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티베트 여행자들의 사랑방 '야크 호텔'

찰라777 2011. 6. 8. 09:29

 

 

티베트 여행자들의 사랑방

‘야크호텔’

 

 

▲티베트여행자들의 사랑방 야크호텔

 

 

라싸의 사랑방 야크호텔!

야크호텔에는 여기저기서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배낭여행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리셉션 데스크 옆에 짐을 내려놓는 데도 숨이 찬다.

 

“따시뗄레!”

“따시뗄레!”

 

나는 적어도 티베트 인사말 하나는 알고 있다. 태가 티베트 말로 인사를 하자 데스크에 앉아있는 티베트 아가씨가 보조개를 지으며 반긴다. 우리는 도미토리에서 머물기를 원했다. 그러나 도미토리는 이미 만원이라고 했다. 티베트의 부터님 오신 날에 도미토리를 찾는 우리가 잘못인가? 2인용 방도 몇 개 남지가 않았다고 한다.

 

2인용 방은 방값이 도미토리에 비해서 배나 비싸다. 도미토리는 1층에 있다. 1층에 있으니 출입하기도 용이하고 세계의 여러 여행자들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방은 이미 동이 나고 없다. 숨이 차서 더 이상 어디로 가기가 엄두가 나지 않고....

 

 

“2인실도 3층밖에 없어요.”

“아휴~ 1층은 안 되나요?”

“3층도 둘 밖에 없어 곧 다 나갈 겁니다."

 

어떡하긴, 이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열쇠를 건네받고 배낭을 메고 층계를 오르는데 이건 정말 숨이 꼴깍 막힌다. 한 계단 올라서서 쉬고, 다시 한 계단 올라서서 쉬어야 했다. 원 이런, 이래서야 티베트 순례를 어찌할꼬? 야크! 야크! 야크의 심장을 달 수는 없을까?

 

야크! 야크!

젠장, 야크처럼 걸을 수는 없을까? 야크Yak는 해발 4000~6000m 고지에 사는 털이 많은 동물이다. 몸길이 약 3m, 무게 500~1000kg에 달하는 야생야크는 해발 5000m를 전후한 급경사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며, 빠르게 흐르는 강도 헤엄쳐 나간다.

 

 

▲야크호텔 게시판

 

 

‘야크’는 티베트어 발음으로 는 ‘야’라고 한다. 해서 라싸에서는 ‘야빈관 亞賓館’ 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야크호텔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걸어서 올라가야 한디. 어이쿠! 3층 숙소에 오르는 것이 백두산을 오르는 것보다 힘들다.

 

야크호텔...

티베트를 여행한 여행자들이라면, 그리고 여행을 하려고 계획을 하려는 사람도 누구나 야크호텔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또 만약에 야크호텔을 모른다면 알고 가야 한다. 그만큼 야크 호텔은 티베트 여행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가장 유명한 숙소이다.

 

조캉사원이 티베트 종교의 구심점이고, 포탈라 궁이 티베트 정치, 역사의 상징이라면, 야크호텔은 티베트 여행자들의 구심점이며 사랑방이다. 국적과 언어가 다른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티베트 여행의 정보를 교환하고, 동행자를 구해 티베트의 각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야크호텔 정문에는 여행자들의 메모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함께 동행을 하려는 여행자를 찾는 일부터 자신의 행선지를 알리는 메모 등 각종 여행정보가 빼꼭이 붙여져 있다. 나도 티베트를 가로 잘러 네팔로 넘어가는 동행자를 구해야 한다. 내일 쯤 방을 붙일 예정이다.

 

 

▲야크호텔 옥상에서 바라본 라싸 시내, 포탈라 궁이 거대한 돛처럼 우뚝 솟아 있다.

 

 

야크 호텔은 인터넷 카페는 외신기자들이 티베트의 독립시위 등 티베트 소식을 전 세계로 타전하는 프레스 센터 역할을 한다. 티베트 독립시위 등 비상사태가 발생을 하면 각국의 외신기자들은 이곳에 발을 묶이기도 한다.

 

그러나 방금 도착한 오늘은 뒷골이 약간 땡기고 숨이 헐떡거리도록 가프다. 3층 방에 다다르자 배낭을 내려놓고 약속이나 한 듯 둘 다 침대에 길 게 넉 4자로 뻗어 눕고 말았다. 고산증세가 몸을 덮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무조건 물을 많이 먹고 누워 있어야 한다. 샤워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뻗어서 한 잠을 잤다. 한 잠을 자고 나니 머리 아픈 증세가 가라앉았다. 나는 판토마 임을 하는 배우처럼 느리게 일어나 기어가듯 화장실로 갔다. 약간 어지럽다. 일단 소변은 잘 나왔다. 고산지대에서는 배설이 잘 되어야 한다. 다이아막스Diamox란 이뇨제를 가지고 갔지만 쾌소변이므로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볼일을 보고 물을 한 컵 마시고 나서 다시 누웠다.

 

 

 

▲라싸의 상징 포탈라 ㅡ궁. 주인을 잃은 포탈라 궁은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오늘은 워밍업만 하자. 모든 행동을 느리게, 느리게 해야 한다.

느림의 미학을 저절로 배우는 거다. 한국에서는 빨리빨리가 만연되어 느림보는 환영을 받지못한다. 그러나 이곳 라싸에서는 물리적으로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는다.

 

지배인으 말로는 야크호텔 옥상에 올라가면 라싸 시내를 조망하기에 좋다고 했다. 소형 카메라를 들고 느리게 옥상으로 기어 올라갔다. 라싸의 상징인 '포탈라 궁'이 거대한 돛처럼 솟이있다. 그러나 주인을 잃은 배는 표류하고 있는 것처럼 처량하다.

 

포탈라 궁 반대편에는 티베트 불교의 산실인 '조캉사원'이 금빛 찬란하게 자리하고 있다.조캉사원 너머로 눈 덮인 설산이 어둡게 가리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달라이 라마는 저 설산을 넘어서 인도로 도피를 하였다고 한다. 주인을 잃은 라싸는 어둡고 침침하다.

 

 

 

야크호텔 옥상에 걸린 와사등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날이 어두워지자 의미한 전등불이 와사등瓦斯燈처럼 켜진다.

와사등 너머로 안개 끼이고 겹겹이 둘러싼 설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와사등에 비친 라싸는 더욱 고독해 보인다. 야크 호텔 옥상에 선 나는 문득 김광균의 '와사등'이람 시를 떠올린다.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내 호올로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냐/긴-여름 해 황망히 날애를 접고/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 같이 황혼에 젖어/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크러진 채/ 사념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황금빛 지붕이 조캉사원이다.

 

 

8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을 갈 때 넘어갔다는 설산

 

 

14대 달라이 라마의 심정이 이렇게 않았을까?

1959년 3월 17일, 14대 달라이 라마는 수도 라싸를 떠나 인도를 향해 망명길에 올랐다. 히말라야 설산을 넘어 2600km의 대장정 끝에 그해 3월 31일 인도에 도착을 했다. 달라이 라마가 체포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며 라싸에서는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1962년까지 이어진 폭동은 수만명이 살해되고, 6000여개의 티베트 불교사원이 무참하게 파괴되었다.

 

 

 

▲티베트 식당 타쉬1

 

 

 

고산지대에서는 잘 먹어야 한다.

옥상에서 내려운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1층으로 내려왔다. 저녁을 먹기위해서였다. 오늘은 라싸 입성 기념으로 티베트 레스토랑 "타쉬Tashi"에 가서 특별한 티베트 요리를 먹기로 했다. 타쉬에 도착하여 우리는 야크 스테이크와 보비Bobis를 시켰다. 야크처럼 튼튼하게 걸어 다니려면 잘 먹어야 하지않겠는가? 중국 샹그리라 메리설산에서 야크 스테이크를 먹은 후 두번 째로 먹는 요리다.

 

 

 ▲티베트 요리 야크스테이크와 보비스Bobis

 

 

 

보비bobis는 월남쌈과 비슷한 요리이다. 볶은 야채를 둥그렇고 넓적한 밀가루 빠에 싸서 움직움질 씹어 먹는 쌈이다. 타쉬는 라싸에서 가장 인기있는 레스토랑의 하나이다. 일단 야크 스테이크와 보비를 먹고나니 포만감이 밀려온다. 맥주를 한잔 하고 싶었으나 참기로 했다. 고산증세가 있으면 절대로 술을 마셔서는 안 되는 일. 참자 참아. 

 

저녁을 먹고 나니 몸이 무거워진다. 우리는 일단 숙소로 가기로 했다. 오늘은 쉬어야 해. 내일을 위해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물을 두병 사들고 다시 야크 호텔 3층으로 기어 올라간  우리는 다시 침대에 벌렁 누웠다. 내일부터는 바코르 순례도 하고, 포탈라 궁과 조캉사원도 순례를 해야 하니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