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 산에서는 원숭이를 조심하라!
미인의 눈썹처럼 어여쁜 아미산 정상에서 <불광 佛光>을 볼 수 있다면 큰 행운이다. 불광은 브로켄(brocken)으로 부처의 상서로운 서기瑞氣이다. 사계절 구름과 안개로 덮여 있어 좀처럼 미인의 눈썹을 잘 보여주지 않는 곳 아미산에서 부처의 서광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더욱이 3077m의 금정사에는 높이 49m의 사면십방보현보살(四面十方普賢菩薩)이 중생을 굽어보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벽에 아미산을 오른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가 일출을 보기란 불가능하다. 아미산 입구 보국사에서는 매일 오전 3시경에 뇌동평으로 출발하는 미니버스가 있다. 서둘러 일어나 버스를 탄다.
뇌동평에 이르니 5시경이다. 얼마나 번개가 많이 쳤으면 뇌동雷洞이란 이름을 지었을까? 장마철에 방문을 했다면 허벌나게 많은 번개의 향연을 볼 수 있단다. 그러나 지금은 봄이다.
뇌동평에서 금정사까지 걸어가려면 2시간이 넘어 걸린다.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어둠을 뚫고 20여분을 걸어가니 금정케이블카 탑승장이 나온다. 돈을 들여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금정에 오른다. 저런! 안개가 산을 덮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허면, 일출과 불광을 보기는 틀렸다는 건가?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는 말자.
▲해발 3079m의 금정 표시석
케이블카를 타니 2시간에 가는 거리를 단 10분에 단숨에 금정에 도달한다. 오마이 갓! 아미산은 여전히 운무에 가려 앞이 보이질 않는다. 보이지는 않지만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1년 중 불과 수십일 만 일출을 감상 할 수 있다는 곳이 아닌가? 고약한 여인의 눈썹이여!
금정은 춥다. 항상 찬 기운이 돌고 있는 곳이다. 그러니 여름철에도 금정에 오르려면 재킷은 필수다. 기록에는 금정(진딩金頂)이 해발 3077m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에 표시석에는 3079m로 되어 있다. 어메이산의 최정상은 이곳이 아니다. 어메이산의 정상은 만불정(완포딩萬佛頂)이다. 그러나 만불정에 이르는 등산로는 폐쇄되어 있다. 어차피 만불정에 이른다 해도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때문에 일출을 보기란 글렀다.
금정사는 명태조 주원장의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건립한 사찰이라고 전해진다. 어메이산 절벽 정상부에 노출되어 있어 벼락의 피해가 심해 해마다 보수를 해야 한다고 한다. 법당은 금정(金頂), 은정(銀頂), 동정(銅頂) 세 개의 법당이 있다. 금, 은 동의 법당은 각기 금색, 은색, 동색으로 색깔이 다르다. 마치 법당을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로 등급을 매겨 놓은 것 같아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금정산의 사면십방보현보살
동정의 정면에는 높이 48m의 황금 사면십방보현좌상이 모셔져 있다. 어째서 사면십방인가? 중생들이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든지 모두 골고루 복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란다. 보살의 얼굴은 머리에 왕관을 쓰고 얼굴표정은 다르다. 연좌대 밑에는 육아백상(戮牙白象)의 코끼리 4마리가 받치고 있다. 흰 코끼리 4마리를 타고 오신 황금보현보살님! 수억의 돈을 들여 새로 만든 볼거리다. 별로 불심도 없는 중국인들이 왜 저리도 큰 불상을 만드는데 기염을 토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갈 수 도 있다. 그것은 저 보살님에게 돈을 뿌려줄 관광객들에게 미끼를 던지는 것이다.
여권을 빼앗아 가는 원숭이들
어메이산은 유비, 관우, 장비가 설치고 다녔던 촉나라 땅이었다. 중국인들은 삼국지에서 유독 유비와 촉나라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삼국지에서 유비는 야비한 면이 많지만 후덕한 인물로 포장되어 있다. 우리는 어메이산이 불교유적지나 경복궁의 아미산굴뚝을 연상하게 되지만 중국인들은 촉나라와 유비, 관우, 장비를 연상하며 그들이 살았던 신기한 지세를 굽어보며 감상한다.
그러나 아미산에서는 아미무술의 고수들을 조심해야 한다. 바로 원숭이들이다. 원숭이들은 아미 무술의 모델이다. 날렵한 몸동작, 유연하고 민첩한 행동이 바로 아미무술의 근본이다. 금정을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는 야생의 원숭이가 많이 출몰하는 곳을 지나 약 15분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우리가 이곳을 지날 때에도 많은 원숭이들이 출몰했다. 그들은 관광객들이 던져준 과자, 빵, 빠나나 등을 잘도 받아 먹는다. 그래서인지 원숭이들이 비만형이다. 어메이산 당국에서는 원숭이들에게먹을 것을 주지말라고 당부한다.
이 원숭이들이 사람들과 친밀하다 못해 폭력을 행사한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손에든 음식을 강탈하거나 가방을 뺏어 순식간에 숲으로 달아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여권이 든 가방이라도 빼앗기면 큰일이다. 실제로 원숭이에게 여권을 빼앗겨 낭패를 본 여행자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어메이산에 가몀 원숭이들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 비만증에 걸린 어메이산 원숭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