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청두에서 노자를 만나다
아직도 갈 길이 먼 티베트
▲현대화의 물결로 출렁이는 청두 시내 중심가. 삼성전자의 광고판도 보인다.
러산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만에 청두에 도착했다. 길은 고속도로처럼 잘 닦아져 있다. 신남문 버스터미널 근처의 교통반점 4인실에 여장을 풀었다. 교통반점은 배낭여행자들의 아지트다. 그 방에는 일본인 두 명이 빈둥거리며 누워 있다. 머리가 긴 히피처럼 긴 일본 청년 두 사람은 티베트로 들어가기 위해 왔다고 한다.
나의 관심사도 어떻게 육로로 티베트에로 입성을 하느냐다. 그러나 일본인 말에 의하면 육로로 가는 길은 여전히 막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비행기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교통빈관 데스크에 가서 물어 봉도 여전히 육로로는 갈 수 없고 여행 허가서를 받아 비행기로 가야 한다고 한다. 라사로 가는 패키지 가격은 2000위안 정도. 말만 패키지이지 단체 여행객들은 떠나기 전에 만나지도 않고 라사에 내려면 바로 흩어진다고 한다.
▲청두 배낭여행자들의 아지트인 교통빈관과 자전거
이태원감리교회 강현숙 목사님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청두 기 목사님께 전화를 했다. 혹시 육로로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 하고 물어 보았지만 역시 대답은 없다고 한다. 대신 라사에 있는 두 분의 선교사를 소개해 주었다. 라사에 가면 반드시 만나보라고 했다. 중국과 티베트까지 들어가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의 기독교인들. 참으로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로 갈 것인가, 육로로 갈 것인가? 고민 끝에 우리는 칭하이 성 거얼무를 거쳐 라사에 입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청두에서 거얼무까지 기차를 알아보니 4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틀이 걸리는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직행을 가는 것보다 중간에 구채구를 들려서 가기로 했다. 구채구로 가는 교통을 알아보니 청두에서 버스가 매일 출발한다. 청두에서 쑹판, 쑹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구채구로 가는데 15시간 정도가 걸린다. 요즈음 쓰촨성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만 일단 구채구행 버스표를 구입하고 청두 시내산책에 나섰다.
청두에서 만난 노자-청양궁의 노자와 양
▲노자의 전설이 깃든 청양궁
쓰촨성의 수도 청두. 인구 13백만 명이 넘는 청두는 중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도시 중의 하나다. 새로운 부로 가득해져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근대화의 물결이 최신 양식의 백화점, 고층 빌딩을 들어서게 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쓰촨을 텐푸즈궈(天府之國)이라고 한다. 풍부한 천연 자원과 문화유산을 두고 하는 말이다. '네 개의 강(四川)'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을 흐르는 80개의 강들 중 규모가 큰 네 개의 강에서 비롯된다. 이 강들은 북서쪽에 솟아오른 산을 타고 내려와 동쪽의 촨서川西평원을 지난다. 쓰촨은 남서부 최대의 성으로 동쪽지역은 인구가 가장 조밀한 농경지역인 반면, 서쪽은 녹차대산 버터차가, 유교대신 불교가 주요 종교인 티베트 고원으로 연결된다. 울창한 숲과 초원은 티베트인과 창족의 고향이다.
▲청두 제일 도교 사원 청양궁
청두 시내는 일환루, 이환루, 산한루 등 순환도로가 시 외곽을 감싸고 있다. 모든 거리의 중심은 런민루人民路로 통한다. 런민 란루와 진장이 만나는 곳은 청두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다. 양식당, 커피숍, 술집들이 즐비하다. 현대식 간판이 현란하게 걸려있다. 앗! 심선전자의 간판도 보인다.
청두에는 제갈량을 모신 사당인 무후사가 있다. 그곳에는 유비와 관우 장비이 상이 있다. 그러나 역시 청두에서는 무후사보다는 청두 제일의 도교사원인 청양궁이 관심을 끈다.
사마천의 기술에 의하면 노자는 주가 쇠망해가는 모습을 보고 주周를 떠나 진秦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노자는 푸른 소를 타고 함곡관函谷關을 넘어가다가 관문지기인 윤희尹喜를 만난다. 윤희가 노자에게 책을 하나 써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노자는 5000言으로 이루어진 상평, 하편의 저서를 남겼는데, 그것이 道와 德을 말한 <도덕경>이다. 노자는 이 도덕경을 윤희尹喜에게 강의 하다가 다른 일을 보러 떠나면서 "너는 천일동안 도를 행한 후 성도 청양사에서 나를 찾으라"고 했다.
1000일 후 윤희는 노자의 지시에 따라 청양사를 찾았는데, 마침 어린 아이가 두 마리 양을 거느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윤희는 그 아이가 노자의 화신(化身)으로 인정하고 그 곳에 머물러 수행 정진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이곳에는 도가 수련이 널리 퍼지기 사작했고, 당나라 때는 이 전설에 근거해 청양궁을 세워 도가 삼존을 모시는 등 도가 수행장소로 크게 발전을 하게되었다고 한다.
▲도교의 팔궤리론을 형상화 한 팔궤정
청양궁의 중심 건물은 팔괘정八卦亭이다. 태그과 함께 도교의 가장 중요한 이론의 하나인 팔궤를 형상화한 건물. 정자의 기초는 세층으로 되어 있는데, 하는 정방형, 중은 팔각형, 상은 원형을 이루어져 있다. 8개의 금박기둥에는 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용이 새겨져 있다. 팔궤정 안에는 도교의 8仙중 하나인 여동빈의 신상이 모셔져 있다.
"여보, 이 노자가 타고 다녔다는 양이 실컷 만져보자고."
"아이고,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인지 만질만질하군요."
"이 양을 만지면 온갖 병이 다 치료된대요."
"제발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천의 얼굴을 가진 양. 노자가 타고 다녔다는 양이다. 만지면 만병이 사라진다고 하여 몸 전체가 만질만질하다.
청양궁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한상의 양 조각상이다. 분명 한 쌍이지만 두 마리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쥐의 귀, 소의 코, 호랑이 발, 토끼의 입, 용의 뿌리, 뱀의 꼬리, 말의 얼굴, 양의 수염, 원숭이 목, 닭의 눈, 개의 복부, 돼지의 엉덩이…
양 한마리가 도대체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양은 온갖 병을 다 치료해 인류가 자신의 몸에서 아픈 곳을 찾아 그 곳과 같은 양의 몸을 만지면 질병을 해소했다고 한다. 뿔이 하나 달린 영이 양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12지신을 결합한 모습이기 때문이란다. 양의 옆구리를 만지면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여 하도 만져서 만질만질하다.
어째든... 청양궁에서 양을 타고 다녔다는 전설적인 선인 노자의 흔적을 찾아보니 마치 노자를 만난 기분이 든다. 200세까지 살았다는 노자의 영혼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2500년 전에 저술한 도덕경이 지금까지 읽혀지고 있는 것은 그의 영혼이 아직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아닌가?
나라가 온통 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의 현실은 화합과 평안을 가져오기 위한 삶의 길을 제시하는 노자의 <도덕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도덕경은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는 지배층의 무절제한 낭비를 비판하고, 유교윤리의 특징인 추상적 도덕주의와 형식적인 예의에 바탕을 둔 사회적 행동주의를 경멸한다.
본질적으로 도(道)는 무위(無爲)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위는 자연스러움, 즉 모든 일이 본성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불간섭'을 의미한다. 이렇게 도가 도전을 받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혼란은 끝나고 싸움도 끝나며 독선적인 불화도 사라진다. 도는 하늘이나 땅보다 먼저 존재했고, 무궁무진하고 인위적이지 않으며 불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으나 도로부터 이 세상에 존내하는 모든 것이 나온다고 했다.
통치자는 백성에게 이 도(道)'의 원리를 가르치며 나라를 다스리면 모든 불평불만의 원인이 제거되고 나라는 지극히 평온해 질 텐데, 작금의 우리네 현상은 어떠한가? 세계에서 유래없이 한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갈등을 겪고 있으며, 국론은 분열되어 혼란을 겪고 있다. 국토의 젖줄인 4대강은 개발과 반 개발의 틈새에서 역류하고 있으며, 모든 것이 불편한 '관섭'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노자의 <무위>와 <불갑섭>의 <도>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가 아닐까?
▲ 노자가 타고 다녔다는 청양궁의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