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 구례 간전면 백중 윷놀이대회
윷놀이로 무더위를 식히며 화합의 장 열어
▲여자부 윷놀이대회에서 행운의 윷으로 승리를 하고 환호를 지르고 있다.
▲"윷이야!" 행운의 "윷"
오늘은 음력으로 7월 15일 백중날이다. 우리 전통 고유명절인 '백중(百中)'은 이때쯤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나와 100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은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절에서는 재(齋)를 올리고 공양을 드렸으며, 민간에서는 100가지 과실을 차려 제사를 지내고 남녀가 모여 음식을 먹고 노래와 춤을 즐겼다. 백중 때가 되면 농사일이 거의 끝나서 농부들은 호미를 씻어두는데 이를 '호미씻이'라고 한다.
어제부터 이장님이 마을에 방송을 했다. 백중날 간전면에서는 마을대항 백중윷놀이대회가 펼쳐지는데 많이 참석을 해 달라는 방송이다. 정심도 주고 경품도 푸짐하다고 한다. 오늘 아침 6시, 이장님은 다시 한 번 방송을 했다.
▲윷놀이대회 축사를 하는 서기동 구례군수
나는 이장님과 함께 9시에 윷놀이대회를 가 보기로 약속을 했다. 지난번 초복날 우리 마을에서 윷놀이대회에 참석을 하여 본적이 있었는데, 아주 재미가 있기도 했고, 마을대항 윷놀이대회에 대한 호기심이 나기도 했다.
간전면 백중맞이 윷놀이대회는 1970년 당시 정선묵 전 간전면장의 주선으로 수평리와 삼산리 마을 주민들이 노년과 장년 두 패로 나누어 백중날 두 마을간 친목을 다지기 위해 시작된 것이 지금까지 40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정선묵 면장님은 금년 86세로 수평리 우리집 바로 아래에 살고 계시는 분이다.
▲윷놀이대회장인 간문초등학교 체육관
대회장인 간문초등학교 체육관에 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서기동 구례군수와 김형호 간전면장을 비롯해서 약 300여명의 면민들이 대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에어컨도 없는 대회장은 무척 더웠지만 사람들은 더위를 잊고 윷놀이에 열중을 했다.
체육관에는 탁구장과 실내 게이트볼장도 있었다. 산골 오지의 복지시설치고는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마을 구석구석마다 마을회관이 멋지게 들어서고 체육 복지시설이 도시 못지않게 갖추어져 있다.
▲강대현 이장대표의 인사말
윷놀이 대회장인 강대현 이장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랜 전통을 이어온 백중날 윷놀이 대회를 통해 오늘 하루만이라도 시원한 그늘에서 맛있는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며, 농사일에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고 이웃 간의 친목을 돈독히 하자"고 강조했다.
이 날 행사는 간전면 내 수평, 효곡, 양천, 운천, 삼산, 금산, 흥대, 중대 등 9개 마을 이장단(단장 강대현) 주관으로 열리는 윷놀이대회는 65세 이상 노인부와 일반부로 나누어 남자 단체전이 열렸고, 9개 마을 대항 여자부 단체전이 열띤 응원 속에 펼쳐졌다.
▲농악놀이, 윷종지, 윷판멍석, 경품
경기방식은 종지에 작은 윷을 담아 앉아서 세 번 흔든 다음 멍석에 던져, 윷이 세로로 서면 '모'로 간주하고, 가로로 서면 '윷'으로 간주하며, 네 개의 윷 중 한 개가 덕석 밖으로 나가거나 중앙선에 못 미치면 '낙'이 된다.
"윷이야!"
"모야!"
"오메, 말이 막판에 잡혀 버렸네잉~"
▲주민들과 함께 윷놀이와 행운권추첨을 하며 화합일 다지는 김형호 간전면장
윷판은 네 파티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윷판마다 윷이나, 모가 나오거나 상대방 말이 극적으로 잡히면 큰 함성이 터져 나오며 왁자지껄했다.
이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남자부 보다 여자부 단체전이 훨씬 열전을 벌렸다. 뜨거운 응원 속에 자기편이 윷이나 모가 나오면 선수는 물론 구경꾼들까지 "와아~" 함성을 지르며 일어나 엉덩이를 흔들며 덩실 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면민들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평소 갈고 닦은 윷 솜씨를 멍석 위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윷놀이대회 광경
▲흥겨운 농악놀이
▲즐거운 중식
▲행운의 경품을 타고 기뻐하는 모습
간전면 윷놀이대회는 구례군 유일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래 민속놀이로 계승발전 되어 가고 있으며, 군비지원과 면민들의 찬조로 참여자 모두에게 중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행운권 추첨 등 경품도 푸짐하게 지급되었다.
간전면의 백중 윷놀이대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통 있는 전례 민속놀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9개 마을 사람들은 윷놀이를 하면서 무더위를 식히며 그간의 안부도 묻고, 농사일에 대한 체험담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화합과 친목을 다진다.
우리 전통놀이인 윷놀이는 참으로 건전하고 유쾌한 놀이인 것 같다. 남녀노소가 제한 없이 모두가 참석을 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따라서 이를 잘 보존하고 장려하여 계승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10.8.24 구례 간전면 백중맞이 윷놀이대회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