로 모양이 다른 진흙 나한전이 인상적이다.
우요우쓰 사원에서는 마침 중국인들이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중국을 수차례 여행했지만 중국인들이 예불을 드리는 모습은 처음 본다. 모두가 검은 두루마기를 걸친 신도들이 특이하다. 그들은 "아미타불"을 부르며 사원 내부를 열을 지어 걸어 다닌다.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아미타불, 아미타부르 아미타불……"
동방불도공원의 부처상들
끝없이 이어지는 염불을 듣다 보니 저절로 염불 삼매 젖어든다. 우요스쓰에서 나와 우유산을 지나 동방포두궁위안(東方佛都公園)으로 갔다. 이곳에는 아시아 전역에서 모아온 3000여 불상이 전시되어 있다. 갖가지 모습으로 서 있는 불상 사이를 걷다보니 먼 피안의 세계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길이 170m의 와불
이 공원에는 길이 170m의 와불(臥佛)이 산을 가로지르고 누워있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와불이다. 녹음에 우거져 부처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